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트램, 건축물, 도시 모습 벤치마킹하기

 이번 유럽 여행기는 유럽의 여러 도시와 대한민국의 도시, 프라하와 사천시를 비교하면서 그들의 좋은 점을 벤치마킹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유럽과 우리나라는 역사와 기후, 문화, 환경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순하게 비교하면 자칫 문화사대주의에 빠질 수 있는 위험도 있으나, 남의 나라 얘기도 좋은 점은 배워보는 것이 좋겠단 마음에 개인적인 생각을 곁들여 살펴보겠습니다.
 

▲ 체코 프라하 시내의 트램- 사람과 자동차, 자전거, 트램이 공존합니다.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는 트램입니다. 트램을 우리말로 옮기면 도로상의 일부에 부설한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 전차가 됩니다. 노면 전차는 19세기말 도로 교통 근대화의 한 방편으로 미국에서 처음 실용화되었다고 합니다. 1920년대 이후에는 버스의 보급으로 쇠퇴하였으나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대륙의 여러 나라는 전차의 고성능화, 궤도의 전용 노선화, 지하 터널화를 통해 버스를 능가하는 수송 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체코 등 세계 약 60개국 400여개 도시에서 볼 수 있으며 도시 내 또는 도시 근교에서 여객 이동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 두바퀴로 이동하는 관광지의 교통 수단
 한국에서는 1898년 서울 서대문-청량리 구간에 처음 개통되었다가 사대문 안을 중심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이후 부산에서도 노면 전차가 운행된 적이 있으나 광복 이후 자동차의 증가로 1968년 모두 폐기 되어졌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이 수반되는 중량 지하철을 대신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지방이 생기고 있다고 하는데, 김해와 의정부, 용인, 울산 등의 도시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유럽 대부분의 도시에서 이용했던 트램(노면전차)을 삼천포, 사천, 진주를 연결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도입하면 획기적인 대중교통 수단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짧은 거리에서부터 먼 거리까지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버스처럼 타고 내리기가 편리하고 택시, 자전거 등 다른 교통수단과 갈아타기도 쉽습니다. 지하철보다 빠르고 건설비는 지하철의 절반 수준입니다.

▲ 시원스레 쭉쭉 뻗으며 사천시를 관통하는 국도 3호선- 길은 오직 달리는 목적 밖에 없어 보입니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느끼거나 주변 관광지가 어디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기엔 무척 어려운 여건입니다.
 트램과 자동차를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자동차를 위해 도시 곳곳에 쭉쭉 뻗은 도로를 자꾸 만들어 나가는 것은 주변 땅값도 올리고, 자동차를 이용하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반대로 차에서 내린 보행자의 입장에선 비효율적인 면이 매우 많습니다. 기름값도 많이 들고, 주차비도 내야 하고, 주차시설도 많이 만들어 나가야 하며, 속도를 내서 달리는 차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해야 하는 위험부담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보다 더 좋은 대중 교통수단이 있단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인프라만 구축되면 자전거도, 트램도 훨씬 싸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자전거 천국 암스테르담 중앙역- 관광 산업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입니다.

▲ 150년 걸려 완성했다는 체코 프라하의 카를교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유럽 여러 나라와 도시들을 보면서 드는 부러움 중 하나는 전통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건축물과 도로 곳곳에 듬뿍 묻어난다는 것입니다. 다리 하나 만드는데, 건축물 하나 완성 하는데 무려 수백 년이 걸렸다는 설명에 ‘그럼 우리는?’이란 의문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 건물 중간에 매달린 아저씨- 길 가는 사람들 눈길을 사로잡으며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365일 매달려 있는 아저씨는 얼마나 힘들까? 그래도 아이디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대한민국은 멀게는 임진왜란에서부터 가까이는 6·25 전쟁까지 온 국토가 유린되고 파괴되는 참화를 겪었기 때문에 옛 것을 보존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에는 일단 동의 합니다. 그러나 유럽 여러 나라도 수없이 거듭된 전쟁 속에서 엄청난 아픔을 겪었고, 현대로 들어오면서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인류 초유의 전쟁을 치룬 나라들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카펠교- 나무로 만든 다리입니다. 다리 하나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만 해도 수십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듯 합니다. 부서진 도로와 건물을 어떻게 옛 모습대로 복원할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철학은 길게 내다보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제공하는 학문입니다. 온갖 논란 속에서도 원칙을 고수할 수 있게 해주고, 삶의 지혜와 더불어 문화, 예술의 아름다움을 담보해 주는 학문입니다.

▲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프라하 시내 모습
 ‘온 나라가 박물관’이면서 금수강산인 우리나라도 옛 것이 더 많이 보존되어 있었다면 대한민국의 자연과 역사, 생태, 문화, 예술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외국 손님들이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굴뚝 없는 공장’, 관광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생태와 문화의 보존에 있습니다.

▲ 아름다운 논 풍경과 중대백로- 논이 가지는 경관적, 생태적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에겐 익숙한 풍경이지만 외국 사람들과 도시민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관광 자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천시는 어떨까? 사천시의 유일한 보물 사천 매향비, 천연기념물 비자나무, 천년 고찰 다솔사, 광포만의 생태와 아름다운 해안선, 서포 비토 갯벌의 경관적, 생태적 가치를 어떻게 관광과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혜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도시는 뭔가 다른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인프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관광지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다리와 도로 건설에 어떻게 예술적 감각을 가미시킬 것인가? 옛날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고택과 도로, 동네 등은 어디에 있을까? 찾아보고, 생각해볼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 꽃으로 수놓은 암스테르담 운하 옆의 컨테이너 박스-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여러가지 비결중 하나입니다.
 21세기는 소품종 대량 생산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대로 바뀌어졌습니다. 거대한 건축물,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 사진 찍고 돌아오던 시대는 이제 먼 옛날 추억이 되었습니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 카프카 박물관 앞 조각상의 센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 박물관의 모습이 너무나 아기자기합니다. 문학관이든 박물관이든 일단 건물만이라도 크게 지어 놓고 보자는 우리나라 정서와는 큰 차이가 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작지만 아기자기한 것,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멋진 추억 만들기를 원합니다. 한번 가 보고 난 뒤에도 몇 번 더 가볼 수 있는 관광지를 원합니다.

▲ 외국 사람들이 좋아할 사천 풍경-대포 마을 갯벌 모습(유럽에서는 눈을 씯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사천시의 관광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인가?
유럽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천에도 수많은 관광 자원이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어떻게 발굴하고 또 어떤 의미를 부여해서 사람들이 찾아오게 할 것인가는 사천시민들의 몫인듯 합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