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꿈꾸며> ‘오매불망 기다리던 맏배, 첫 달걀을 얻다’

▲ 굴러다니던 목재를 재활용하여 큰길가 농장 입구에 간판도 세웠다.

<건강한 삶을 꿈꾸며> 이 글은 최근 귀농한 오영환 님이 그의 고민과 경험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올리는 것입니다.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편집자-

달구(닭의 나이는 주령으로 헤아린다. 일반적으로 달구가 첫 알, 초란을 낳는 나이는 17주령이 되었을 때, 쉽게 말해 부화한 날로부터 120일 가량의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생명의 땅’에 들어온 달구들은 10주령에 들어왔기에 대략 두 달을 더 키우며 기다려야 첫 알을 얻을 수 있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자기가 가꾸는 농작물을 자주 그리고 주의 깊게, 자식을 보살피듯 사랑을 갖고 돌보아야 한다는 것일 터, 이를 실천하며 오매불망 첫 알, 맏배를 기다렸다.

새들이 그러하듯 달구도 빛에 아주 민감하다. 그래서 먼동이 트면 수탉이 가장 먼저 “꼬끼오~”하며 홰를 친다. 반대로 해가 지면 자리를 잡은 곳에서 꼼짝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찍 활동하는 달구를 돌보는 농사꾼의 마음은 물론, 손길과 발길이 무척 바쁘다.

수탉의 홰 소리에 아직 잠이 가시지 않은 두 눈을 비비며 모이주고, 물을 주고, 간식거리로 넓은 잎(달구들은 넓은 잎을 잘 먹는다)의 싱싱한 풀을 베어와 먹기 좋게 잘게 썰어준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나에게도 여유가 생긴다.
 

▲ 고추, 오이, 호박, 수박, 토마토를 심고, 상추, 해바라기, 코스모스 씨를 뿌렸다.

첫 알, 초란을 기다리며 틈틈이 농장의 자투리땅을 가꾸기 시작했다. 고추, 오이, 호박, 수박, 토마토를 심고, 상추, 해바라기, 코스모스 씨를 뿌렸다. 간판도 만들어 세우고, 솟대도 세웠다.

▲ 솟대, 생명이 다하여 쓰러져있는 아카시아 나무를 뽑아 뿌리 부분의 썩은 껍질을 간단하게 손질하니 신기하게도 닭의 모양을 하고 있다.

닭장을 준비하는 동안 마른 잡초가 무성하여 각종 자재를 쌓아두며 아무 생각 없이 밟고 다녔던 가장 넓은 자투리땅이 있다. 조만간에 땅을 갈아 각종 야채를 가꿀 남새밭으로 이용하려고 했는데, 어느 날 생각지도 않은 새싹이 돋아났다. 고사리와 도라지 싹이 올라온 것이다.

‘생명의 신비’와 ‘내가 보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 고개를 내민 고사리와 도라지.

이것저것 심고, 가꾸는 사이 시간이 흘러 17주령에 접어들자 초보 달구지기의 신경은 첫 알, 맏배에 집중되었다.

산란장을 마련해 두었지만 아직 버릇이 들지 않는 달구가 어디에 알을 낳을지 몰라서 닭장에 들어 갈 때는 작은 눈을 크게 뜨고,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 일반적인 달걀에 비하면 볼품없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기쁨을 준 '생명의 땅' 첫 알, 맏배다.

17주령 부화한지 116일째 되는 날 아침, 모이를 주고 돌아서는데 모이통에서 작고 깜찍한 첫 알, 맏배를 발견하였다.

그때의 나의 느낌은 첫 아이를 받아 안을 때처럼 기쁘고 떨렸으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풍요로웠다. 또한 닭을 키울 땅을 구하러 헤매 다닌 여섯 달과 땅을 구하고 돼지우리를 닭장으로 바꾸는데 걸린 두 달간의 고생이 겨울동안 쌓인 눈이 봄 햇살에 녹듯 사라졌다.

첫 알, 맏배를 낳아준 달구가 어떤 녀석인지 알 수는 없지만 깊은 감사를 드릴 뿐이다. 또한 격려하고 염려를 아끼지 않으신 많은 님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드린다.

‘사랑하는 아그들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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