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제주 올레길>(4) 5코스 끝내고 서귀포 입성

<혼자 떠나는 제주 올레길>이 글은 '갯가' 시민기자님이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제주 올레길을 도보로 여행한 뒤 자신의 블로거에 올린 것으로, 이를 일부 고쳐 뉴스사천에 다시 올려주셨습니다. -편집자-

아침 7시경 찜질방에서 잠을 깨고 배낭을 챙긴 후 간단한 아침밥을 먹고 찜질방을 나서니 비가 장난이 아니다. 나는 등산용 우의를 챙겨 왔으나 청주 성님은 대충 비만 가릴 정도여서 불안했는데 다행히 찜질방 가까이 버스 정류장이 있어 버스를 타고 4코스 시작점인 남원포구로 향했다. 오름이 많아 비오는 날 걷기 힘들거라며 3,4코스를 생략하기로하고 마음을 맞추었다.

남원 포구 가까이 오자 다행히 비는 거치고 해안을 따라 열심히 걷는데 큰엉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큰엉이란 길이 2.2km ,높이 15-20m  해안 절벽 산책길로 마지막엔 절벽 바위에 크다란 구멍(엉)이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과연 남원 관광지구로 지정될 만할 정도로 경치가 뛰어났다. 또한 바닷가 절벽길을 누구나 산책하기 쉽게 잘 정비되어 있었고 많은 올레꾼들이 해안 경치를 즐기며 부지런히 길을 가고 있었다.

▲ 비에 촉촉히 젖은 큰엉 가는 길 앞선 분이 청주 성님이다.
▲ 해안 절벽 산책길로 마지막엔 절벽 바위에 크다란 구멍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큰엉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여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고 산책로 바로 아래 절벽에는 거친 파도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철썩이고 있었다.

▲ 큰엉에서 되돌아본 길

 부지런히 걸어 몇개의 해안 마을을 지나고 올레꾼을 위해 한적한 바닷가에 지어놓은 정자에 배낭을 풀고 청주성님이 누룽지를 끓여 점심을 때웠다, 속으론 '야! 이 곳이 진짜 혼자서 조용히 야영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라는 색각이 들었다.

▲ 점심으로 누룽지를 먹은 장소인 숲속 정자에서 바라다 본 제주 바다

부지런히 걸어 해미마을의 동백나무군락지를 지나 오후 3시경 5코스 종점인 쇠소깍에 도착했다. 그냥 경상도 말로 내 멋대로 풀이하면, 바닷물이 쇠를 깎을 정도여서 민물이 내려오는 바위를 깎고 깎아 마치 커다란 바위계곡 속의 바다강을 만든 곳이라고 제멋대로 이름의 유래를 끼어맞추었다.

▲ 쇠소깍 전경

쇠소깍 입구에는 통나무로 만든 전통 뗏목인 태우를 시범 운행하고 있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 통나무를 엮어 만들었기 때문에 발바닥이 물에 들어갈락 말락 해서 모두다 신발을 벗고 있었다.

쇠소깍 입구 정자에서 잠시 쉬면서 막걸리와 해물 파전을 시켜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연세드신 올레군들이 바닷가 정자에서 쉬면서 인사를 건네 정자에 앉으니 소주도 한잔 권하신다. 다들 제주 분들이란다. 소주를 얻어 마시면서 그냥 나오기가 뭣해서 비장의 무기 하모니카를 꺼내 흘러간 옛노래를 한 곡조 불러제끼니 잘한다고 열심히 호응해 주신다.

다시 서귀포시 쪽으로 길을 재촉하는데 해가 벌써 '뉘엿뉘엿'이다. 올레길을 따라 걷다 보니 편안한 평지길을 버려두고 해안가의 숲속길만 골라서 돌고 돌았다. 땀도 흐르고 지쳐가는데 서귀포 입구 언덕을 넘어서자 모자가 날려갈 정도로 '써언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아닌가! 맞바람을 안고 걸으니 기분은 시원하다 못해 통쾌했다.

▲ 노을지는 해안가 풍경.

서귀포 가는 길! 멀리 노을 뒤가 서귀포 시가지다.

거의 어두워진 상태에서 소정방 폭포에 들러 사진을 찍었으나 컴컴하게 나왔다. 정방 폭포 근처의 서귀포 관광안내소에 가니 막 직원분이 퇴근할려고 하다가 그래도 좋은 얼굴로 맞이하시며 친절하게 관광 안내지도까지 펴가면서 숙박할려는 찜질방을 안내해 주신다.

밤이되어 서귀포 중심가에 도착해서 이리 저리 둘러 보다 의기투합 꼼장어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배고픈 나그네에게 꼼장어 구이는 호사였고 맵싸한 그 맛에 소주는 절로 넘어가 세 병을 비운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택시를 타고 찜질방에 도착, 고단한 제주에서의 셋째 날 여정을 마쳤다.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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