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25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순원의 글씨에세이] 아사코의 추억 [순원의 글씨에세이] 아사코의 추억 교과서에서 처음 만난 피천득의 인연은 살아오면서 아직까지 떠나보내지 못하는 내 심장과 인연이 되어 버린 수필 중에 하나이다. 어릴 적 다른 사람의 칭찬 한마디로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어 자기의 재능을 펼쳐내기도 하듯이 나 또한 누군가의 애정으로 뾰족 지붕 뾰족 창문의 아사코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소학교 때 귀여운 꽃 ‘스위이트 피이’와 같은 첫 만남과 영양이 되어 청순하고 세련된 ‘목련’과도 같았던 두 번째 만남, 그리고 결혼하여 ‘백합’과도 같이 시들어 가는 세 번째 만남이 그 아사코와 인연의 전부이다. 이 수필을 처음 접한 어린 시절에는 두 번째 만남까지 아사코를 바라보았고, 세월이라는 것을 알게 된 중년이 되고 보니 비로소 세 번째 인연까지 가슴으로 와 닿게 되었다.“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순원의 글씨에세이 | 서예가 순원 윤영미 | 2018-06-19 15:16 [순원의 글씨에세이] 서숙인생십락 ( 書塾人生十樂) [순원의 글씨에세이] 서숙인생십락 ( 書塾人生十樂) 밤새 갈아놓은 진한 먹물/ 깊은 못을 이루었고/ 흑심 품은 주인장은/ 연지 속에 붓을 담가/ 일필휘지 급한 마음/ 벼루못에 꽉 채우니/ 움푹 파인 둥근 바닥/ 공부 흔적 보란 듯이/ 도도하게 당당하게/ 나의 저렴한 이 벼루가/ 단계연보다 귀한 대접/ 이것이 나의 인생일락이라. 먹을 가는 이 습관은/ 마음 가는 것 이었다/ 온 우주를 상상하는/ 창조자의 습관으로/ 점점 짧아지는 내 먹만큼/ 점점 늘어가는 나의 우주/ 닳아 버린 그런 탓에/ 먹물 속에 손 잠기니/ 손톱 사이 끼는 검정/ 부끄러운 희열이다/ 반동가리 먹이 쌓여/ 높은 산을 이뤄가니/ 이것이 인생이락이라. 붓을 던져 첫 번짐에/ 파고드는 묘한 감동/ 완급 질삽 상상되는/ 결 좋은 화선지가/ 뽀얀 속살 드러내며/ 덤이덤이 쌓여지고/ 귀 순원의 글씨에세이 | 서예가 순원 윤영미 | 2018-06-11 15:59 [순원의 글씨에세이] 사람을 다스리는 일 [순원의 글씨에세이] 사람을 다스리는 일 휴일아침 나를 깨우는 소리가 갱년기 남편의 잔소리도, 사춘기 아들의 투정도 아니다. 좁은 마을길을 굽이굽이 돌아 초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디지털의 스피커를 싣고 힘주어 간절하게 외쳐대는 선거유세차량이 들어온다. 색색의 차량들이 오간다. 그래, 지도자를 뽑는 일은 매우 귀한 일이다. 남을 가르치는 선생이나 깨우쳐 주는 종교인이나 정치로써 백성을 위하는 일이나 타인과 관계를 맺는 우리의 다반사가 사람을 다스리는 일과도 서로 상통하는 것이라.내 이름자 뒤에 선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여진 이후, 좌우명처럼 곁에 두고 생각하는 고문진보 글이 하나 있다. 당송팔대가로 유명한 유종원의 종수곽탁타전(種樹郭槖駝傳)이 그것이다.등이 낙타처럼 굽어 곽탁타라 불리는 나무 심는 사람이 있었다. 모두가 앞 다투어 자신 순원의 글씨에세이 | 서예가 순원 윤영미 | 2018-06-07 09:33 [순원의 글씨에세이] 여백을 만들수록 여유가 생긴다 [순원의 글씨에세이] 여백을 만들수록 여유가 생긴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기를 한없이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모자라 자기의 주변까지 끌어와 자기를 이야기한다. 상대방인 나에게 자신을 어필은 해야겠으니 나는 내 귀한 시간에 그의 모든 학연, 지연, 혈연까지 다 듣고 앉아 있어야만 했다.가끔은 거침없는 성격의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제가 알 필요가 없습니다!” 그를 만났고,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차를 마시고 눈빛을 맞추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는 기분이 들 때가 간혹 있다. 몹시도 무례했다.간단한 담소자리에서조차 꽉 채워서 자기를 설명하고 있는 사람을 마주 대할 때마다 나는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 버리는 습관이 생겨 버렸다. 축지법을 쓰는 사람의 기공마냥 머릿속에 여 순원의 글씨에세이 | 서예가 순원 윤영미 | 2018-05-30 21:55 누군가의 가슴에 풍경 하나 달아 보았던가 누군가의 가슴에 풍경 하나 달아 보았던가 2004년 무렵부터 적잖게 서화공부 좀 한답시고 서울로 대학원을 오가던 시절,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종로3가역에서 내려 인사동거리 선생님들을 찾아뵙고, 기본요금 거리의 서대문역 근처에 위치한 대학원을 택시로 이동하거나 시간이 허락할 때에는 간혹 걷기도 하던 시절이 있었다.가는 도중 지나치게 되는 광화문입구 교보문고 건물 벽엔 3개월마다 바뀌는 대형 글판이 사람들의 오가는 길을 멈추게 했다. 그 글판을 올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기곤 했다.한창 젊은 날을 보내고 있던 내가, 한창 젊은 날을 보냈을 내가, 그 곳을 지나면서 때로는 심장이 짠하니 저려오며 소리 없이 혼자서 눈물을 글썽이는 추태도 부려보고, 때로는 그 글귀에 기운 받아 걷던 걸음 더 씩씩하게 옮긴 적도 있었다. 나의 젊은 날은 왜 그리도 순원의 글씨에세이 | 서예가 순원 윤영미 | 2018-05-24 09:29 처음처음이전이전1234567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