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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일상의 발견] 목련이 폈나 '봄'
2021. 03. 23 by 구륜휘
목련.
목련.

[뉴스사천=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자연의 굴레는 차곡차곡 순환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의 굴레처럼 말이다. 자연과 인간은 매일 매일 순환한다. 각산골에서 동금동까지 걸어서 출근하는 일. 삼천포 동파 앞에는 목련이 만개했다. 내가 걷는 자리마다 동쪽이었나 보다. 걸음 닿는 데마다 햇볕이 짱짱했다. 목련이 송이송이 핀 아래에 그늘이 질 정도로 피어났다. 목련이 필 무렵이면 꽃샘추위가 시작되는 법이었는데 여느 때와 다른 순환이 시작되었다. 목련의 꽃잎들은 사람들 발길에 밟혀 이미 처량하게 시드는 중이었다. 

꽃샘추위가 사라지기도 하고 뒤쳐지기도 하는 요상한 봄날이 찾아왔다. 목련이 질 무렵이 기다려지는 봄날이다. 부디 그 날에는 예년처럼 꽃샘추위가 나를 데웠으면 한다. 지난 한겨울이 지나고 찾아오는 봄은 여전히 꽃들로 가득하다. 꽃을 보고 들뜬 마음으로 시작하는 봄, 난데없이 추위가 그리워졌다.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고 걷는 길이 너무 따뜻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2021년의 봄이다. 

칼바람이라 했다. 겨울의 평범한 추위보다 봄날의 추위는 더 매서워 패딩을 입고 다녔었다. 긴 패딩에 목도리를 둘러메고 목련이 지는 사진을 찍었었다. 흰 뭉툭한 꽃잎들이 눈처럼 새하얗게 지지는 않았다. 멍든듯이 꽃자리 그곳에서 가만히 감색으로 색이 변했다. 다른 꽃들은 여념없이 환하게 피어났고 목련만 덩그러니 변해갔다. 엄마는 목련이 처량해보인다고 했다. 정확한 그 말에 놀라서 나는 목련은 처량하게 진다를 속담처럼 외고 다녔다. 하얀 잎들을 보자면 저것이 상아빛도 아니요, 온전한 백색도 아닌 아름다운 목련 빛이 그렇게 진다고. 

일상 속 발견의 기쁨을 이 공간에 채우려고 한다. 오늘 내가 발견한 동파 앞 목련 속에서 나는 꽃샘추위를 발견하고자 했다. 날씨가 오다가 늦을 수도 있고, 많이 더 늦을 수도 있겠지. 근데 꽃샘추위가 없는 봄이라면 너무 심각해질 것 같다. 겨울이랑 작별한 적도 없는데 이렇게 가버리는 것도 서운하다. 

“이제 겨울이 간 것 같아요.”

친구 구구가 말했다. 그 말을 못들은 척 넘겼다. 아직 우리가 인사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꽃샘추위로 겨울이 “나, 간다.” 외치기 전까지 나는 겨울을 그리워 할 예정이다. 사람들의 사진첩에 꽃이 쌓일 때 예전처럼 추위도 더불어 오길 바란다. 내가 살아 온 인생과 자연의 약속은 그런 것이다. 춥지 않은 겨울이 서운하고, 늦어진 장마가 밉다. 자연이 보내는 경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프면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몸의 신호처럼 말이다. 귀 기울여 들어보고 눈 여겨 통찰해 보자. 

자연 속 한 사람이 자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육식을 하지 않는 페스토 비건을 실천 중에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이 있다면 직접 싸먹는 온갖 야채 김밥이 너무 맛있다는 것. 또, 죽 종류를 간편하게 만들어 먹으면 위에 부담도 되지 않는 다는 점이 있겠다.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 견과류를 챙겨 먹는 다는 것과 두유와 두부를 자주 찾게 되었다.  

언젠가 내 친구 구구에게 이런 말을 듣고 싶다.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륜휘 씨, 꽃샘추위가 왔네요.” 

그 말을 듣게 된다면 나는 패딩을 입고 목도리를 두를 것이다. 그렇게 뜨겁게 안녕을 겨울과 하고 싶은 마음이며 자연과 약속하는 마음이다. 

우리 꽃샘추위 인증샷 남기는 건 어때요? 

그 찬 봄날 목도리를 두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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