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발' 그리고 63빌딩 수족관의 탐험

서울 반포대교에서 바라본 63빌딩 모습
결혼생활 10년. IMF 광풍이 우리나라를 한창 휩쓸었던 98년 말, 스물여덟 밖에 되지 않았던 그 당시 경기도 김포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 벌써 10년이 됐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에게는 참 기나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포에서 인천으로 그리고 진주로, 지난 8월에는 사천으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뉴스사천이라는 새 보금자리로 옮기기까지 10년 가까이 앵커와 취재기자로 방송생활을 하면서 항상 제 옆을 묵묵히 지키고 있던 제 아내와 두 딸에게 일을 핑계로 무심할 정도로 소홀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우리 가족이 저에게 기대할 만큼 충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그만 제 가정사를 폭로(?)하게 돼 버렸네요.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결혼 10년 만에 우리 가족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동안 우리 가족이 함께할 시간의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혼 10주년을 맞아서 아내와 두 딸의 제안으로 서울로 떠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오른쪽) 유리벽 밑으로 다양한 어류들을 볼 수 있도록 해놨다.
서울 가기 하루 전날부터 두 딸은 무척 들떠 있었습니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초등학생 2학년인 큰 딸 윤정이는 잠이 안 온다며 제방과 거실을 들락날락 했죠.

서울로 떠나기 전, 63빌딩과 남산, 대학로 그리고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가기로 아내와 나름대로 계획을 짰습니다.

일정 중에 대학로를 선택한 것은 제가 서울에 있을 당시 소극장이 밀집해 있던 그 곳에서 연극 공연을 가끔씩 봤는데, 아내와 두 딸에게도 그 때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어섭니다.

출발하기 이전에 큰 딸 윤정이와 약속한 게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겪었던 체험과 느낌들을 엮은 신문을 만들어서 방학 숙제로 제출하기로 한 것입니다. 윤정이는 멋들어지게 만들어서 꼭 상을 타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더군요. 제가 조금은 도와주겠지만 그 녀석의 희망대로 될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63빌딩 수족관에 있는 다양한 어류들
우리 가족은 오전 일찍 짐을 챙겨서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첫 행선지인 63빌딩으로 곧 바로 이동을 했습니다. 63빌딩 전망대와 아이맥스 영화, 수족관 이렇게 다 둘러보고 싶었는데 입장료가 만만치 않더군요. 4인 가족 기준으로 십 수여만원이나 됐습니다. 한정된 돈에서 지출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수족관만 보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주말이라선지 63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수족관에는 가족과 함께 온 관광객들로 붐볐습니다. 앞서서 적었지만 우리 가족은 여기가 처음이다 보니 수족관 안의 다양한 종류의 어류들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시골에서 금방 올라온 촌놈(?)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간간히 펼쳐지는 물개들의 현란한 쇼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붐볐는데 TV에서 본 장면하고는 또 다른 묘미가 있더군요. 우리 가족은 한 장면 한 장면 놓칠세라 수족관 유리벽이 깨질(?)정도로 유심히 관람했습니다.

어류와 물개들의 흥미로운 쇼에 관람객들이 많이 몰렸다.
63빌딩 수족관의 또 다른 관심거리는 아마 여러분들도 한번쯤은 TV에서 보았을 닥터피쉬입니다. 피부에 좋다는 이유로 한 때 큰 인기를 끌었던 어류죠. 최근에 그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닥터피쉬의 인기는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만큼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닥터피쉬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투명한 네모 상장에 손가락을 넣을 수 있도록 해 놨는데 우리 가족 모두 호기심어린 눈으로 직접 손가락을 그 상장에 넣어 봤습니다. 겁이 많은 윤정이는 무서워서 못하다가 작은 딸 송민이가 대담하게 손가락을 넣는걸 보더니 안심하고 하더군요.

십 여 마리의 닥터피쉬가 손가락으로 몰려들더니 피부에 붙은 뭔가를 열심히 떼어 먹는 것 같았는데, 아내의 얘기로는 피부에 붙은 피질을 먹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간지러워서 금방 손가락을 뺐습니다. 하지만 우리 딸들은 재미있는지 계속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더군요.

닥터피쉬가 있는 상자안에 손가락을 넣은 윤정이가 즐거워 하고 있다.
수족관의 맨 마지막코스로 다양한 파충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길이가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뱀부터 2미터가 넘는 아나콘다까지 여러 종류의 뱀과 도마뱀 들을 전시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다른 어류보다 이곳의 파충류는 측은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큰 몸집에 비해 파충류의 갇혀 있는 방은 가로 세로로 4, 50센티미터에 불과해서 동물들이 거의 미동을 하지 않은 채 마치 병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63빌딩을 뒤로하고 다음 행선지인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수족관에 온 기념으로 찍은 사진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