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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2021. 12. 08 by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구륜휘 '바다가 분다' 공방 대표
구륜휘 '바다가 분다' 공방 대표

[뉴스사천=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못생겨서 몬다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정체는 몬스테라이고 초록색깔로 말한다. 한번은 몬다가 울어서 깜짝 놀랐다. 몬스테라가 물을 많이 머금어서 방울져 잎사귀 끝에 맺혀 있었다. 일액현상이라고 했다. 눈물을 가만히 보다가 친구들이 생각났다. 저마다의 눈물을 맺고 사는 친구들 말이다. 

“저는 제가 항상 광대 같아요” 친구는 실안 해안도로를 달리며 말했다. 나도 그렇다며 맞장구를 쳤지만 광대가 아닌 광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아픈 이야기를 들으면 분위기를 띄워야만 할 것 같았다. “내 별명은 뻥구야. 나는 거짓말을 할 때 죄책감이 안 들어. 큰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거든. 근데 그런 일이 너무 잦다보니까 뻥구가 되버렸어. 모든 우울증은 죄책감에서 시작한다고 선생님이 말해줬어” 웃기려다가 그만 이야기가 병적으로 흘러갔다. 아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 존댓말에서 시작해 동갑내기라는 이유로 반말로 흘러가버린 친구 말이다. 나는 이 친구를 틴더에서 만났다. 

“저 친구는 항상 업(Up)되어 있나요?”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어딘지 모르게 볼 때마다 기분이 고양되어 보였다. 마치 고양되기라도 작정한 사람처럼 말이다. 나는 친구의 짓궂은 농담들이 아프게 들렸다. 경험적으로 고양 다음에는 다운(Down)이었다. 고양이 정점을 찍으면 급속도로 다운되는 기분의 파동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래서 친구의 가벼운 행동 하나에도 외줄을 타듯 조마조마했다. 내가 곡예를 하는 것처럼 긴장됐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경험적인 한계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해맑은 친구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만해, 그만해 다독이고 싶었다. 잘 하고 있지만 마음이 그랬다. 나는 이 친구를 삼천포에서 만났다. 

흰머리가 더 많은 친구도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친구다. 파마를 하거나 머리를 치거나. 마주칠 때마다 “나 예뻐?”하고 묻는 것 같다. 친구는 술을 좋아하는데 알콜릭은 아니다. 휴먼릭이라면 모를까. 휴먼릭은 내가 만들어낸 단어이다. 알콜중독처럼 사람냄새에 중독된 증상이랄까. 이 친구는 나를 꼴통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 친구가 범람할 것만 같아서 늘 조심스럽다. 큰 물이 흘러넘치듯 눈물을 왈칵.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흘릴 것만 같다. 범람한 채로 돌아다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묻지는 않았지만 이 말이 전해질 수 있다면 나는 볼 때마다 “예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 친구를 사천에서 만났다. 

마음이 쓰이는 친구들은 항상 잠들기 전에 나에게 찾아온다. 친구들은 이 밤 무사히 잘 보내고 있을까하고 생각한다. 가벼운 잡념들이라 여기며 자려고 누웠지만 친구들은 마음에 남아 나를 두드린다. 겨울바람이 찾아왔다. 오늘은 잠을 잘 자기 위해서 세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해야겠다. 비도 날카로운 오늘의 기온을 잘 버티고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날씨가 부쩍 차가워진다고 하니 옷을 단단히 동여매라고 알려야겠다. 왜 연락했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하지? 추워서 생각났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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