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근거 마땅찮아 서포 공중목욕탕 신축사업 중단 위기

사천시가 서포면에 공중목욕탕을 신축하는 계획이 예산지원 근거 부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사진은 공중목욕탕 실내 모습.
서포면 지역민들을 위해 사천시가 추진하던 공중목욕탕 신축사업이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천시 공무원들조차 “지원근거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보태고 있다.

사천시는 서포면사무소와 가까운 곳에 민간인이 공중목욕탕을 지으면 3억 원의 범위 안에서 건물신축비용의 절반을 지원해주기로 하고, 민간사업자 모집 공고를 지난 4월18일에 낸 바 있다.

그리고 당초 5월31일자로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틀이 지난 6월2일까지도 사업자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건축과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사용자인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을 더 해보기 위함”이 그 이유지만 취재결과 속사정은 따로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간단히 정리하면, 예산지원 근거가 없거니와 선심성사업이란 비판과 함께 선거법 저촉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사천시가 4월18일공중목욕탕 신축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를 낸 모습.
실제로 시 관계자는 때늦은 2일, 사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저촉 여부를 물었고, 선관위에서는 선거법에 저촉됨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이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여부에 앞서 그런 식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거냐”고 되물었다는 것.

사천선관위 "예산지원 근거 있다 해도 선거법에 저촉"

그렇다면 사천시는 어떤 방법으로 서포면민을 위해 공중목욕탕을 선물(?)하겠다고 생각했을까? 사천시의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목욕탕은 서포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지적 상 500미터 거리 안에 있어야 한다. 목욕탕 규모는 연면적이 265~300㎡ 사이에 들어야 하고, 사천시가 건물신축비용 가운데 최대 3억 원을 지원하기에 민간사업자도 최소 3년 이상 목욕탕을 운영하는 조건을 달았다.

민간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은 공고일 현재 목욕탕 신축이 가능한 땅을 가졌거나, 대지소유자로부터 토지사용승낙을 받은 자여야 하고, 사천시에 주소를 둔 개인이나 법인으로 제한됐다. 또 사업자로 선정된 자는 선정 통보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착공에 들어가야 하는 조건도 달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민간사업자가 목욕탕을 짓고 운영하는 일에 사천시가 3억 원이란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는 결국 “공공예산을 특정 민간인에게 그저 지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사천시는 이러한 지적이 뻔히 예상됨에도 무리하게 해당 사업을 진행하다가 민간사업자 지원 신청인을 받아 두고도 발표하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빠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사천시 집행부 내에서도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이 업무를 맡고 있는 건축과 관계자는 “예산지원 근거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주민숙원사업으로, 의회에서 요구가 있었고, 시장님께서도 필요성을 인정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정도면 근거가 충분하다”고 답했다.

반면 시 예산업무를 맡고 있는 관계 공무원은 “사실 근거가 좀 부족하다. 해당 부서에서 어떤 근거로 예산지원을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두고 집행부 안에서도 업무협조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148회 사천시의회 정례회에서 조익래 의원의 시정질의에 답하고 있는 정만규 시장.
또 다른 공무원은 “주민복지 차원에서 이뤄지는 공중목욕탕 지원사업을 건축과에서 맡고 있는 것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건물 신축과정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사회복지과나 주민생활지원과에서 맡아야 하는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서포면에 공중목욕탕을 신축하겠다는 계획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제148회 사천시의회 2차정례회 3차본회의에서 조익래 의원이 관련 내용을 시정질의 한 것이다.

조 의원은 당시 “서포지역 주민들과 노인들은 목욕하기 위하여 20km 이상을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복리증진 차원에서 노인건강센터를 만들고 그 안에 목욕탕을 설치할 의향이 있는지 정만규 시장에게 물었다.

이에 정 시장은 “목욕탕 설치는 (서포)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이자, 시장 관심사업이다”라며 “사업비 일부를 시에서 지원하는 조건의 민간투자자를 공모해서 해결해 나가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서포면 공중목욕탕 신축계획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끈다. 사진은 남동발전소 삼천포화력본부 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어려운 노인들의 목욕을 돕는 장면.
이 시정질의와 답변 이후 몇 달 간의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온 셈이다. 하지만 사천시의 검토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공중목욕탕을 처음 건의했던 조익래 의원은 “서포면 주민들의 불편 해소 차원에서 건의했는데, 시가 문제를 이렇게 풀어 (입장이)애매하게 됐다”며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른 면지역에서도 요구 잇다를 것 뻔해.. 사천시의 선택은?

한편 자치단체가 공중목욕탕을 직접 운영하는 경우는 있어도 민간인에게 건물신축비용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드문 경우다. 현재 전북 무주군과 제주시의 경우 일부 면사무소에 목욕시설을 넣어 지역민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예산지원 근거 부족과 선거법 저촉이라는 암초를 맞은 서포면 공중목욕탕 신축사업. 사천시가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관심거리다. 사천시 예산으로 목욕시설을 갖춘 뒤 직접 관리하거나 민간인에게 관리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간단치 않아 시의 고민이 이어진다.

면단위에 목욕시설이 없는 경우는 곤명면, 축동면, 사남면, 용현면, 정동면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에서도 앞으로 목욕시설을 요구할 것이 뻔히 예상된다. 나아가 면 단위에서 유일하게 공중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는 곤양면의 경우 기존 시설에 손님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해당 민간사업자의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지도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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