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지방재정위기 '공감'..지자체 씀씀이 꼼꼼히 따져

"시민들의 혈세 허투루 쓰게 하지 않겠다."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제145회 사천시의회 1차 정례회에서는 행정사무감사와 시정질문을 통해 사천시 행정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6.2지방선거로 당선된 제6대 사천시의원들이 집행부 견제와 감시에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제145회 사천시의회 1차 정례회에서는 행정사무감사와 시정질문을 통해 사천시 행정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시의원들은 당선 후 약 석달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주민들의 제보와 현장방문, 타지자체와 비교 자료 분석 등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집행부와 같은 정당이 대다수였던 지난 5대 의회(한나라당 9, 무소속1, 민노2)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지방재정 위기 속 대형사업 재검토 목소리 높아

5대 때와는 다른 시의원들의 행보는 '지방재정악화'에 대한 공통된 위기의식이 한몫 했다. 이번 정례회 시정질문에서는 막대한 시비 투입이 예상되는 대형사업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이  특징이다. 또 단순히 행정사무감사 지적사항으로 끝나지 않고, 시정질문을 통해 책임있는 답변을 끌어내는 노력이 두드러져 보였다.

이번 제145회 사천시의회 1차 정례회에서는 지방재정 위기 속에서 각종 대형사업 재검토 촉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사진 왼쪽부터 최갑현, 최용석, 이삼수 의원.
17일 시정질의에서 최갑현 의원은 "수백억 시비 투입이 예상되는 사천첨단항공우주과학관 건립이 과연 필요하냐"고 따져 물었다. 최 의원은 임대형 민자사업(BTL)으로 건립된 창원체험과학관의 저조한 실적(예상수익률 대비 57%)과 연간 최소 9억원의 운영비 보전 등 문제를 구체적인 사례로 언급하면서, 그대로 추진할 경우 시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사천시는 실시협약을 앞둔 업체로부터의 약 15억 상당의 소요경비 청구와 시 위상 추락 등을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했다.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시의회가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삼수 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 이은 시정 질문을 통해 사천 제2산단 물양장 조성과 관련된 수십억 수의계약과 부적절한 시보조금 지급 등을 지적해 사천시 자체감사 약속까지 끌어냈다. 또 구체적인 현장실사를 바탕으로 사천대교 휴게시설의 과다공사비 의혹과 정촌산단 오폐수 사천만 방류 등을 현안으로 부각시키는 등 3선 의원으로서 관록을 과시했다.

이삼수 의원은 앞선 임시회에서 최용석 의원이 5분 발언을 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천시 행사시 의전 간소화'를 시정질문해 시의 지침마련을 유도했다. 의원간 팀플레이가 빛나는 부분이다.

이번 정례회 기간 중 최수근 의원 외 11명 전체의원이 '사천시민 물이용부담금 면제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다.
최용석 의원은 시행이 불투명한 산업단지에 대한 재검토를 구체적으로 따져, 시로부터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20개 산단 중 부실·주민 반발이 큰 10개 산단을 재검토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사천시가 사실상 좌초된 광포일반산단의 대안으로 추진 중인 송포일반산단에 대해서도 해양관광산업에 타격 등을 이유로 재검토를 요구해, 이문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최 의원은 최근 성남시의 모라트리움(지불유예) 사태를 예로 들며, 사천시의 구체적인 지방채 상환계획 등을 요구했다. 소도읍 육성사업 등의 지방채 발행이 악성부채가 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시점에서 최 의원의 시정질문은 적절했다.

이번 정례회 기간 중 최수근 의원 외 11명 전체의원이 '사천시민 물이용부담금 면제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부분 역시 주민들의 삶에 밀접한 문제를 의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인 경우로 꼽힌다.

민선 5기 첫 행정사무감사 역시 다양한 건의·시정조치 요구사항이 나와 의원들의 나름 의욕적인 의정활동의 결과를 엿볼 수 있었다. 올해 역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집행부의 부실한 자료 제출, 매년 지적되는 사항의 반복 등은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매년 반복된 지적 사항과 부실자료.답변은 신뢰성 문제

민선 5기 첫 사천시 행정사무감사 장면. 사진 왼쪽 산업건설위원회, 오른쪽 총무위원회.
총무위원회(위원장 최수근)는 감사결과 총평에서 "제출된 수감자료와 관련부서와의 불일치, 일부 누락 또는 중복 등 자료의 신뢰성에 문제 있는 부분은 시정되어야 한다"면서 "축제나 보조금의 중복 또는 형평성 문제 등은 어려운 시 재정여건을 감안해 내실있는 예산집행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총무위원회는 행정사무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실과소 공통 시정 시항으로 무분별한 설계변경에 따른 예산 추가소요와 행정 신뢰성 저하를 꼬집고 시정을 요구했다. 최저금액으로 입찰 후 설계변경으로 예산을 부풀리는 관행에 대해 제동을 건 것. 또 다른 실과소 공통지적사항으로 지방재정조기집행으로 인한 하반기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추진 애로를 꼽았다.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최용석)는 감사 총평을 통해 "사천소도읍 육성사업 등 일부 사업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예견하지 못해 추진이 부진하고, 행정업무 개선 노력 미흡, 계수 불일치, 자료누락, 금액단위 미표시 등 감사 자료 제출에 소홀한 점 등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보건위생과 행정사무감사 도중 부실 자료·답변 논란으로 감사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은 감사 정회 선포 뒤 시청사내 생중계되는 행정사무감사 CCTV를 끄고, 시의원들이 비공개 회의를 하는 장면.
산업건설위의 경우 지난 10일 사천시보건소 보건위생과 행정사무감사에서부실 자료·답변 논란으로 감사가 정회되고, 타실과 감사를 모두 마친 뒤에야 보건소장 입회 하에 감사가 속개되는 소동도 빚어졌다. <관련기사> 당시 정회 소동의 시발점은 부실한 감사자료 제출이었다.

#주민 통한 “잘봐달라”에 시의원 진땀..'잦은 비공개 회의' 그들의 속사정

첫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의원들의 밝은 측면만 드러난 것이 아니다. 일부 실과부서의 경우 별다른 질문이나 검토없이 1시간 안에 행정사무감사가 마무리돼, 보는 이에 따라서는 부실감사 논란이 제기될 만 했다. 실제 제안 설명에 30~40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별다른 질의 없이 20~30분 안에 끝나는 감사도 있었다.

한 의원은 "의욕적으로 행정사무감사와 시정질문을 하려해도 현안을 파악하고, 자료를 검토·분석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며 "당선 후 짧은 기간동안 의원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하니 몸이 세개라도 모자란다. 보좌관제도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역구 주민을 앞세운 공무원들의 부탁이 곤혹스러웠다"며 "구체적으로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해도, 주민들을 통해 공무원들이 잘봐달라고 전화가 오는 통에 난처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사천시와 다자연영농조합은 녹차단지와 연계한 관광특구 지정을 추진하면서 시의회에 의견을 물었으나, 의회는 시의원 간 이견 등을 이유로 입장발표를 내년으로 유보했다.
이번 정례회 기간 중 민원성 청탁 등의 문제로 시의원들의 골머리를 썩힌 것은 녹차관광특구 사천시의회 의견 청취의 건. 특정사업자에 대한 특혜 논란과 실효성 문제 등을 놓고 수차례 비공개 회의 끝에 시의회 입장발표를 내년으로 유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관련기사>.

의원들은 지역에서 인맥과 학맥이 얽혀 민감한 사항에 소신있게 입장을 밝히는 부분은  애로사항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의원 당선 후 첫 결과물.. 여러분이 생각하는 성적은 몇점?

당선 후 사천시의원들의 의욕적인 활약과 고충을 엿볼 수 있었던 제145회 사천시의회 제1차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와 시정질문. 시의원들의 행보에 시민들이 어떤 성적표를 매길 지 궁금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