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사남면 조경밀 종자 14톤 보급.. 싹 안나와 대체 파종 헤프닝
국립종자원 "아직 원인 파악 중.. 밀재배 농가 피해 최소화 노력"

국립종자원이 경남지역 보급한 우리밀종자가 파종한 지 열흘이 흘러도 싹이 나지 않아 불량종자 논란에 휩싸였다. 사천시는 우리밀재배 농가들에게 대체종자를 긴급 지원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농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가 보급한 품질 좋은 종자라더니, 싹은 커녕..."

예년 같으면 파릇파릇한 싹이 올라와야 할 경남 사천의 우리밀 재배지 일부가 휴경지처럼 변했다. 국립종자원이 보급한 우리밀 종자가 발아율이 극히 낮아 상당수 싹을 틔우지 못하고 땅속에서 썩어버린 것.

농민들은 우리밀 종자를 파종한 지 보름 가까이 흘러도 싹이 올라오지 않자, 불량종자가 원인이라며 지난 1일을 즈음해 지자체와 종자원 측에 항의했다.

지역농협서 자체 보급한 우리밀 종자가 정상적인 발아율을 보인 것과는 달리 정부보급 종자가 뿌려진 곳은 싹이 나지 않아 확연히 비교됐다.

국립종자원이 경남에 보급한 우리밀 종자는 '조경밀'로 총 29.7톤에 면적은 180ha에 이른다. 국립종자원은 경남의 우리밀재배 시범지역으로 널리 알려진 사천시와 합천군에 14톤, 13.5톤씩 조경밀 종자를 보급했다.

조경밀은 조숙성으로 제분율이 72%에 달해 빵을 만드는 용도로 적합하며, 수량도 10a당 638㎏으로 비교적 높은 편으로 제빵업계에서 선호하는 품종이다.

사천시는 올해 사남면 지역에 조경밀 종자를 보급해 성과를 살피고, 사천 전역으로 우리밀 재배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농민들의 원성을 들었다.

지역농협이 보급한 종자를 심은 곳(사진 왼쪽)과 국립종자원이 파종한 밀을 심은 곳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국립종자원 경남지원은 지난 1일께 이번 사태를 인지하고, 대체 파종할 수 있는 우리밀 종자 지원에 나섰다. 사천시농업기술센터는 민원 접수 이후 지난 2일부터 국립종자원의 종자를 회수하는 동시에, 사남농협이 가지고 있는 '금강밀' 종자 14톤을 농가에 긴급 지원했다. 금강밀은 제분율이 높고 회분과 단백질 함량이 적정한 품종으로 가공적성이 우수해 다목적 밀가루로 많이 쓰이는 품종이다.

종자원 측은 "본원이 보급한 종자의 발아율이 낮은 것에 대해 원인 파악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며 "우선 대체 파종할 종자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태가 수습되면 농민 피해에 대한 보상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농민들은 우리밀 파종한계 시점인 11월 10일이 며칠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태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농민이 우리밀 종자를 파종한 뒤 흙으로 덮고 있다.
한 농민은 "그래도 '국립'이라는 이름 때문에 믿었는데 솔직히 황당하다"며 "올해 쌀농사에도 영향을 끼칠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일부 농민들이 사천시가 대체종자로 보급한 '금강밀'조차 믿지 못하겠다며 걱정했다. 이에 사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대체 파종을 위해 지급한 '금강밀'종자는 정부가 보급한 것이 아닌 사남농협 씨받이밭에서 얻은 정상적인 종자"라며 "안심하고 파종을 서둘러 줄 것"을 당부했다.

지자체와 농협의 대체종자 지원으로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는듯하지만, 불량종자의 원인 분석, 농민들의 피해보상 등 문제가 남아 있다. 국립종자원 측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파종이 끝나는 대로 '보상' 등에 대해 농민들의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민들은 올해 우리밀 파종이 늦어 내년 쌀농사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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