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부지 비켜가느라 도로는 휘어지고 실안교차로는 '엉망'

국도3호선 확장공사 준공을 두 달 남짓 앞두고 사천시와 경찰이 공사 감리단과 함께 합동점검을 가졌다. 실안관광단지 때문에 도로선형이 이상하게 굽었다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합동점검반이 지역주민들에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천-삼천포 국도3호선 확장공사가 준공을 두 달 남짓 남겨 두고 있지만 곳곳에 민원이 발생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천시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실안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도로선형만 이상하게 꼬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천시와 사천경찰서는 지난 18,19일 이틀 동안 공사 감리단과 함께 사천-삼천포 국도3호선 확장공사 전 구간을 살폈다. 일종의 예비준공검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 중 단순 확장구간이 아니라 터널을 뚫는 등 사실상 새 도로를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1공구 노례~대방 구간의 합동점검현장을 기자도 동행했다. 이날(19일) 합동점검에서는 지난 5일부터 17일까지 임시개통 했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가 먼저 제기됐다.

새롭게 제기된 민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길을 안내하는 도로표지판. 삼천포 시가지와 삼천포대교 또는 남해방향으로 길이 갈라지는 송포교차로의 안내표지판에 ‘삼천포항’이 ‘남해’와 같은 방향으로 표기된 반면, 삼천포시가지 방향으로는 ‘와룡산’ ‘송포농공단지’만 언급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5~17일 국도3호선이 임시개통 했을 당시 송포교차로 이정표만 믿고 낭패를 본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개선이 요구되는 안내표지판.
특히 삼천포에 거주하는 사람들조차 이정표만 보고는 착각을 일으켜, 시가지 방향으로 빠져야 함에도 무심코 남해방향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 삼천포항도 시가지로 빠져야 더 가까운데 표기가 잘 못됐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사천시와 경찰은 도로 준공 이전에 표지판 내용을 고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박성동 1공구 감리단장은 “안내표지판 내용은 우리가 마음대로 정한 게 아니라 사천시와 협의를 거친 뒤 최종 확정된 것”이라며 추가 비용을 시공사에 부담시키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사천시는 도로표지판의 문제점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바로잡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국도3호선 확장구간의 임시개통으로 송천마을 주민들이 새롭게 깨달은 점도 있다. 마을 바로 위를 지나는 도로 때문에 엄청난 소음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마을주민들은 이날 현장에 직접 나와 소음방지벽을 더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소음방지벽이 너무 낮아 송천마을 주민들이 소음에 시달린다며 박성동 감리단장에게 대책을 호소하는 조현문 남양동장과 송천마을 전경.
실제로 소음방지벽 높이는 2미터로 조금 낮아 보였다. 이는 “대형 트럭이 달릴 경우 소음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겠느냐” 하는 의문을 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박 감리단장은 “설계 당시부터 환경영향을 고려한 결과”라며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없던 도로가 생겨서 소음이 크게 느껴질 뿐 법정 기준치 이하일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에 합동점검에 나선 관계자들은 “그렇다면 직접 차량을 운행시켜 소음측정을 해보고 판단하자”며 문제해결을 뒤로 미뤘다.

이날 합동점검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곳은 실안에서 선창마을로 갈라지는 교차로다. 현장에는 사천시의회 강태석 의원과 해당 주민 다수가 나와 지켜봤다.

실안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좌회전 차선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찰관이 좌회전 차선 확보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는 장면.

이곳 교차로가 가진 문제의 핵심은 비교적 많은 이용자가 있음에도 좌회전 차선이 없다는 점이다. 인근 지방도로와 너무 가깝다거나 도로 폭이 너무 좁은 점 등으로 볼 때 실제로 좌회전 차선을 포함시킬 만한 여유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사천시와 경찰 관계자 그리고 마을주민들은 현실 여건을 거론하며 “좌회전 차선이 없어 (이용자들이)불법 좌회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왕이면 불법을 부추기지 않도록 좌회전 차선을 넣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성동 1공구 감리단장은 “이 문제는 이미 5년 전부터 예견됐다. 그동안 사천시에 이곳 교차로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는데, 준공 두 달 남겨두고 이제와 어떡하란 말이냐”고 되레 따졌다. 또 당초에는 계획에 없었는데 주민들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차로를 만든 것이라며 “더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박성동 감리단장이 합동점검에 나선 관계자들에게 좌회전 차선 넣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도로가 실안관광단지 예정부지 탓에 S자로 굽었다.
국도3호선 확장공사의 최종 책임기관인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불참한 가운데, 공사 감리단장, 사천시공무원, 경찰관, 마을주민들이 서로 목소리를 높여가며 열을 올린 셈이었다.

결국 지금상황으로는 실안마을입구에서 좌회전은 안 된다. 그 대신 삼천포대교 방향으로 200미터 남짓 직진한 곳에 있는 실안교차로에서 실안마을로 진입할 수 있다.

이날 현장에 나온 합동점검 관계자들이 1공구 감리단장과 열띤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유독 사천시 공무원들의 목소리는 작았다. 실안교차로가 이렇듯 기형으로 바뀐 데는 사천시도 한몫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안관광단지가 문제였다. 당초 실안교차로는 입체식 교차로로 예정돼 있었으나 실안관광단지 구간이 잠식된다는 이유로 평면교차로로 바뀌었다. 또 남양에서 실안 방향으로 터널을 빠져나온 도로가 곧게 내려오지 못하고 S자 곡선을 그린 것도 실안관광단지 탓이다.

실안마을과 선창마을 주민들도 현장에 나와 합동점검 상황을 지켜봤다.
만약 실안관광단지 예정부지 일부를 잠식하고 곧장 내려오게 설계했더라면 실안주민들이 요구하는 좌회전차선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았다. 무엇보다 시공사와 감리단 측이 1년 전에 “해당 구간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을 때만이라도 실안관광단지 조성 사업에 대한 획기적 전환을 검토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현장에 있던 강태석 의원은 “실안관광단지는 사실상 끝났다”며 더 이상 거론하는 것 자체를 꺼렸다. 이는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사천시 해당 부서에서도 이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아쉬움은 더한다.

국도3호선 확장공사 구간 1공구 합동점검은 해상관광호텔 앞 삼거리를 거쳐 대교공원에서 모두 끝났다. 이 과정에 사천경찰서가 주목한 것은 안전문제였다. 특히 지난 임시개통 시기에 과속 운전자가 많았다며 “과속과 신호위반 방지용 무인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돼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폈다.

하지만 과속방지용 무인카메라 설치가 부산국토관리청이나 시공사에 책임이 있지 않다는 원론적인 답변 속에 속 시원한 해결점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합동점검 과정에서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빠진 가운데 사천시공무원과 사천경찰관 그리고 감리단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그나마 확실하게 성과를 거둔 것이라면 송포교차로에서 시가지 방향으로 갈라지는 출구에 임시 안전분리대 설치를 요구해 확답을 얻은 것이다. 이곳 출구는 2차선이지만 국도와 만나는 사천시 대로1-3호선(죽림3거리~송포교차로)이 아직 편도1차선이어서 한쪽 차선을 점차 줄여 줘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는 않았다. 박 감리단장은 “차선을 2차선으로 넓혀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 좁혀 달라며 그 비용까지 시공사에 물리겠다는 것이냐”며 난색을 표했던 것이다.

사실 이곳 송포교차로는 당초 1차선으로 설계돼 있던 것을, “2차선으로 만들어둬야 미래 교통량 증가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는 시민사회와 사천시의 요구를 부산국토관리청이 받아들임으로써 넓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대로1-3호선이 여전히 편도 1차선이기에, 출입구 역시 상당기간 1차선 기능밖에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송포교차로 출구가 2차선으로 확보됐지만 접속도로가 여전히 1차선이어서 이곳 도로 역시 1차선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준공 이후에도 점선표시를 따라 분리대가 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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