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한 뉴질랜드에서의 1년 돌아보기①

이 글은 진주시 대아고등학교 이영조 교사가 보내온 것입니다.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보낸 1년간의 어학연수 경험을 뉴스사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하네요. 소중한 글 보내주신 이영조 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네 번에 걸쳐 싣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연재순서 ①큰맘 먹고 가족과 함께 어학연수 떠나다 ②낯선 곳 낯익은 만남 그리고 새로운 경험 ③타국생활 버팀목, 여행 축구.. 가족! ④공부보다 가족 위한 어학연수 "아깝지 않아"
 
아내와 결혼을 하기 전에 한 약속이 있었다. 우리 나이가 마흔이 되기 전에 가족 모두가 1년 이상 어학연수를 다녀오자고.

▲ 나리타 공항에서 기념촬영
학교에 근무한지 10년이 되던 2009년,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나기로 결심하였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뉴질랜드로 가는 직항이 너무 비싸 일본의 나리타공항과 호주의 브리즈번을 경유하는 노선을 선택했다.

직항의 경우, 1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경유해서 가면 무려 24시간이나 소요될 정도의 긴 여정이었다. 다행히 국제선에서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어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었다. 아이들은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나는 기내식에 나오는 세계 각국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기내식을 하루 동안 무려 6번이나 먹을 수 있어 일본음식과 호주음식도 맛볼 수 있었다.

▲ 비행기에서 맞이한 아침
그렇게 취기에 잠이 들었다 깨어나 뉴질랜드상공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아침햇살은 더없이 눈부시고 뉴질랜드 생활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나 혼자가 아닌 가족 모두와 함께 가는 유학길이라 걱정도 많이 되었다. 나의 공부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가장으로서의 무게감도 점점 더 커져만 갔다.

2009년 3월 3일. 우리가족은 뉴질랜드 오클랜드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1년간의 뉴질랜드 생활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 뉴질랜드 오클랜드 국제공항
뉴질랜드에 오기 전에 기후가 우리나라와 반대라는 것은 알았지만 3월 초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더웠다. 대한민국에서 출발할 때 입었던 두꺼운 겨울옷들이 너무나도 거추장스러울 정도였고 1년 동안 생활하기 위해 가지고 온 대형 가방 6개와 크고 작은 배낭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피난 신청하기 위해 들어온 외국인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를 pickup하러 오신 분은 우리가 살게 될 Hamilton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우리 짐을 자신의 차에 친절하게 실어주시고 상세하게 안내를 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전부 pickup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먼 이국땅에서는 숨 쉬는 것조차 돈이 든다는 것을 처음부터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 우리나라와 반대방향인 도로
내가 대한민국에 있을 때 운전을 많이 하지 않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인데도 막상 도로를 달리면서 깜짝 놀란 것은 우리나라와 도로가 반대방향이라는 것이었다. 더구나 1번 도로라는 국토를 관통하는 메인 도로도 지방의 경우에는 단지 2차선뿐이어서 추월하려면 중앙선을 넘어야 하는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반면, 장점도 있다. 뉴질랜드 도로에는 어디에도 톨게이트가 없다. 즉, 통행요금을 받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통행요금 편히 받고 내려고 하이패스를 도입하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그러나, 도로 포장을 한지 너무 오랜 세월이 흐르다보니 최근에는 시골길 곳곳에서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특히 지방도로의 경우 달리다보면 자주 공사 구간을 만나게 된다. 뉴질랜드의 도로별 차량 이동량이 많지 않은 것인지 혹은 처음에 아스팔트 시공이 잘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막 도로에 무리가 와서 공사를 한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길은 대부분 30킬로로 서행해야 한다. 하긴 더 달릴 수도 없는 것이 작은 돌들이 튀어 올라 차량과 부딪치는 소리가 아주 요란했다.

▲ Hamilton시내에서
우리가 1년동안 생활하게 될 Hamilton은 북섬에 있으며, 세계에서 농업지역으로 가장 잘 알려진 와이카토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뉴질랜드에서 최상의 녹원을 가진 도시인 해밀턴은 인구 100,000명이 넘어 뉴질랜드 내륙도시 중에 가장 큰 도시이다. 많은 흥미로운 사업과 여행객의 활동이 앞으로 도시 성장의 기운을 북돋아 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맨 처음 이 지역에 마오리 족이 살았을 때는 '키리키리코아'라고 불렸다. 나중에 스페인인 '챨스 해밀턴' 선장이 오게 되면서 '해밀턴'이라 다시 이름을 지었다. 와이카토 강은 해밀턴의 유일한 교통수단임과 동시에 상호교류할 수 있는 연결로였다. 또한 해밀턴은 뉴질랜드의 동해안과 북섬을 연결해주는 큰 철도를 가지고 있다. 이 도시는 지난 몇 세기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 왔으며, 많은 발전들이 이 지역을 확장시켜주는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농업은 전통적으로 해밀턴의 주요산업이고, 다른 산업부분, 예를 들어 가공업, 도소매업 등은 더 다양한 산업적 기회를 제공하여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진행되고 있다. 해밀턴 공항은 호주의 몇 나라와 뉴질랜드의 모든 인기 있는 목적지와 연결되어 있다. 공항은 현재 다른 국제도시를 연결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 우리가족이 1년동안 거주한 집
친구의 도움으로 집을 구할 수 있었는데 1년을 계약하였다. 방 3개, 거실, 욕실, 부엌, 세탁실, 차고, 정원 이렇게 해서 주당 N$280으로 그나마 싼 편이다. 하지만 우리 돈으로 1$nz = 800 이니까 일주일에 23만원이고 한 달에 약 100만원의 월세를 내야하기에 결코 싼 편은 아니었다. 우리가 집을 구할 때는 여름이어서 몰랐는데 겨울이 되면서 왜 이 집이 그나마 저렴한지 알게 되었다.

이 집은 내부에 단열재가 들어있지 않은 나무집이었기에 겨울의 추위를 피할 수가 없었다. 밤에 누워서 숨을 쉬면 입김이 보일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에 필요한 TV,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 가구, 가제도구 등은 한국으로 급히 귀국하시는 분을 통해 약 240만원 정도로 싸게 구입을 하였다. 그래서 1년간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Marian Catholic School
하지만, 아이들의 학교를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집 앞에 있던 학교에서는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입학을 하지 못했다. 비자를 한국에서 만들어 오려다가 뉴질랜드에서 만들면 훨씬 쉽다는 말을 듣고 그냥 왔는데 그것이 애들 입학에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좋은 학교를 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학교는 Marian Catholic School로써 우리나라 나이로 5살이 되면 입학을 해서 1학년이 되어 8학년까지 다니게 되는 학교로써 다른 학교와는 달리 교복을 입고 다소 엄격한 규율을 가진 곳이다.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매일 엄마가 등하교를 시켜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덕분에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기도 했다. 나도 학교를 가지 않는 날에는 아이들을 학교에까지 보내주고 데려오곤 했다.

▲ The Waikato Pathway College
아이들의 학교는 잘 구했지만 나와 함께 다니기로 했던 아내는 와이카토 대학 부설 어학원이 입학을 허락해주지 않아 다닐 수 없게 되었다. 유학생의 경우,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면 반드시 부모 한사람은 'student visa'가 아닌 'guardian visa'를 가져야 되고 그 'guardian visa'를 가진 사람은 학교에 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교회나 봉사단체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영어교실을 다닐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녔던 어학원의 정확한 명칭은 "The Waikato Pathway College"인데 프로그램은 크게 'General English'와 ‘Academic English' 두 가지로 나눠진다. 내가 공부했던 과정은 'Academic English'로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Certificate of Attainment in English Language
CAEL is a full-time course with 23 hours of tuition each week for approximately 12 weeks. There are four intakes each year. When you arrive your English level will be assessed and you will be placed in an appropriate level. On successful completion of the course you will receive a University of Waikato Certificate of Attainment in English Language. Intermediate to advanced certificates are endorsed with 'Academic English'.
The Certificate of Attainment in English Language (CAEL) has 8 levels, from elementary to advanced. All students study a core programme during the morning which helps students improve their reading, writing listening and speaking skills. Higher level classes focus on skills needed for successful university study such as academic writing, listening, note-taking, reading and oral presentation skills.
In the afternoon, there is a compulsory Language Skills programme for students in the lower levels (elementary and pre-intermediate). Students in the intermediate to advanced courses can choose one of the afternoon options below. To ensure sufficient attention is given to individuals, class numbers will not normally exceed 18 students.
< http://www.waikato.ac.nz/pathways/programmes/CAEL/ >

1년간 수업료가 약 1,200만원 정도 들었는데 뉴질랜드가 다른 영어권국가와 비교했을 때 싸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 아이들의 등록금도 각각 1,000만원 정도였으니 웬만해서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외국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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