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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일상의 발견] 그리움도 병
2021. 06. 22 by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뉴스사천=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할아버지가 없는 할아버지 길에서 할아버지를 불러 본다. 할머니가 잠들어 계신 곳이 보이는 고갯길에서 할머니를 불러 본다. 서른셋이나 먹어 놓고는 길 위에서 엉엉 울어도 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다 일찍 하늘나라 가버려서 속상해서 운다. 공방에 앉아 있는 시간이 괴로워진다. 삶의 투정은 의욕을 앗아가고 병을 남긴다.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반갑다. 여전히 살아있는 감정에 감사함을 느낀다. 우습게도 그리움이라는 병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운다고 하지만 한 시간 우는 것도 아니다. 맨날 우는 것도 아니다. 함께 했던 순간들로 마음속에서 더욱 단단한 인연을 만든다. 내 하늘나라가 근사한 이유는 나보다 먼저 가버린 근사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감정을 믿는다. 어떤 이들은 첫인상으로 대상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하곤 한다.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다. 첫인상이란 것은 조작이 쉬운 것이기에 그렇고, 첫인상은 너무 편협할 수 있다는 경험적 한계도 있다. 대화와 만남의 지속 속에서 쌓여가는 감정이야말로 사람을 알게 되는 즐거운 방법이다. 

지난 연재에서 찾던 고물상 할아버지는 급성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하지만 그가 좋은 친구인 이유는 우리의 눈인사 속에서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쌓아둔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할아버지가 루니를 사랑했다고 느낀다. 그건 공방 밖에서 나를 찾는 눈길 속에서도 느낄 수 있고, 딸내미가 끓여 놓는 맛없는 생강차를 다 마시고야 마는 그를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오래도록 머무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의 친구들은 너무 늙었거나, 너무 어리다. 때론 종을 초월하고는 한다. 길고양이에게 내 속을 내비치며, 눈인사 받으며 위로 받기도 하니 말이다. 

또래가 존재한 적 없는 친구 목록을 보며 의문스러움을 가졌다. 그래서 친구를 만드는 앱을 깔아보았다. 또래들이 많았고 직접 만나 이야기도 나눠보았다. 그들은 치열했고 세상을 다 아는 척 했다. 그래서 또래와 있으면 쉽게 세상이 지루해지고 궁금하지 않았다. 그와 달리 내 친구들은 세상을 그들보다 더 오래 살았지만 세상을 아는 체 하지도 않았고 매일 봐도 서로가 새로웠다. 그래서 또래는 시시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나의 친구들은 나이가 많고 조금 말은 어눌해도 거짓부렁을 하면 부끄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내비치는 용감함도 있다. 나는 한 때 우리 아버지가 ‘어부’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그 부끄러운 마음을 당당하게 내비칠 때 스스로가 강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용감하다는 것이다. 

그리움도 병이라고 하늘나라 가버린 친구들 덕분에 글을 쓰게 되었다. 곧 할머니의 두 번째 제사가 돌아오고 있다. 여름이 돌아오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여름에 나는 두 친구를 잃었지만 난 그들을 생각할 수 있는 이 여름을 사랑한다. 이 여름을 같이 못 보낸 친구들에게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더욱 더 여름을 사랑하게 된다. 

삼천포의 여름은 또 얼마나 열정적일지 올 해의 여름이 기대된다. 남일대 해수욕장에 발이 닳도록 갈 예정이며, 이제 뱃살을 걱정하며 수영복을 고르지도 않을 예정이다. 마음에 드는 멋진 수영복 입고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파도타기를 해야지. 

친구들아, 나는 잘 있으니 그곳의 여름을 잘 보내기를.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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