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제 중 야간졸업식 가진 사천고교.. ‘졸업 문화 연구학교’
2월. 계절로 치면 겨울의 끝자락이다. 이때쯤 학교에서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껍질을 벗는 곤충의 유충처럼, 학생들 또한 도약을 위한 의식을 진행한다. 이름 하여 졸업식이다.
그런데 올해는 졸업식에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났다. 경찰이 학교 졸업식장 주변 순찰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졸업식 뒤풀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학생들의 추태(?)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당국이 요청한 결과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좀 더 근원적인 대책을 찾으려는 노력도 시도 중인가보다. 이는 2010년2월17일 “최근의 졸업식 행태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잘못된 문화이므로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라”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 중 하나가 사천고등학교다. 사천고는 졸업식과 학예제를 묶어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부터 교내 축제인 ‘산성학예제’가 문을 연 가운데, 10일 낮과 저녁에 걸쳐 졸업식이 거행됐다.
낮1시에는 각종 상장을 받는 졸업생 위주로 참석해 후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상식이 열렸다. 그 외 다수의 졸업생은 오후5시30분부터 진행된 ‘산성가요제’에 참가하거나 즐긴 뒤 저녁8시 졸업식에 참석했다. 야간 졸업식인 셈이었다.
이어 각종 장학금증서가 졸업생들에게 전달됐다. 눈에 띈 것은 몇몇 학생이 여러 차례 단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장학금을 내놓는 쪽에서 지목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 괜한 걱정이 앞섰다.
졸업생 저마다의 꿈과 소망, 각오 등이 적힌 글과 얼굴사진 등이 타임캡슐에 담겨 학교장에게 전달됐고, 학교장은 “미래를 개척하라”는 축사를 남겼다.
밤9시. 식을 마친 졸업생과 축하객들이 어둠을 배경으로 간혹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학교 건물이나 기념이 될 만한 장소를 찾아 셔터를 눌러 댈 법한데, 낯선 풍경이었다.
이유야 어떻든, 학예제와 병행하며 밤에 졸업식을 가진 졸업생들의 기분은 어떨까 궁금했다.
“뭔가 색다르게 시도하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특별한 느낌도 있고, 별나다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더 귀찮다. 상장을 받기 위해 낮에도 와야 하고, 밤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냥 평범했으면 좋겠다.”
“졸업식장에 들어서기까진 잘 몰랐는데, 막상 식이 진행되니 뭔가 뭉클했다. (졸업식을)밤에 하니 부모님도 참석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
부모들의 마음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야간졸업식으로 진행돼 참석하기에 부담이 적었다는 것이다. 반면 졸업식을 끝낸 아이들이 늦은 밤까지 몰려다니며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도 적지 않았다.
교사들의 평가도 엇갈렸다. 어떤 교사는 “밤시간이라 훨씬 행사 집중도가 높았고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말했고, 다른 교사는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이맘때가 교사들에게 가장 바쁜 시기”라며, 학예제를 이 시기에 졸업식과 병행하는 것이 무리라고 평했다.
다소 특별한 이번 졸업식을 두고 사천고교 내에서도 ‘이런 저런 논란이 있었겠구나’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날 동원된 경찰력은 사천경찰 본서 기동타격대와 사천읍지구대 소속 경찰관 등 10명이었고, 그밖에 자율방범대원 등 시민봉사자도 20여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좁은 사천읍내 치고는 많은 인원이 동원된 셈이었다.
교복을 찢고 알몸으로 거리를 달리거나 물에 뛰어드는, 유난스런 졸업식 뒤풀이 문화가 언제 어떤 배경으로 생겨났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이로 인해 여느 학교의 졸업식 또한 변화를 맞고 있음이다.
그 변화가 ‘특별하게’ 다가올지 ‘유별나게’ 다가올지 정확히 알 순 없다. 다만 이런 ‘실험적인 학교 졸업식’이 당분간 계속되리란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