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지역갈등 조장 안 돼.. 합당한 이유 있는지 찾는 노력 중요"

후보지 선정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인 경남항공국가산단이 사천시의 바람대로 무난히 지정될 것인가? 사진은 강상민 지역개발국장이 항공산단 문제와 관련해 사천시의회에서 보고하는 모습.
경남항공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당초 검토되던 사천시 축동지역에서 왜 갑자기 향촌지역으로 바뀌었는가 하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를 두고 사천시는 축동지역에 이미 승인한 사다일반산단과, 승인이 검토되고 있는 축동일반산단, 대동일반산단 측의 반대가 심했고, 또 인근 지역을 추가 검토했으나 공단조성원가가 너무 높게 책정돼 타당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도시계획상 공업예정지구로 지정돼 있는 향촌지역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뉴스사천 취재 결과 “사다, 축동, 대동산단 측이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강하게 반발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항공국가산단 지정에 협조할 뜻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가자, 사천시는 “일반산단 사업시행자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향촌지역을 택할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공산단 둘러싼 이야기,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22일 오후 3시께, 사천시청 지역개발국장실에 김태주 지역경제과장과 박상철 공단조성과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항공산단을 둘러싸고 시중에 떠도는 여러 이야기와 뉴스사천 보도내용에 관해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참고로 지역경제과는 이번 항공산단 지정 신청업무를 맡고 있고, 공단조성과는 평소 일반산단 조성에 관한 업무를 보는 곳이다.

이 자리에서 강상민 지역개발국장은 “항공산단을 둘러싼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무엇보다 항공산단 지정이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 (국가산단)지정 신청조차 하지 않은 마당에 지역에서 시끄러우면 곤란하다. 시에서는 현실적 여건 상 어쩔 수 없는 점도 있었고, 기술적인 면도 숨어 있다.”

"항공산단을 둘러싼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항공산단 지정이 중요하다." 이는 강상민 국장의 말이다. 하지만 과연 사천시가 항공산단 지정 가능성을 진정으로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사진은 축동 일반산단 예정지역.
여기에 항공산단 주무를 맡고 있는 김태주 지역경제과장이 이야기를 보탰다.

“여기에 시장님이 자꾸 거론되는데, 시장님은 이 문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향촌지역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판단 아래 전적으로 실무자들이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이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안타깝다.”

일반산단 주무를 맡고 있으면서, 지난 7월에 일반산단 측으로부터 직접 각서를 받았다는 박상철 과장은 일반산단 시행사업자들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얼굴을 마주보고 의견을 나눈 것은 아니지만 일반산단 세 사업주 모두 국가산단 지정에 크게 반대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10월5일 있었던 2차 보고회에는 세 업체 측에서 강한 어조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업체 측 이야기만 듣고 보도한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

이상이 이날 사천시 관계자들이 기자에게 들려준 이야기 또는 불만을 표시한 내용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축동지역 세 일반산단 시행자들의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대안을 찾았으나 마땅치 않아 향촌을 택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산단 사업시행자의 말 바꾸기, 왜?”

그렇다면 이쯤에서 항공산단을 둘러싼 쟁점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서 사천시의 주장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축동지역 일반산단 사업시행자들의 주장과 사천시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부터 짚어보자.

축동지역 일반산단 사업시행자들은 "국가산단 지정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던 당초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사진은 항공산단 사천지구로 검토되고 있는 향촌동 일원.
이와 관련해 23일 확인 결과, 일반산단 사업시행자들의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강하게 반발하지 않았다”던 기존 입장에서 “반발하고 싶었지만 일반산단 조성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어찌 강하게 반발할 수 있었겠느냐”라며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며칠 전 입장과 달라진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사천시의 주장처럼, 처음부터 거짓 정보를 흘린 것일까 아니면 입장이 난처해 말 바꾸기를 한 것일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서로의 ‘말’에 의존해야 한다면 더 이상 다툴 필요는 없다. 분명한 것은 사천시는 당초 축동지역을 항공국가산단의 유력한 후보지로 고려했고, 이를 위해 축동산단과 대동산단 시행자로부터 국가산단 지정 시 협조하도록 ‘각서’를 받아둘 만큼 의지는 확고했다.

그러던 중 사천시와 경남도는 지난 7월말부터 8월 사이에 이들 세 일반산단 지역을 항공산단 기본계획에서 제외시켰다. 그리고 그 외 축동지역을 검토했으나 조성원가가 너무 높아 안 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택했다는 게 향촌지역이다. 더구나 이곳은 조성원가가 3.3㎡당 85만 원정도로서, 95만 원선인 진주지구보다 저렴하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됐다.

이와 관련해 김태주 지역경제과장은 “진주지구의 경우 공단조성원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지만 사천지구(=향촌)는 최대한 높게 잡힌 것”이라며, “분양에 들어가면 입주업체 찾기가 더 쉬울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러나 “둘로 쪼갠 상태에서 국가산단 지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느냐”란 질문에서 사천시 관계자들의 대답이 달라졌다.

“항공산단 둘로 쪼개도 국가산단 지정되나?”

강상민 국장은 일반산단 지역을 빼고 나니 도저히 축동지역에서 다른 후보지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진주 쪽만 대규모 항공산단이 들어서는 것도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정구창 남해안기획관을 설득해 향촌지역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향촌’이 일종의 ‘선물’이란 설명이다.

항공산단 후보지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는 '국가산단 지정 가능성'이 아닐까? 사진은 사천시가 일반산단 업체로부터 받아 놓은 각서.
그리고 “국가산단 지정 신청을 하면 어차피 정부에서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이 무슨 말일까? 이에 관해선 박상철 공단조성과장이 자세한 설명을 이었다.

그는 “정부가 심의 과정에서 축동의 일반산단 지역을 포함시키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럼 그때 가서 ‘각서’를 바탕으로 일반산단 지역을 포함시키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분명히 그전 설명과 달라진 것이다. 처음에는 “각서를 받아놓긴 했지만 그쪽(일반산단 측)도 변호사를 통해 면밀히 검토했을 것”이라면서 각서가 효력을 못 가질 수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또 “몇 년 간 엄청난 돈을 들여 준비하고 있는 (일반산단)사업을, (국가산단이)언제 지정될지도 모르면서 계속 기다리게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반산단 측 입장을 배려하는 발언도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런 설명도 덧붙였다. 일반산단 업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산단 지정을 신청하게 되면 아예 국가산단 지정이 안 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이 말은 축동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겉으로는 '향촌'을 표방했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이쯤 되면 어느 말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한 마디로 ‘헷갈린다’.

항공산단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더 놀랍게 다가온 것은, 사천시가 항공산단 지정이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깊숙이 깔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산단이 꼭 된다는 보장도 없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경남도나 사천에 항공산단을 주려 하겠는가?” “공단조성원가가 너무 높은 것도 문제다.” 등등.

국가산단 지정 문제가 일개 기초단체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기에 실패했을 경우를 고려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실현 불가’를 바탕에 깔고, 아예 더 실현 가능성이 낮은 방안을 택하면서 다른 정치적 요인을 고려했다면, 이는 비난 받아 마땅할 것이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사천시는 항공산단 후보지 선정 과정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의 지역갈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10월27일 열린 경남항공국가산단계획 3차 중간보고회 모습.
“지역갈등 막는 길은 솔직하게 털고 가는 것”

실제로 사천시 관계자가 아니어도 국가산단 지정이 어려울 것이란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이 들린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어디서 무슨 근거로 나왔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항공국가산단 지정에 그리 도움 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또한 최근 불거진 항공산단 논란을 두고 단순히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듯한 목소리도 있는데, 이 역시 항공산단 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사천시의 결정을 무턱대고 비난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합당한 의견 개진을 지역갈등 조장세력으로 몰아붙여서도 안 될 일이다.

그렇다고 ‘기왕 결정됐으니, 더 이상 시끄럽게 하지 말고 그냥 가자’라는 생각도 옳지 않아 보인다.

항공산단 지정 신청이 급하다고는 해도 항공산단이 지정되느냐 마느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없다. 또 기왕 의혹이 제기된 마당에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어 훌훌 털고 가는 게 사천시로서도 먼 훗날 더 큰 분란을 예방하는 일일 것이다.

11월말 현재, 경남도와 사천시, 진주시가 마련한 경남항공산단 지정 신청 계획은 결국 사천지구와 진주지구로 나누는 방안으로 결정돼 있다. 당초 320만㎡씩 같은 면적으로 조성하겠다던 계획이 사천지구(향촌) 121만㎡, 진주지구(정촌) 265만㎡로 구성됐다. 진주지구에는 축동면 사다마을 43만4000㎡가 포함돼 있다.

사천시는 왜 이런 최종안이 나왔는지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 또 경남도와 강기갑 국회의원도 이 문제에 관해 정확한 입장을 내놔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지방자치시대를 살아가는 시민과 유권자들에게 제 본분을 다하는 지자체와 선출직 국회의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사천의 주력산업이라 자랑처럼 내세우고 있는 항공산업이 내부적 모순과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 흔들릴 조짐조차 보인다. 이참에 사천의 미래 항공산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막힘없는 토론을 벌여볼 필요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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