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네의 한과 눈물이 서린 곳 '제주도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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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네의 한과 눈물이 서린 곳 '제주도 밭'
  • 갯가 시민기자
  • 승인 2011.11.07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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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제주 올레길>(7) 짧고 험한 길 9코스 '안덕계곡'

<혼자 떠나는 제주 올레길>이 글은 '갯가' 시민기자님이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제주 올레길을 도보로 여행한 뒤 자신의 블로거에 올린 것으로, 이를 일부 고쳐 뉴스사천에 다시 올려주셨습니다. -편집자-

전날 제법 많은 술을 마셨으나 아침 일찍 잠이 깨어 빨래를 챙기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8시 30분 경 올레길을 나섰다.

▲ 전날 숙소인 게스트 하우스. 숙박비도 저렴하고 시설도 깔끔했다.
해안절벽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거의 산행 수준의 거칠고 험한 길이 이어졌다. 어떤 곳은 절벽 130미터라는 안내 문구도 붙었는데, 그런 곳의 척박한 자갈 땅에서도 나이 드신 어른께서 트랙터로 농사 준비를 하고 계신다. 흙을 파는 건지 자갈을 파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고 트랙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고 돌멩이의 충격으로 요동을 친다. 그렇게 척박한 땅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곳이 제주도인 모양이다.

제주도의 밭은 제주도 여인네의 한과 눈물이 서린 곳이란다. 치워도 치워도 끝없이 나오는 돌멩이는 시집온 새댁에게는 무시무시한 상대였고 그렇게 해년 해매다 돌멩이를 치워도 맨땅에 삽질을 하면 바닥에는 돌이 부딪히는 곳이 제주도란다. 남자 보다는 여자에게 더더욱 가혹한 땅이 제주도란다. 철썩이는 파도와 함께 걷다가 바닷가 절벽길을 지나 울창한 소나무 숲을 통과하니 시야가 트이면서 갑자기 거대한 건물이 나타난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건물이라고 생각드는데 청주 성님께서 컨벤션센터란다.

▲ 앞서 가는 청주 성님과 서울 누님
컨벤션센터를 지나니 중문 관광단지가 나온다. 중문 관광단지 바닷가의 해녀의 집에서 잠시 쉬면서 해물 안주로 소주를 나누고 이어진 중문해수욕장을 지나 바닷가길로 계속 걸었다.

▲ 중문해수욕장을 지나 안덕계곡으로 가는길

바닷가 고갯길을 내려 서니 안덕계곡 입구가 나타난다. 안내자료상 올레 코스 중에서 가장 짧은 코스 8.8킬로이다. 별 다른 생각 없이 안덕계곡으로 들어섰다. 근데 이건 상당히 험한 산행코스이다. 10여분 걷다 보니 왜 이렇게 짦은 코스를 1구간으로 만들었는지 곧바로 이해가 되었다.

길도 험하고 위험한 절벽길도 많았지만 제주도에서만 볼수 있는 특이한 구조의 계곡이었다. 한라산에서 부터 이어진 계곡은 아닌것 같고 해안으로 가까워지면서 용천수가 뿜어져 나오면서 평지 중간에서부터 계곡이 시작된 것 같다. 실제 안덕계곡을 걸을 때 중간 중간 바위틈에서 용천수가 뿜어져 나와 그냥 식수로 사용하기도 하고 잠시 쉬면서 머리도 감고 발도 씻으면서 쉬기도 하였다.

▲ 안덕계곡의 풍광
안덕계곡을 빠져 나와 늦은 오후에 오늘의 목적지 화순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그늘에 배낭을 풀고 캔맥주 한 개씩 나누어 마시고 이리 저리 둘러 보다가 가게에서 민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남자들만 있었으면 민박비를 깎지 못했을 건데, 서울 누님이 주인과 흥정을 해 가격을 깎았다.

짐을 풀고 청주 성님과 둘이서 삼겹살을 사러 길을 나섰다. 한 10분 정도 가면 삼겹살 가게가 나온다는 민박집 주인말만 믿고 나섰는데, 한창 오르막길을 올라야해 하루 종일 시달린 몸이 더더욱 힘들었지만 오로지 삼겹살에 '쏘주' 한 잔 걸칠 거란 일념으로 열심히 다리 품을 팔았다.

민박집 마당에서 밥을 짓고 김치찌게를 끓이고 삼겹살을 구워 밤하늘의 별과 함께 만찬이 벌어졌다. 올레꾼 치고 우리만큼 맛나고 푸지게 저녁을 먹는 사람이 있을까. 한창 먹는데 옆 방에 젊은이가 혼자 들길래 함께 초대해서 술도 나누고 세상 사는 얘기도 나누면서 제주 올레 엿세째의 밤이 깊어 갔다.

청주 성님과 서울 누님이 내일 갈길이 먼데 너무 무리하지 말자며 자리를 정리했지만 혼자서 술도 고프고 밤하늘에 초롱초롱한 별빛도 아름다워 하모니카를 들고 살며시 숙소를 빠져나와 민박집가게 옆 라운지에서 혼자 하모니카를 부는데 그냥 지나 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하모니카 즉석 공연장이 되었다.

분위기가 죽여 준다며 캔맥주를 사가지고 와서 사기를 돋구어 주는 분도 있고,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박수로 마음을 전해주기도 해 밤 늦도록 어울리면 놀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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