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부족/진료기록허위/진료비부당청구, '순영' 어디까지?

▲ 순영의료재단이 정신보건법 위반에 따른 소송에 휘말리고 60억원 대 과징금 처분을 받는 등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6월28일 순영의료노조 한현기 부지부장이 국가인권위 권고를 즉각 수용하라며 경남도청앞에서 1인시위 하는 모습.
“어떻게 답변 자료가 달랑 한 장입니까?” “숨기려는 것 아닙니까?” “진료기록 허위작성, 인권침해가 수시로 발생하는 동안 사천시는 뭘 했습니까?” “그 동안 드러난 상황으로 보면 사천시의 겉치레 관리감독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다소 과격해 보이기도 한 이 발언들은 지난 9월10일 사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사천시보건소를 행정사무감사 하며 쏟아낸 것이다. 이런 추궁에 보건소 관계자들이 답변을 제대로 못 이어가자 산업건설위는 감사를 일시 중단하는 사태까지 맞은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행정사무감사는 정회소동까지 빚은 것에 비하면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보건소가 뒤늦게 추가 자료를 제출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의원들의 한 결 같은 목소리였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그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날 의원들이 강한 어조의 질타를 쏟아낼 만 했던 것 같다. 사천시보건소가 뒤늦게 제출한 자료에는 놀라운 사실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1월21일 사천시에 통보한 결정문에 따르면, 의료법인순영재단이 운영하는 순영병원과 이 재단이 경남도로부터 수탁 관리하는 경남도립정신병원은, 확인된 기간만 1년 여에 걸쳐 입원과 계속입원 절차를 위반해 환자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

▲ 9월10일 사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를 받고 있는 유영권 사천시보건소장. 이날 순영의료재단 문제는 정회 소동을 빚는 등 뜨거운 감자였다.
또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했으며, 상당 기간 동안 법적 의료인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로 병원을 운영해, 환자들이 최소한으로 치료받을 권리조차 침해했다는 결정이었다.

인권위는 이런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의료재단 이사장과 관련 두 병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재발방지책을 주문함과 동시에, 순영재단의 진료비 부당청구 부분을 조사해 부당이득 징수 등 적절한 행정처분을 취하라고 권고했다.

나아가 도립정신병원을 순영재단에 위탁하고 있는 경남도에는 ‘계약해지’ 등 적절한 행정처분을 취할 것, 그리고 사천시장에게는 정신과전문의 인력기준 준수 여부와 관련해 적절한 행정처분을 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런 결정문을 통보하며 직권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여러 사실들을 나열했다. 특히 의료인력 부족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됐음을 중요하게 지적했다. 참고로 정신보건법은 정신보건시설에서 정신과전문의 인력 운영 기준으로 ‘입원환자 60명당 정신과전문의 1인’을 두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순영병원은 2008년1월2일부터 2009년9월25일까지, 한 순간도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약 1년4개월 동안은 정신과전문의 1인이 200~250명의 환자를 진료했고, 아예 한 명의 전문의도 없었던 시기가 6일간, 20일간 이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진료기록 허위 작성이나 이를 통한 진료비 부당 청구, 입원과 계속입원 절차 위반 등을 통한 인권침해 사실이 760건에 이른다는 게 인권위 주장이다.

인권위의 이런 주장에 따라 검찰은 해당 의료재단과 두 병원을 약식 기소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10월4일 약식 선고를 통해 벌금형을 결정했고, 지난 10월19일자로 각각 벌금500만원을 고지했다. 각 당사자들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또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인권위 결정문을 바탕으로 부당청구 사실을 적발해 19억9000만원의 부당금액을 환수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른 과징금 61억5400만원도 징수할 방침이다. 하지만 순영재단과 두 병원은 이 역시 억울해 하며 행정심판을 청구해 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천시는 2009년9월3일 보건복지부, 경남도와 합동으로 해당 병원들을 점검한 결과 순영병원이 여전히 의료인력을 갖추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고, 다음해 1월25일에 1차 행정처분으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다만 경남도는 '경남도립정신병원과 계약 해지 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아직 따르지 않고 있다. 검찰의 고발과 건강심사평가원의 과징금처분에 순영재단이 반발하고 있어, 최종 결론까지 지켜본 뒤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인권위의 직권조사와 결정, 그리고 최근에 이르는 여러 과정에 대해 순영재단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료법 제39조에 따라 순영병원장과 경남도립정신병원장이 서로의 시설과 장비, 인력 등을 공동으로 이용한 것이어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순영의료재단은 상당 부분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순영병원 전경
실제로 순영병원 김진태 행정실장은 “인권위가 다소 지나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행정절차를 밟아 바로잡도록 하겠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참고로 의료법 제39조는 “의료인은 다른 의료기관의 장의 동의를 받아 그 의료기관의 시설, 장비 및 인력 등을 이용하여 진료할 수 있다”(1항)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조사과정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순영병원과 경남도립정신병원은 각각 별도로 허가받아 운영되는 독립된 정신의료기관이고, 아주 부득이한 경우에만 의사 공동이용이 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따라서 인권위는 “입원환자에 대한 최적의 치료와 진료차원이 아닌 전문인력 부족, 시설 미비 등을 회피할 목적으로 상시적이고 계속적으로 의료 인력을 공유하거나 심지어 입원실까지 공유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39조에서 허용하는 정당한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순영재단의 주장을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 순영의료재단의 예민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이 재단에 노조가 설립되면서부터다. 보건노조 순영의료재단지부가 지난해 파업기간 중 거리홍보에 나선 모습.
그렇다고 순영재단의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꼭 '옛 일'만은 아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10월12일, 사천시가 해당 병원들을 수시점검 했을 때도 의료인력이 부족했다.

순영병원의 입원환자는 178명. 최소한 의사 3명에 간호사 14명이 근무해야 함에도 의사 2명과 간호사 5명 등 의료인력 9명이 모자랐다. 245명의 환자가 있던 경남도립정신병원도 간호사 4명과 전문요원 1명이 부족했다.

사천시는 이번에도 각각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이에 앞서 병원 측에 의견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만약 여기서 병원 측이 특별한 이유로 인정 못 받는다면 순영병원은 2차 행정처분에 따른 '업무정지 16일'을 받게 된다. 반면 1차 행정처분을 받는 도립정신병원은 '경고'에 그친다.

이쯤에서 정신보건법 위반에 따라 감독기관인 자치단체가 취하는 이 행정처분에 관해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해, 2년만 지나면 앞선 잘못은 모두 없던 것으로 해주는 이 행정처분 시스템 때문에 병원은 이를 더욱 악용할 가능성이 있고, 지자체 역시 그 놀음에 들러리 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후속 기사: '대물' 순영재단 막을 자 없었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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