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균 재단이사장 취임에 탄탄대로.. 사천시 감독 ‘솜방망이’

순영의료재단은 순영병원, 경남도립정신병원, 경남도립사천노인전문병원을 사천시 축동면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들 병원은 모두 한 데 모여 있으며, 2~3분이면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다. 사진은 순영병원.
<'정신병원이 정신 줄 놓았나?>기사 에서 이어짐

순영의료재단이 사천시 축동면에서 현재 운영하는 병원은 모두 세 곳이다. 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순영병원. 그리고 경남도에서 수탁해 운영하는 경남도립정신병원과 경남도립사천노인전문병원이 그것이다.

이들 병원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다. 일종의 대학 캠퍼스처럼 걸어서 2~3분이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경남도가 설립하는 병원이 어찌 한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 인근에 이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걸까?

병원 설립이 10년도 훨씬 전에 있었던 일이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처음부터 계획하지 않고서는 일어나기 힘든 구조와 배치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순영의료재단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고 나면 그 궁금증이 조금은 풀릴지 모른다. 순영의료재단 황성균(75) 이사장. 그는 1992년에 이 재단을 설립했다. 그 전까지는 의사로서 진주의료원장과 진주시의사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 1988년에는 제13대 국회의원에 당선하기도 했다.

황 이사장은 국회를 벗어난 1992년부터 2년간 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신인 의료보험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냈으며, 1996년에는 다시 국회에 진출해 제15대 국회의원으로서 보건사회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쯤 되면 의료계에서는 그야말로 ‘거물급’이었던 셈이고, 그 영향력은 지금도 막강하다는 게 의료계 안팎의 이야기다. 참고로 경남도립정신병원은 1994년 5월에, 경남도립사천노인전문병원은 2000년 7월에 문을 열었다.

이런 거물급 의료인이 경남도로부터 위탁 받아 병원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경남도나 사천시 담당공무원들도 해당 병원을 관리감독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순영병원과 도립정신병원이 제대로 의료인력을 갖추지도 않은 채 1년 넘게 환자들을 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했고, 그 과정에 환자들의 신체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됐다는 국가인권위 조사결과가 나온 점을 감안하면, 이들 감독기관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겠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해당 지자체가 의료기관을 1년에 두 번씩 정기점검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특별한 경우 수시점검도 벌인다. 만약 이 과정에 문제가 발견되면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돼 있다.

행정처분은 위반사항의 경중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하지만 보통 1차는 경고, 2차/3차는 업무정지, 그리고 4차는 면허취소 또는 폐쇄를 명한다.

사천시보건소는 그동안 순영재단이 운영하는 세 병원을 점검하면서 대표로 1곳만 점검하고, 나머지 2곳은 그냥 넘어갔다. 국가인권위가 지적한 의료인력 부족문제 역시 사천시는 제대로 적발해내지 못했다. 사진은 사천시보건소 전경.
사천시보건소 측에 따르면 이에 따라 사천시도 해당 병원들을 점검해왔다. 그러나 인권위가 조사해 밝힌 2008년 1월부터 2009년 2월(도립정신병원) 또는 9월(순영병원) 사이에 두 병원의 의료인력 부족문제를 사천시는 제대로 적발하지 못했다. 도립정신병원만 단 한 차례 의료인력 부족을 지적했을 뿐이다.

사천시보건소는 이에 대해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의료기관 정기점검의 경우 미리 일정기간을 알려주고 그 기간 중 현장을 방문해 확인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동안 사천시는 순영재단이 운영하는 세 병원을 점검하면서 대표로 1곳만 점검하고, 나머지 2곳은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들이 합작해 의료인력을 짜 맞추기 하는 줄 몰랐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행은 지난해 순영재단에 노동조합이 들어서고 노사갈등이 일어나기 전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노사가 갈등을 겪으면서 환자의 이동, 직원의 이동 등 갖가지 편법이 있음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보건소는 뜨문뜨문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그리하여 지난 2004년부터 올해 10월까지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 모두 여덟 번. 두 병원에 네 번씩 고르게 내린 셈이다.

문제는 이 행정처분이 대부분 ‘경고’에 그쳤다는 점이다. 행정처분의 유효기간은 2년. 1차 행정처분인 ‘경고’를 받은 뒤 2년이 지나버리면 그 잘못은 사라지고, 이후 같은 위반사항으로 적발된다 해도 다시 ‘경고’만 주어지는 것이다.

우연인지 몰라도 순영병원과 도립정신병원은 널뛰기 하듯 행정처분을 번갈아 받았고, 절묘하게 가중 처분을 피해 다녔다. 단, 네 번 가운데 한 번은 2차 ‘업무정지’ 처분을 각각 받은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감독기관인 사천시도 ‘뭔가 봐준 게 있지 않을까’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가 파악한 대로라면 순영병원과 경남도립정신병원은 이미 문을 닫았거나 면허가 취소됐어야 한다. 이들 병원이 2007년 7월에 1차 행정처분을 받은 뒤 최소한 4회의 정기점검이 있었다.

사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사천시보건소 행정사무감사에서 사천시보건소의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한 바 있다. 당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보건소 측의 부실 자료 제출, 답변 논란으로 감사가 정회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만약 사천시보건소가 제대로 점검을 했다면, 의료인력이 부족했던 2008년과 2009년 사이에 4차 행정처분까지 내려졌을 상황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4차는 곧 폐업이다.

순영재단과 해당 병원들로서는 행운을 얻은 셈이다. 그런데도 순영재단은 진료비 부당청구액 19억9000만원 추징과 과징금 61억5400만원 처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환자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위법행위에 벌금 500만원을 고지한 법원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

의료기관은 공공성이 중요 기능이고, 생명을 다루는 영역인 만큼 법과 규정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감독기관의 장과 국회의원까지 지낸 황성균 재단이사장이 모를 리 없다. 사천시민과 경남도민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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