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하고 속도감 넘치는 영화, '한때는 나도 신궁이었는데..'

 

▲ 최종병기 활 포스터 ⓒ (주)다세포클럽 / (주)디씨지플러스

“두려움은 즉시하면 그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역적의 자손이자 조선 최고의 신궁 남이(박해일), 남이에겐 하나 밖에 없는 피붙이 누이 자인(문채원), 청나라 정예부대(니루) 군사들과 니루의 명장 쥬신타(류승룡)가 쫓고 쫓기며 숨 막히는 접전을 벌이다 마지막 대결을 펼치는 순간. 호흡이 멈춰질 듯 긴박한 상황에 나오는 명대사다.

주인공 남이는 아버지가 물려준 활을 태산처럼 받들고, 호랑이 꼬리처럼 말아 쏘면서 청나라 정예부대 병사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숨 막힐 정도의 속도감으로 화면 가득 펼쳐지는 ‘최종병기 활’은 어느새 누적 관객 600만을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최종병기 활은 한마디로 흥미진진한 영화다. 경쾌하고 속도감 넘치는 액션 장면들이 쉼 없이 이어진다. 한국 영화 최초로 활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라 더욱더 주목을 받고 있다. 올림픽 경기에서 양궁 선수들이 최고의 인기를 끄는 것처럼. 활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액션 장면과 경쾌하고 흥미진진한 줄거리가 영화의 인기 비결인 듯하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1636년(인조14년) 청나라가 조선을 재차 침략해 오면서 시작된 병자호란이다. 청나라의 침략으로 다급해진 인조는 왕비와 후궁들을 강화도로 피신시킨 후 자신은 신하들과 함께 남한산성으로 들어간다. 성 내에는 군사 1만 3000명에 50일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식량이 전부다. 이를 눈치 챈 청 태종은 남한산성 아래 탄천에 20만 대군을 집결시킨다. 병자년은 유난히 혹독한 추위가 닥쳐온 해다. 장수와 군사들은 물론이고 백성들도 굶어 죽고 얼어 죽는 상황이 이어진다.

▲ 끌려가는 민초들 ⓒ (주)다세포클럽 / (주)디씨지플러스

결국 인조는 세자와 함께 삼전도에서 굴욕적인 맹세를 행한 뒤 한양으로 돌아오고, 청은 조선의 세자·빈궁·봉림대군을 볼모로 삼고 척화를 주장한 대신들을 잡아 심양으로 돌아가면서 전쟁은 일단락된다.

병자호란에서 조선은 엄청난 치욕을 당하며 패배했지만, 조선 최고의 신궁 남이는 백성과 민초들을 고난에서 구해내며 극적인 승리를 거둔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문득 든 옛날 생각. 나도 어릴 때 신궁이란 소릴 들은 적이 있었는데... 활을 쏴서 작은 새도 잡았었지. 들로 산으로 사냥하러 쏘다니면서 궁사 흉내도 제법 냈었고.

▲ 조선 신궁 남이 ⓒ (주)다세포클럽 / (주)디씨지플러스

옛날 기억을 더듬어 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본다. 작고 튼튼한 대나무를 베어와 가운데 부분을 적당히 불에 달군 후 양쪽을 잡고 구부리면 활 모양이 나온다. 다음에는 양쪽 끝에 닥나무 껍질을 꼬아 만든 활줄을 감으면 훌륭한 활이 탄생한다. 손목 힘에 따라 큰 활을 만들어도 되고, 자기 덩치에 맞는 작은 활을 만들어도 된다.

화살은 무엇으로 만들까? 용도에 따라 여러 재료가 동원된다. 친구들과 활 싸움 놀이를 즐기려면 대마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대마는 사천 촌 말로 ‘제럽대’라 불렀다. 그 시절엔 집집마다 대마를 많이 키웠다. 삼베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마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하게 멀리 쏘는 화살은 이대가 최고다. 이대는 대의 일종인데, 옛 읍성 근처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대는 사천 촌 말로 ‘수늘대’라 불렀다. 마디가 거의 없으면서도 곧게 자라 강력한 화살대를 만드는 데는 이대가 제격이다. 이대로 만든 화살로 싸움을 벌이면 자칫 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어서 아이들은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화살이었다. 어른들은 사냥용으로 만들기도 했었던듯하다.

▲ 조선의 여신궁 자인 ⓒ (주)다세포클럽 / (주)디씨지플러스

대마도 이대도 없으면 임시방편으로 싸릿대를 화살 재료로 삼기도 했다. 곧게 뻗은 싸릿대는 너무 무거워서 화살대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야산에 가면 구하기는 쉬웠기 때문이다.

그 시절 활 만드는 일에 신명을 바쳤던 이유가 자못 궁금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순신 장군이 우리 민족 최고의 영웅으로 모셔지던 시절이라 존경해 마지않던 이 장군의 활 솜씨를 흉내 내어 보려는 목적이 크게 작용했던 모양이다. ‘전투’라는 영화가 큰 인기를 끌면서부터는 총 만드는데 신명을 바쳤던 기억도 새삼 떠오른다. 총 싸움 하다가 낫으로 베어내고 뾰족하게 남아있던 소나무 가지가 허벅지에 박혀 몹시 아픈 기억도 있다. 그러고 보니 30~40 여 년 전 옛날이야기다.

▲ 일촉즉발의 순간 ⓒ (주)다세포클럽 / (주)디씨지플러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간다. 하여튼 최종병기 활은 흥미진진하면서 재밌는 영화다. 광활한 초원을 누비며 말 타고 활쏘던 유목민족의 피가 우리 몸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어서일까? 말 타고, 활 쏘는 영화는 보면 볼수록 흥미가 더해진다. 잔인하게 사람 죽이는 장면, 호랑이가 나타나 청나라 정예부대를 죽이고 혼내는 CG장면 같은 옥에 티만 좀더 세련되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런 추세라면 사극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훌쩍 넘겼던 ‘왕의 남자’도 뛰어넘을 태세다. 최종병기 활, 참 괜찮은 영화다.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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