이만희 군 “3.1절 독립만세 외치는 기분.. 지금은 미국에서 독립”

▲ 경남 사천고등학교에 갓 입학하는 이만희 군이 3.1절을 맞아 "한미FTA 폐기"를 외치며 1인시위를 벌였다.
이제 갓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16세 청소년이 한미FTA 발효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끈다.

3월1일 낮12시. 경남 사천시 사천읍 여고오거리 한 모퉁이에 피켓을 든 한 젊은이가 나타났다. 그는 사천중학교를 졸업하고 사천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이만희 군. 이 군의 손에는 “국익이 언제부터 1% 이익이었나, 한미FTA 폐기! 나라까지 팔아서 돈 벌 테냐!”라고 적힌 피켓이 들렸다.

그리고 이 군은 자신을 ‘단군할배 손자’라고 적었다.

정부는 오는 3월15일을 한미FTA 발효일로 잡았다. 그 동안 야당과 재야시민세력이 한미FTA 반대 운동을 벌여 왔던 것과 달리 정작 FTA 발효 소식에는 지역사회에서 이렇다 할 반발 움직임이 없는 상황. 이러다보니 이 군의 1인시위가 더욱 눈에 띄는 장면이다.

1인시위 현장에서 이 군을 직접 만났다.

△1인시위, 무슨 마음으로 나섰나?

=처음엔 집회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상황을 살펴보니 하기가 쉽지 않더라. 사람들을 많이 모아야 하는데 시간도 촉박하고... 인근 진주까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알아봤는데 집회 움직임은 없어서, 그냥 혼자 하는 방법을 택했다.

▲ 이만희 군은 한미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 상권이 미국에 먹힐 것"으로 내다봤다.
△1인시위를 하면서 굳이 3월1일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

=당연하다. 옛날 선조들이 3.1독립만세를 외치는 기분으로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상황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미국에 먹히는 것 아닌가?

△왜 미국에 먹힌다고 생각하는지...

=협약 중에 독소조항이 아주 많은 것 같다. 특히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도 우리가 수입을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들었다. 공기업을 민영화 하고 여기에 외국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FTA가 발효되면 처음엔 일자리가 느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론 일자리가 줄 게 될 것이다. 왜냐면, 상권이 다 먹힐 거니까.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해도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데, 망설임은 없었나?

=처음하는 1인시위지만 망설이거나 떨리지는 않았다. 남이 모르는 불편한 사실들을 알려줄 수 있으므로 오히려 재밌다고 생각했다. 일찍 알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이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

=그냥 공부를 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민단체나 글을 통해 많이 알게 됐다. 굳이 계기를 말하라면, 옛날 실학자들이 실학에 몰두하다 천주교를 알게 된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처음엔 학생들의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를 바라보는 사회가 너무 보수적인 것 같아서 반발심도 생겼다.

▲ 사천시 사천읍 여고오거리에서 1인시위 중인 이만희 군.
△혹시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아닌지...

=부모님은 내가 1인시위 하는 줄 모르신다. 아마도 알면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

△오늘 1인시위를 해본 소감은 어떻나?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전혀 신경 안 쓰는 사람도 더러 있었는데, 그럴 땐 기분이 ‘별로’였다. 앞으로 우리나라 사회의식을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는 쪽으로 공부하고 싶다.

이만희 군은 기자의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또박또박 답했다. 적어도 ‘한미FTA’에 관해선 웬만큼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또한 이 군의 말 행간에서 ‘침묵하는 어른들에 대한 원망’도 읽을 수 있었다. 피켓에 적은 글귀는 자신이 직접 정한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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