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단·도민체전 두고 미묘한 입장차..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정 시장 “일부가 지역갈등 부추겨”.. 강 의원 “합리적이어야 지역갈등 없어”

항공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경남도민체전 유치를 놓고 지역사회에 갈등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정만규 사천시장과 강기갑 국회의원이 오랜 만에 만났다. 사천의 주요 시정 설명을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 두 사람은 “이번 일로 지역에 감정의 골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지만 입장은 조금씩 달랐다.

정 시장이 강 의원을 집무실로 초청해 만남이 이뤄진 것은 9일 오전11시30분께로, 정 시장 취임 초기인 지난해 7월8일 이후 두 번째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지역 현안에 대해 본격적인 대화를 나눴다. 강상민 지역개발국장으로부터 항공산단, 그리고 박상철 전략기획실장으로부터 도민체전 유치 상황을 보고 받은 강 의원이 “통합 17년째다. 그런데 이번 항공산단, 도체 추진으로 옛 사천, 삼천포 사이에 지역갈등이 생기고 골이 깊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먼저 말을 꺼냈다.

항공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경남도민체전 유치를 놓고 지역사회에 갈등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정만규 사천시장과 강기갑 국회의원이 오랜 만에 만났다.
그는 이어 “남북이 갈라지고 동서도 갈등이 있는데, 좁은 지역에서 또 갈라져서야 되겠냐”며 최근 지역사회 분위기를 걱정했다. 그는 “좋은 버릇들이기는 10년이 걸려도 힘들지만 나쁜 버릇들이기는 금방”이라며, “더 이상 지역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정 시장은 “지역갈등이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 일부 인사가 부추기는 것이지 지역 전체가 갈등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항공산단 지정 문제와 관련해 “항공산단은 전임 시장 때 시작한 것인데, 당초 축동지역만 고려했으나 연구용역 결과 조성단가가 너무 비싸게 나왔다. 인근 축동, 사다, 대동 산업단지를 편입시키려고도 해봤지만 업체들이 반대해서 못 이룬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향촌지역을 택하게 된 것이고, 그때만 해도 나는 이 내용을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정 시장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내가 삼천포 사람이라서 향촌을 택한 것도 아니고 계획적으로 한 것도 아니다. 축동에는 더 이상 땅이 없고, 진주와 같은 65만 평을 맞추려다 보니 공업예정지로 지정돼 있는 향촌이 대안이었다. 그리고 삼천포경제가 무척 어렵다.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라도 이해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에 강 의원은 “삼천포경제가 어렵다면 당연히 배려하고 함께 가야 한다고 나는 (주위에)이야기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마치 반대하는 것인 양 분위기를 몰아가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시장이 다시 한 번 “지역갈등은 일부가 선동하는 것이지 과장됐다”고 말했고, 이에 강 의원은 “사실과 다르다. 이와 관련해선 참모들이 잘 챙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시장은 항공산단의 국가산단 지정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고, 강 의원은 계획안이 최종 확정되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시장은 항공산단의 국가산단 지정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고, 강 의원은 계획안이 최종 확정되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항공산단을 둘러싼 대화는 일단락됐다.

이어 두 번째로 떠오른 주제는 ‘도민체전’이었다. 강 의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사천의 요구와 삼천포의 요구가 충돌하는 것이다. 이럴 때 시장이 정치지도력을 발휘해줘야 한다. 그리고 참모들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설득을 해야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갈등만 커질 바에야 안 하느니만 못하다. 시가 더 노력해달라.”

이에 정 시장이 말을 받았다.

“용현 신촌스포츠파크에서 도민체전을 열자는 주장은 무리다. 일부에서는 ‘400~500억이면 가능하다’는 말을 하는데, 어림없다. 터 매입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예산 일부를 마련한 정도다. 사실상 1000억 원 아니면 안 된다. 도민체전, 닷새 하고 나면 끝이다. 이런 일에 많은 돈 들이기도 어려운 것 아닌가. 그렇다면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사천공설운동장에서 하는 방안도 생각해봤지만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강 의원이 지역갈등 잠재울 수 있도록 역할 해 달라.”

강기갑 의원과 정만규 시장은 40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두사람은 지역갈등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다시 강 의원.

“지금은 가능한한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도 말을 아낀다. 이해해 달라. 어쨌든 골이 깊어져선 안 된다. 돈은 나중 문제다. 절차와 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 달라. 국회에선 몰라도 지역에선 한나라당이니 민노당이니 크게 구분하지 말자. 소신을 갖고 해 달라.”

그리고 다시 정 시장.

“나도 한나라당 출신 시장이지만 그렇다고 특정 정당에만 매달려서 일하지 않는다. 지역 발전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생각해 왔다. 신뢰해 달라. 앞으로도 관심과 협조 부탁한다.”

강기갑 의원과 정만규 시장은 40분 가까이 대화를 나누고 함께 점심을 나눴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이후 너무 오랜만에 만났다”고 입을 모았고, 앞으로도 지역현안을 두고 종종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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