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성준과 책] '낯익은 세상'/황석영 지음

황석영이 작가생활 50년 최초로 전작으로 발표한 장편소설.  1962년 문단에 나온 이후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칠순을 앞둔 지금까지도 불꽃같은 창작열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 황석영.

그의 문학인생 50년의 담금질을 통해 완성된 이 작품은 쓰레기장인 꽃섬을 배경으로 그곳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은 빈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버려지는 모든 것들이 산을 이루는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쓰레기매립지 꽃섬. 하지만 그곳에도 삶은 있다.

그곳의 일상에도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고, 성장의 이야기가 자라난다. 작가는 꽃섬에서 폐품 수집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야생적 삶과 생활풍속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이 소설의 풍경은 세계의 어느 도시 외곽에서도 만날 수 있는 '낯익은 세상'이다.

따뜻하고 슬픈 동화 같기도 한 이 작품은 가장 빈곤한 것 속에 가장 풍부한 것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문명으로부터 폐기된 사물과 인간의 종착지에 문명에 대한 저항의 오래된 원천이 있음을 일깨운다. 비루한 현실이 존재하는 쓰레기장이지만 비참하게만 그리는 대신, 한 소년의 눈을 통해 그들 역시 고귀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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