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관리 들어가 공사 재개 여부 결정될 듯.. 사천시 ‘난감’
13일 사천시 공단조성과에 따르면, 삼호조선이 “자금 유동성 부족” 이유를 들어 이 같은 내용을 공문으로 통보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호조선은 조만간 은행과 MOU를 체결하고 RG(선수금환급보증)자금을 지원받아 내년 중으로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뜻도 함께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말하는 RG 즉 선수금환급보증은 은행이 조선업체의 선수금 반환을 보증해주는 제도로, 이것이 발급되지 않으면 조선사가 수주계약을 했더라도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을 수 없다. 중소 조선업체들은 최근의 유동성 위기가 이 선수금환급보증이 잘 발급되지 않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사천시에 따르면 삼호조선이 밝힌 ‘은행과의 MOU’는 사실상 삼호조선이 은행관리에 들어감을 뜻한다. 그리고 삼호조선은 오래 전부터 “선박 21척을 신규 주문 받은 상태”라며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해 왔다.
결국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삼호조선 역시 대부분의 중소조선업체들처럼 RG가 해결되지 않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삼호조선이 채권은행들의 요구조건을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호조선이 향촌농공단지 조성사업을 빠른 시일 안에 재개하기 힘들다고 보는 이유다.
시행업체가 자금난을 겪으며 공사중단을 선언하자 난감해진 건 사천시다. 사업 추진 과정에 기존 사업부지에서 오랫동안 조선업을 하고 있던 소규모 조선업체의 반발이 완강해 오랜 법적 공방을 벌여온 사천시다.
그런데 이 법적 공방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법원이 삼호조선과 기존 조선업체인 HK조선 간에 합의점을 찾기를 권하며 내년 1월까지 선고유예 결정을 내려놓은 상황이다. 그리고 지난 7월에 겨우 합의에 이르러 지금에 이르고 있다.
더 큰 고민은 사천시가 마땅히 다른 방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삼호조선이 향촌농공단지조성사업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시행자를 바꿀 수도 없다. 그리고 사천시는 이미 이 사업에 40억원을 쏟아 부은 상태다. 나아가 내년 1월이면 HK조선과 진행중인 법적 분쟁에 종지부도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삼호조선은 현재 내년 상반기 중 은행으로부터 200억원의 RG자금을 받아 전체 사업부지 26만제곱미터 중 10만제곱미터 정도만이라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삼호조선이 유동성 위기란 굴레를 벗으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한 사천시도 구조해 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2009년3월에 육지부에 한해 실시계획을 승인했다가 6월에 공유수면까지 포함시켜 실시계획 변경승인과 고시를 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에 향촌농공단지 기공식을 가졌다.
이 과정에 HK조선, 인근 남일대리조트 측과 오랜 법적 분쟁을 빚었다. 모두 17건의 소송 가운데 15건은 사천시가 승소했지만 실시계획변경승인처분취소 등 2건이 남은 상태다. 법원은 지난 6월에 6개월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