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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2021. 10. 06 by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뉴스사천=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나에게는 스물한 살 나이차가 나는 연인이 있다. 그와 이야기를 할 때면 친구랑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즐겁고 무한하다. 서로가 엇비슷한 정신적 나이를 체득해 온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때때로 어른으로서 내게 말을 건넨다. 

공자의 말을 빌려 그는 말했다. “사람은 시(詩)와 예(禮) 그리고 악(樂)을 중요시해야 해요. 시는 뭐, 하늘이 아름답고 바람이 불고 그런 게 아니고요. 내가 느끼는 것을 말해요. 예는 세상의 이치에요. 이치는 세상의 순리라는 건데, 유연하게 세상을 만나는 거죠. 그리고 악은 나의 세상을 창작하는 것을 말해요.”

이 말을 하면서 그는 “아무리 시(詩)와 악(樂)을 하더라도 예(禮)가 없다면 공허한 외침일 뿐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친구 같은 연인이 어른으로 느껴지는 순간은 위와 같이 어려운 말을 쉽게 전달해 줄 때이다. 한자어를 잘 모르는 나를 배려해 한글로 풀이해 주는 세심함도 어른의 미덕 중에 하나 일 것이다. 

지금의 나는 젊은 편에 속한다. 내가 만나는 어르신들 모두를 나는 어른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간으로서 개인이 갖는 교양이 있을 때, 나는 그를 어른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어른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 생긴다. 사람이라면 어느 때고 혼란스러운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그건 나의 부모님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당신의 어른은 누구입니까?” 하고 물으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노.”가 그것이다. 어른의 어른이 없는 게 당연해진 세상인 것이다. 그 한계는 우리가 지정해 놓은 어른의 기준이 물리적 나이에 한정되기 때문이 아닐까?

앞서 언급한 시(詩), 예(禮), 악(樂)처럼 세상의 이치에 유연하게 맞설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보통 세상을 많이 경험한 어르신에 한정해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나에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나에게 영감을 주는 그 사람이 곧 나의 어른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연인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어른이고 싶다.

많은 나이차가 나는 나의 연인을 보며 사람들은 “도둑놈.”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싫어한다. 만약 나의 연인이 도둑놈이라면 나는 장물이 되는 건가? 어떤 희생자가 되는 건가? 이런 말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나는 되묻는다. “제가 장물인가요? 희생자인가요?” 그러면 그들은 뒤늦게 나의 속마음을 알아채고 주춤 물러선다. 나는 도둑놈에게 잡혀 온 인질도 아니고 장물도 아니다. 나라는 사람이 선택한 사람이 나의 연인이고, 연인이 선택한 사람이 나일뿐이다. 신경이 예민한 편인 나는 하루의 에너지를 그 대화에서 탕진하고야 만다. 

집에 돌아와서 그는 내게 말한다. “륜휘 씨, 오늘 어른 같았어요.” 미안해하며 건네는 위로의 말이 저 모양이다. 근데 나 저 말이 너무 좋다. 나를 교양 있는 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는 말이기에 그렇다. 나는 ‘어른’을 좋아한다. 내가 어른이 되는 것은 너무 기분 좋은 일이다. 누군가에게 삼십대는 너무나 불안정하고 흔들려서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늙은 삼십대도 젊은 삼십대도 어른으로 존재하는 삼십대를 보내었으면 한다. 어느 곳에서나 어른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는 어른의 어른이 되는 나를 기대해 본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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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10-07 04:37:59
유교의 으뜸 경전은 시경.서경.역경.예기.춘추의 오경과 논어.중용.대학.맹자 사서가 공통됩니다. 세계화시대고, 유교가 국교이던 조선.대한제국이 불교Monkey일본에 강제 점령당한후, 일제 강점기에 강제 포교된 일본 신도(불교), 불교, 기독교가 종교주권은 없는채, 이어지고 있는 복잡한 한국 현대사회입니다. 이러한 혼란한 시대에는 상대방에 대해, 전혀 모르던것을 알아야 합니다. 유교사회에서 모르거나, 도외시하던 많은 철학들(유교에서 파생된 무속신앙, 노장사상, 불교등)! 그리고 서유럽과 중남미의 세계종교인 가톨릭은 동아시아 수천년 세계종교인 유교와 하느님숭배 및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가르침이 비슷합니다. 하느님[유교의 天은 하늘(하느님]!. @유교 경전인 詩經은 하느님[天, 하늘(하느님)]이 만백성을 낳으
윤진한 2021-10-07 04:38:32
낳으신점(天生蒸民)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톨릭의 하느님이나 천주님도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개념이 비슷합니다. 공자님은 하늘에 죄지으면 빌곳이 없다고 경고하시고, 깨우치신 天命을 가르치시고, 하늘이 공자님께 부여한 덕(德)을 바탕으로, 도덕정치의 밑바탕이 된 인의예지신을 가르치시고, 공맹의 가르침은 삼강오륜을 낳아, 모든 동아시아 통치자들은 공자님이 제시하신 군자의 가르침을 따르기 열망하며(실제로 군자로 추증되려면 후세에 유림들의 합의나 국가의 법으로 추증되어야 인정됨) 노력해 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성인이나 군자는 공자님과 그 이전의 성인이신 요.순.우.탕, 문.무.주공정도로 한정하여왔습니다.후세의 중국 황제나 제후들은 유교의 최고 제사장과 정치.군사의 최고 통치자로 군림할수는 있어도, 성인이나 군자칭호를
윤진한 2021-10-07 04:39:26
군자칭호를 부여받지는 못했습니다. 오직 동아시아 세계종교 유교만 믿으며 중심으로 삼고, 서유럽의 가톨릭같은 세계종교도 이해하면서(비교종교학 방식으로), 군자의 길을 배우고 익히다보면, 자기 지위에 맞게 後學성격 儒生.儒林,유교도의 위치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하느님(天)을 숭배하고 神明(천지의 신령)을 섬기며,조상에 제사하며, 공자님의 가르침을 배우면서,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는 유교의 수천년 전통은 범위를 넓혀 남에게도 부모와 같은 노인공경.연장자 존대, 형제.자매와 같은 너그러움.인자함을 넓히도록 기반을 조성해 왔습니다. 이웃이 어렵고, 과부나 부모가 일찍 죽은 아이는 국가나 마을이 포용하는 유교 전통은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좋은 전통입니다.
구자홍 2021-10-06 20:05:47
잘하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