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 반드시 필요

지난 8월13일 사천시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하 증진법)에 의거하여 지방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 수립을 위한 최종용역보고회를 가졌다. 교통수단과 보행환경을 개선하여 인간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약자의 사회참여와 복지증진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비단 사천 시 만의 문제는 아니겠으나 우리의 교통정책에 그동안 사람은 없었다. 모든 도로가 차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차가 얼마만큼의 속력을 낼 수 있는가에 교통 및 도로정책이 매여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는 생명이 위태로운 길이 되었고, 인도는 아예 없는 도로가 즐비하고, 시내버스는 오지 않는다. 교통약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멋진 법이 만들어 졌다. 법에 규정된 대로 하자면 사천시는 2011년까지 대당 1억8천만 원하는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하고(용역보고서:10대) 현재 1대에 불과한 장애인 휠체어 택시 20대를 도입해야 한다. 운영비도 꼬박꼬박 지원해야 한다. 저상버스 도입을 위해서는 정류소의 재정비가 필요하고 휠체어 택시 도입을 위해서는 이동지원센터가 필요하다. 예산이 엄청나게 소요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 휠체어 택시가 왜 갑자기 20대나 있어야 하는지 장애인이 갑자기 20배로 늘었는지 묻는다.

시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보육발전계획을 수립해놓았고 환경정책기본법에 의거해 환경보전계획도 수립해 놓았다. 교통법에 따라 대중교통기본계획을 수립해 놓았고 여성발전 기본법에 따라 조례도 제정해 놓았다. 교통약자이동편의법에 따라 이동편의증진계획도 수립해 놓은 것이다. 물론 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지자체 에서는 상위법의 규정 때문에 용역을 주어 기본계획을 수립해놓고 정작 필요한 조치들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집행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정된 예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철학의 부재와 현장 속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 이유가 더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장애인에게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이동권 확보에 관한 것이다. 장애인의 집밖 활동 시 불편한 이유로 '대중교통수단의 편의시설 부족'을 이유로 든 장애인이 전체 응답자의 52.5%나 된다고 한다 대중교통 이용시의 불편함은 결국 장애인을 비롯한 교육, 노동, 문화 등 다양한 사회영역에의 참여를 박탈하고 국가에서 제공하는 각종 기회를 누릴 수 없게 되어 사회적 차별로 이어진다.

사천시에 한대뿐인 휠체어 택시로는 차례가 오지 않아 병원에 갈려면 보름 전에 예약을 해도 사용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휠체어 택시도입은 그 운영을 택시회사에 맡기는 방법이 있고, 이동지원센터만 튼 실히 운영하면 예산을 적게 투입하고도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도 했다. 이미 그분들은 많은 방도를 가지고 있었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시설 속에 가두어 버리는 방법은 이제 지양해야만 한다.

‘예산은 철학이다.’ 라는 말을 나는 의정활동을 해 갈수록 더 믿게 되었다.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사천시가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이해당사자와 충분히 대화 한다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철학의 변화 없이 훌륭한(?) 상위법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하다. 지방자치를 시작한지 십 수 년이 지나도 여전히 주민이 주인 되지 않는 이유를 여기서부터 찾을 수 있다. 시혜의 대상이나 행정집행의 대상이 아니라 소통하고 함께해야할 지역정치의 주인이 그들인데 이제는 새로운 마인드가 너무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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