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현명한 사천시민들.. 시는 ‘면죄부’ 착각 말아야

사천지역 한 비영리민간단체인 사천포럼이 정만규 사천시장을 상대로 주민소환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 시장 입장에선 명예롭지 못한 ‘주민소환’ 이야기가 가능한 확대 재생산 되지 않도록 입막음 하고 싶고, 반면 사천포럼 입장에선 어떻게든 지역 이슈를 만들어 정 시장의 시정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눈치다.

그러나 주민소환 이야기가 처음 알려진 뒤 20일 남짓 지나고 있는 지금, 분위기는 양측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즉 ‘주민소환’이 갖는 상징성 탓에 정 시장의 ‘초기진화’ 뜻과 무관하게 이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가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반대로 주민소환이란 ‘센’ 카드를 꺼내놓고 지역사회 여론을 살피고자 했던 사천포럼은 단체 내부에서 조차 갑론을박 의견이 분분한 상태로, 내홍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 언론으로부터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시민들은 “적절한 주장”이라는 옹호보다 “무리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더 가하는 모양새다.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음이다.

주민소환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만규 시장(사진 오른쪽)과 이원섭 사천포럼 대표.
‘정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주장이 지역사회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는 아마도 사천포럼에서 꼽은 주민소환 이유에 있을 것이다. 사천포럼이 든 주민소환 이유는 ‘무능한 행정력과 독선적 업무’였다. 그리고 구체적 예를 6가지 들었는데, △무리한 경남도체 유치 △남강댐 피해대책 활동 미흡 △항공국가산단 이원화 추진 △행정통합 문제에 소극적 대응 △사천공항 활성화에 소극적 △사천읍성 관리정책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주민소환이란 게 뭔가. 선거구 주민들이 직접 뽑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을 임기가 끝나기 전 다시 한 번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제도다. 물론 그만큼 조건이 까다롭다. 사천시장처럼 기초단체장일 경우 주민소환 청구권자 15%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고, 주민소환을 묻는 투표에서도 전체 선거권자 총 수의 3분의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유효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

참고로 2007년7월에 주민소환제도가 도입된 이후 전국에서 주민소환이 거론된 지자체는 수 십 곳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투표로 이어진 곳은 경기 하남시와 제주도, 그리고 지난 16일 있었던 경기 과천시까지 세 군데에 불과했다. 그나마 세 곳 모두 투표율이 33.3%(3분의1)에 못 미쳐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끝내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주민소환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주민소환 이유를 법률에서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은 까닭에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지역분열과 과다한 투표비용 발생 등 문제점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사천포럼이 꼽은 주민소환 6가지 이유.. '약하다'

이쯤에서 사천시로 돌아와 보자. 사천포럼이 제기한 6가지 이유 가운데 주민소환에 이를 만큼 분명한 잘못으로 꼽을 수 있는 게 어떤 걸까. 이는 분명 사천의 선거권자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볼 때 크게 공감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물론 국가항공산단 지구지정을 두고 지역별로 갈등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어찌됐건 정부에 국가산단지정을 건의한지 1년 가까이 지났고,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체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나머지 것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경남도체 유치 문제는 현재진행형으로서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이다. 사천시의회가 도체유치 건의안을 냈다고는 하나 당초 계획했던 230억 원의 예산안이 점점 증가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인정하는 공인2종 종합경기장을 조성할 경우 관리 문제가 새롭게 발생한다. 이는 생활체육인들이 경기장 이용에 제한을 받는다는 것으로, 처음엔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다. 또 도체 개최 연도를 2013년으로 정함으로써, 짧은 기간에 사천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는 부담도 갖게 됐다.

따라서 경남도체 유치 문제는 지역사회 안팎에서 충분히 토론하고 검토한 뒤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그렇다고 이를 이유로 사천포럼이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것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사천시의 ‘2013년 경남도체 유치’ 움직임에 사천포럼이 지금까지 어떤 문제제기를 했으며, 어떤 대안을 내놓으려 애썼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천포럼은 이제부터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사천시와 치열한 논쟁을 벌여나가길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사태를 차분하고도 냉정하게 지켜보는 사천시민들의 시민의식에 박수를 보낸다.

주민소환 않더라도 '면죄부'라 여기면 곤란

끝으로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사천포럼의 주민소환 추진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알 수 없지만 다른 지자체 사례에서 보듯이 쉽지 않은 길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주민소환이 유야무야 됐다고 해서 사천시 또는 정 시장이 사천포럼에서 제기한 문제제기로부터 완전한 면죄부를 받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방자치시대에 주민소환제도는 민주와 자치의 최후 보루다. 주민소환이란 불명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길은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정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개선할 바가 없는지 살피는 데 있다. 나아가 아무리 작은 개인과 단체라도 그 주장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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