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때문에 웃고 울어야 했던 제5회 사천노을마라톤

제5회 사천노을마라톤대회의 주인공은 노을보다 전어였다.
제5회 사천노을마라톤이 성황리에 끝났다. 어떤 달림이는 노을을 못 봐서 아쉬웠다고 한 반면 다른 달림이는 더위를 식혀줘서 달리기에 더 안성맞춤이었단다. 그리고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마디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전어’다. 어떤 이는 맛있게 먹었다고, 다른 이는 맛도 못 봤다고.

사천노을마라톤의 역사가 짧은 편임에도 전국의 많은 달림이들이 이 대회를 기억하는 데는 노을뿐 아니라 ‘전어’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전어를 비롯한 풍성한 먹을거리에 다양한 볼거리가 더해져 “가족동반으로 참가하기에 알맞은 대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 전어 때문에 웃고 우는 일이 일어났다. 대회 주최측은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400킬로그램의 전어를 준비했다. 마리로는 거의 1만 마리에 해당되는 양이다. 주최측은 지난 대회에서 전어가 남았기에 이번 대회에도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올해는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전어가 바닥나 버렸다. 그런 까닭에 풀코스를 달리고 비교적 늦게 도착한 달림이들은 아예 전어 맛을 못 보았다. 허기진 배를 달래리가 기대했던 달림이들은, 그래서 이번 대회의 가장 아쉬움으로 이 점을 꼽고 있다.

이번 대회에 공급된 전어는 400킬로그램. 마리로는 1만 마리였다.

자동전어구이기가 등장했지만 전어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따라 늘었다.
‘궂은 날씨로, 지난해에 비하면 동반한 가족 수도 적었는데 왜 전어가 모자랐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정말 왤까?

알고 보니 달림이와 그 가족들에게 더 나은 편의를 주려 했던 생각이 화근(?)이었다. 먼 곳까지 찾아온 사람들에게 사천을 대표하는 ‘전어’를 골고루 맛보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이번 대회에서 누군가 처음 등장시킨 것이 있으니, 바로 자동전어구이기다.

사실 전어구이 제공은 대회가 열리는 사천시 사남면의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곳 남녀 새마을지도자협의회원 50여 명이 하루 일정을 모두 접고 이 일에만 매달려 왔던 것. 그럼에도 전어를 구워내는 숯불과 장비의 한계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벅찼다.

이 모습을 기억한 사천시 사남면의 한 공무원이 있었으니, 구종갑 씨다. 그는 자신의 사비를 털어, 길이 6미터의 레일식 자동전어구이기를 만들었다. 이 장비는 기존의 그릴 30개 역할을 지녔는데, 최대 1초에 2마리 씩 구워낼 수 있다고. 구 씨가 굳이 제조비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장비의 겉모습만으로도 그 금액이 상당할 것임에 분명했다.

사천시청 공무원 구종갑 씨가 제작한 길이 6미터의 자동전어구이기. 최대 초당 2마리 씩 구워내는 능력을 지녔다.

달림이들에게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전어가 너무 빨리 동이 나버렸다. "우야면 좋아...."
구 씨의 아이디어는 성공적이었다. 달림이와 그 가족들의 기다림이 크게 줄어든 것. 그러나 이번에는 전어가 남아나지 않았다. 공급 능력이 충분하니 수요도 따라 는 셈이다. 결국 지난해와 달리 1만 마리의 전어는 생각보다 훨씬 일찍 동이 나고 말았다. 전어구이를 떠올리며 100리 남짓 달려온 사람들의 섭섭함은 당연지사.

한 해 전국에 수 백 개의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대회에 자주 참가하는 달림이들은 여러 대회를 경험하다보니 각종 평가에 전문가 수준이다.

그리고 이번 제5회 사천노을마라톤대회는 비가 내린 탓에 노을보다는 전어가 더 주목받은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배어 있음이다. 미처 전어구이를 맛보지 못한 채 돌아서야 했던 달림이들이은 이점을 널리 헤아려 주길 바란다.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대회 관계자들의 한 결 같은 바람이다.

얼핏 대회 관계자의 비공식 발언이 들려온다. 내년에는 전어 2만 마리를 준비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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