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7월에 일반산단 사업포기 각서 받고 8월에 변심
‘일반산단 측 반대' 명분 없어.. 항공산단 이전 진짜 이유는?

사천시가 항공국가산업단지를 계획하면서 의도적으로 축동지구를 축소하고 향촌지구로 변경시킨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강상민 지역개발국장이 항공국가산단 사천-진주지구에 대해 시의원들에게 설명하는 장면.
사천시가 항공국가산업단지를 계획하면서 의도적으로 축동지구를 축소하고 향촌지구로 변경시킨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사천시는 축동면 일원에 승인 검토 중인 두 일반산업단지 사업시행자로부터 국가산단 지정에 반대하지 않으며, 국가산단 지정 시 해당 부지에 대한 수용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을 담은 각서까지 받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경남도의회 조근도 의원이 처음 제기했다. 조 의원은 최근 사천시와 진주시 그리고 경상남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경남항공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과 관련해, 사천 축동과 진주 정촌을 묶어 개발하려던 기존 계획이 사천지구와 진주지구로 이원화 되면서 축동 대신 향촌 일원을 포함시킨 것을 문제 삼았다.

특히 사천시가 이를 두고 “기존 일반산단 사업시행자들의 반대”를 주요 이유로 꼽은 점을 강력히 비판했다. 조 의원은 “행여 이런 일이 일어날까봐 사천시가 미리 해당 사업시행자들로부터 국가산단에 방해가 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각서를 받았고, 이를 공증까지 해 놓은 것으로 안다”라고 말한 바 있다.

16일 사천시의회가 사천시집행부로부터 2011년도 시정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사천시는 대동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시행자와 축동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시행자로부터 받은 각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사천시의회 의원들이 16일, 사천시로부터 2011년도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 이를 확인했다. 최근까지 조 의원이 언급한 각서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거나 아예 없다고 주장하던 사천시가 입장을 바꿔, 각서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문제의 각서는 일반산업단지 승인 업무를 담당하는 사천시 공단조성과에서 받았고, ○○법무법인으로부터 지난 7월7일 공증까지 받은 상태였다. 각서는 대동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시행자와 축동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시행자가 같은 내용으로 작성했다.

각서에는 “사업시행자는 사업 예정부지 중 항공산업소재 국가산업단지와 중첩되는 부분은 국가산업단지 계획에 따른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 항공국가산단 진주지구와 사다, 축동, 대동 일반산단 예정지의 대략적인 위치
그리고 일반산단 조성을 이유로 국가산단 조성을 반대하지 않으며, 국가산단 지정이 확정될 경우 관계 법령에 의해 수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일반산단 조성계획이 승인되어 사업이 진행되고 있더라도 국가산단 지정이 확정되면 국가산단계획에 따르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또 그때까지는 일절 토지개발행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적어도 각서 내용만으로 볼 때는 사천시가 항공국가산단 지정 과정에서 일반산단 개발 사업자들이 크게 반발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던 셈이다.

참고로 축동산단은 아직 토지매입 초기단계며, 사천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해 검토하는 단계다. 또 대동산단은 토지매입이 거의 마무리 됐고, 사업승인 신청서가 접수돼 검토 단계에 있다. 각각의 면적은 28만 제곱미터와 10만1390 제곱미터다.

또 지난 5월에 이미 승인한 사다일반산업단지와 관련해선, 2009년 3월에 “추후 국가산업단지(항공클러스트)가 조성될 경우, 경우에 따라 부지조성 및 본 국가산업단지와 연계해 개발코자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아 둔 상태다. 다소 애매한 표현이 섞여 있긴 하지만 항공산단을 염두에 둔 사천시의 사전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반산단 사업시행자로부터 각서를 공증 받은 7월7일 이후 사천시는 항공산단조성계획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천 축동과 진주 정촌을 묶어 절반씩 개발하자던 기본계획에서 사천의 경우 축동을 제외하는 대신 향촌을 지정하면서, 국가산단 또한 2개 지구로 나눈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일반산단 사업자들이 국가산단에 포함되기를 반대하고 있음을 들었다. 또 이들 일반산단 지역을 제외하고 나니 공단조성원가가 높아져 다른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게 사천시의 설명이다.

참고로 대동산단과 축동산단은 비교적 평지여서 공단조성원가가 저렴하게 잡힌다고 한다. 반면 이들 지역을 뺀 나머지 지역은 표고차가 커서 공단조성원가가 높게 잡힐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사천시는 일반산단 사업자들을 설득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이들 지역을 빼고, 그 대신 인근 산악지역까지 다수 포함시켜 대안으로 검토했다. 그러자 조성원가가 너무 높다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혀 축동 대신 향촌을 선택하는 수순을 밟았다.

항공국가산단 사천지구 대략적인 위치도.
그러나 사천시가 일반산단과 관련해 이미 마련해 둔 안전장치를 왜 활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와 관련해 항공산단조성업무 담당 부서장인 김태주 지역경제과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천시가 이 안전장치를 애써 외면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태주 과장은 일반산단 관련 각서의 존재를 묻는 최용석 의원에게 아주 최근까지도 그 존재의 유무를 모른다고 답한 것이 사실이다. 국가산단 지정이란 역점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이 겹치는 지역을 두고 지역경제과와 공단조성과 사이에 업무 협조가 안 됐다는 게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그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들 부서를 총괄 관리하고 있는 강상민 지역개발국장과 정만규 사천시장에게도 이미 각서 내용이 보고됐다고 하면, 사천시가 이 각서를 애써 외면했을 가능성은 매우 농후해진다. 참고로 해당 문건의 보고서에는 사천시장과 지역개발국장의 서명이 뚜렷했다.

그렇다면 사천시는 언제부터 축동 대신 향촌을 그 대안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을까?

사천시 공단조성과가 7월7일에 각서를 받아 공증했고, 이후 항공산단 관련 2차 간담회가 있었던 7월16일에도 별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적어도 정만규 시장이 갓 취임한 7월 중순까지는 기존 안이 검토된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후 사천시는 일반산단 시행사업자 설득을 갑자기 포기한다. 8월말에 이들 지역을 제외하는 방안을 경남도에 제시하고, 경남도는 일반산단 추진지역을 항공산단기본계획에서 제외시켰음을 9월초에 통보한다. 그리고 9월15일 있었던 연구용역 첫 중간보고회에 이 내용이 반영됐다. 타당성 연구용역 중간보고자료에 올라올 정도라면, 적어도 8월 중순 또는 말까지 변경안이 나왔다는 셈이다.

이후 10월5일 있었던 2차 중간보고회에 사다산단, 대동산단, 축동산단 사업시행자들을 한 자리에 불렀고, 이들이 국가산단에 포함되기 싫어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지난달 27일 열렸던 항공국가산단 3차 용역보고회 장면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공단조성원가가 높다는 이유를 들어, 도시계획상 이미 공업예정지구로 지정돼 있는 향촌지역이 언급됐고, 10월27일 3차 중간보고회에는 사천 향촌과 진주 정촌을 2개 지구로 나눠 개발하는 방안이 공식화 한 것이다.

사천시는 또 같은 날, 기존 국가산단지역에 포함돼 있던 축동면 사다리 사다마을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사다리 일원 43만4000제곱미터를 사천지구와 별개로 진주지구에 포함시켜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여기까지가 지난 7월7일 ‘각서’를 받은 날부터 10월27일 3차 중간보고회까지 경과다. 국가산단을 지정하려는 계획과 절차 치고는 너무 성급해 보이고 또 엉성한 느낌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의 입장은 “사천시가 알아서 한 일”이란 입장이다. 나아가 “지역이 똘똘 뭉쳐 추진해도 될까 말까한 국가산단 지정이 지역에서 시끄러우면 곤란하다”면서, 최근 항공산단 예정부지를 두고 일고 있는 지역의 파열음을 ‘소지역주의’ 또는 ‘지역이기주의’라고 탓했다.

경남도의 경우, 항공산단 업무를 맡은 일선 담당자는 문제의 '각서' 존재사실과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반면, 정구창 남해안기획관은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는 경남항공국가산단 추진 업무를 맡고 있는 경남도 남해안기획관실의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항공국가산단이 지금처럼 2개 지구로 이원화 돼 추진되는 것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어도 국가산단 지정을 받아냄에 있어 이로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항공산단 업무를 맡은 일선 담당자는 문제의 각서의 존재사실과 그 내용까지 잘 알고 있는 반면, 정구창 남해안기획관은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정 기획관은 “사천시가 일반산단 사업자들을 충분히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고, 그것이 여의치 않아 새로운 계획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각서의 유무와 그 내용에 관해서는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

결국 항공산단과 관련해 지금까지 진행되는 모든 일은 사천시의 뜻이 존중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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