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열려있는, 살아있는 정신에게' 800년 역사의 도시

 

▲ 드넓은 밀밭 사이로 펼쳐지는 독일 마을 풍경입니다.
 인구 14만의 소도시 하이델베르크를 찾아가는 길. 뮌헨에서 하이델베르크 가는 길은 야트막한 산들 아래로 강과 운하의 모습이 간간히 보입니다. 버드나무 사이로 납작한 배들이 지나갑니다.

▲ 독일 운하와 독일 마을 풍경
 자작나무, 삼나무, 소나무, 참나무 숲이 번갈아 나타납니다. 숲 사이사이로 그림 같은 독일 마을 풍경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유구한 역사, 문화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800년 역사의 도시 하이델베르크.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새삼 생각나는 도시입니다.

▲ 하이델베르크 구 시가지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인구와 도시 규모가 작고 아담합니다. 정겨운 옛날 모습과 현대적인 오늘날 모습이 섞여있습니다. 각 도시들이 각각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해나가면서 나름대로의 개성과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 하이델베르크의 변화 모습-1553년부터 1860년까지 거의 비슷한 모습입니다.
 도로를 뚫고, 집을 짓고, 강을 파헤치는 모습. 어딜 가도 늘 공사 중인, 나날이 발전하는 대한민국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입니다. 개발과 발전, 통합과 규모만을 강조하는 천박한 자본주의 논리가 판을 치는 우리네 모습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모습입니다.

▲ 철학자의 길에서 바라본 네카어 강과 하이델베르크
 네카어 강변에 위치한 작은 도시 하이델베르크는 중세, 르네상스 시대, 독일 제국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1천년 동안의 건축물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 품 같이 포근한 세 개의 산이 도시를 감싸고 있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네카어 강 그리고 신비롭고 웅장한 고성과 변하지 않는 구시가지가 풍경화를 펼쳐놓은 듯, 마치 그림 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하이델베르크입니다.

▲ 철학자의 길에서 바라본 구 시가지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문호 괴테가 남긴 명작 ‘파우스트’도 이곳 하이델베르크에서 구상했다고 합니다. 괴테는 1797년 8월 26일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하이델베르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옛 시대들을 떠올리면서 아름다운 다리를 넘어 네카어의 오른쪽 강안을 따라 올라갔다. 조금 더 올라가서 돌아보면 도시와 그 전체 위치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인다. 도시는 길게 산들과 강 사이의 좁은 공간에 건설되었는데, 위쪽의 관문은 직접 산기슭으로 이어진다. 그 관문 너머로 붕괴된 옛 성이 위대하고 장중한 반 폐허 상태로 서있다. 위로 올라가는 길은 나무와 숲 사이로 보이며 작은 집들이 있는 도로다.”

▲ 철학자의 길- 싱그러운 초록 물결 속에 둘러싸인 철학자의 길입니다.
 기차 시간을 어중간하게 맞추는 바람에 하이델베르크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불과 3시간여. 기차역에 내려 잠깐 주위를 둘러 본 후 네카어 강과 철학자의 길을 향해 뛰어갑니다. 하이델베르크 성을 선택할까? 철학자의 길을 선택할까?

▲ 철학자의 길 오르는 길
 잠시 고민하다 철학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구 시가지에서 네카어강 건너편을 바라보면 하일리겐베르크 산 아래로 드문드문 집들이 보입니다.

▲ 철학자의 길 입구
 산과 집들 중간에 철학자의 길이 있습니다. 철학자의 길은 하이델베르크 구시가지에서 카를 테오도어 다리를 건너 언덕길을 오르면 나타납니다.

▲ 테오도어 다리-다리 너머로 하이델베르크 성과 교회가 보입니다.
 하이델베르크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해발 200미터 쯤에 위치해 있는데 길이는 약 2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철학자의 길이 유명해진 것은 괴테, 헤겔, 막스 베버, 카를 야스퍼스 등 수많은 문인과 철학자 또는 사상가가 산책했던 길이기 때문입니다.

▲ 숲 속으로 나 있는 철학자의 길
 옛날에는 대학생과 철학자라는 단어가 같은 말로 쓰였다고 합니다. 그 땐 모든 학생이 전공 공부를 하기 전에 철학을 먼저 공부했기 때문입니다. 철학부터 배우는 독일, 프랑스 대학생들 모습과 직업 공부에 몰두해야하는 ‘88만원 세대’의 서글픈 현실을 온몸으로 감내해 나가야 하는 대한민국 대학생들 얼굴이 네카어 강물위로 겹쳐져 나타납니다.

▲ 네카어강
 테오도어 다리가 있는 네카어강은 라인강의 지류입니다. 도시 전체에 고귀한 품격을 부여해 준다는 테오도어 다리는 처음엔 나무로 된 다리였다고 합니다. 홍수나 빙하에 의해 자주 떠내려가는 문제가 생기자 이 지역을 통치했던 선제후 카를 테오도어는 나무다리가 있던 곳에 돌다리를 놓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했다고 합니다. 카를 테오도어 다리는 바로크 양식의 아치형 돌다리입니다.

▲ 테오도어 다리-돌로 만든 다리입니다.
 길이 200여미터, 폭 7미터 다리를 건설하는데 무려 12년의 공사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도시 전체에 고귀한 품격을 부여해 줄 수 있는 다리’를 건설케 한 테오도어의 품격과 격조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 테오도어 다리 입구-로마네스크 양식의 우아함이 돋보입니다.
  테오도어 다리를 감상하면서 우리나라 통치자들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나라 지도자들도 도시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강과 바다에 놓는 다리 하나에도 고귀한 품격을 부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꽃으로 수놓은 철학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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