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곤양 비봉내마을에 농어촌체험지도사 교육과정 문 열어

사천시 곤양면 상정마을 도농교류센터에서 25일 농어촌체험지도사 교육이 진행되는 모습. 한 수강생이 농촌에 관한 여러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고 있다.
시원한 소낙비가 이례적인 8월말 찜통더위를 식혀주던 지난 25일,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사천시 곤양면 상정마을, 일명 비봉내마을의 도농교류센터에는 배움의 열기가 가득했다.

배움의 주제는 ‘농어촌’. 농업이나 어업 기술이 아니라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배움의 대상인 셈이다. ‘농촌을 배운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하는 생각으로 잠시 귀를 기울였다.

강의명은 ‘농어촌체험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 20대에서 50대까지, 교육생들의 연령은 달라 보였지만 표정은 하나 같이 진지했다. 이들은 6~7명 씩 모둠을 지어 농촌 미래에 관한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10년 후에 농촌에 늘어나는 것은?... 빈집, 친환경농업단지, 공장, 다문화가정, 휴경지...”
“농촌 살기 힘들다, 왜?... 초고령화, 소득이 낮아서, 교육․문화․의료시설 부족, 일관성 없는 농업정책...”

이번 교육의 특징은 토론식이다. 교육참가자들이 농어촌체험마을의 현실과 미래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다소 어둡고 막막한 농촌의 현실들이 나열됐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농촌이 도시에 비해 경쟁력 있는 요소는 어떤 것인가, 도시민들을 불러들여 보여줄 만한 것은 무엇인가 등등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자신들의 삶터인 농촌을 제대로 알아보려 애썼다.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경상남도 농어촌체험지도사 교육과정’. 농어촌체험지도사, 조금은 낯선 용어다. 이날 교육진행을 맡은 (주)지역활성화센터 전인철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농어촌체험지도사가 특별한 자격증은 아니지만, 이 교육을 통해 농어촌 마을이 지닌 숨겨진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활용하는 데 눈뜨게 된다고 한다.

사실 이 농어촌체험지도사는 농수산식품부가 인증한다. 전국에 1200여 개의 각종 체험마을 또는 테마마을이 지정돼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천차만별이다. 어느 마을은 짜임새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은 반면 어떤 마을은 이름만 그럴싸할 뿐 속이 텅 비었다. 찾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

농수산식품부에서는 그 이유를 따져 봤다. ‘대한민국 농어촌이야 다 엇비슷한데 무슨 이유로 체험마을 운영이 잘 되고 안 되고 하는 걸까’ 하는 의심을 해 본 것이다. 그 결과 제일 중요한 변수가 ‘사람’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마을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교육에는 경남 전역에서 40명이 참가한 가운데 교육열기가 뜨거웠다. 사천시 곤명면 초량리에서 교육농장을 운영하는 최덕생 씨(사진 왼쪽)가 농어촌체험지도사 교육에 열중하는 모습.
그래서 농수산식품부는 체험마을을 이끌어갈 일종의 마을지도자를 길러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등장한 것이 ‘농어촌체험지도사’다. 이를 위해 올해 들어 교육기관을 선정했고, 교육장소도 지정했다.

이번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비봉내마을은 농수산식품부가 지정한 교육장소요, 교육을 담당하는 (주)지역활성화센터는 몇 안 되는 농어촌체험지도사 교육기관인 셈이다.

여기에 농어촌체험지도사 양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경남농업기술원이 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로 인해 1인당 180만원이던 수강료가 43만원으로 내려가 수강생들의 부담을 덜어 줬다.

이렇게 출발한 농어촌체험지도사 교육과정은 경남 20개 기초단체에서 모인 수강생 40명으로 지난 24일 문을 열었다. 이 교육은 2박3일씩 4회에 걸쳐 103시간 진행된다. 강의내용은 농어촌체험을 위한 기획과 운영 전반이며, 주로 토론과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이 후원한 이 교육에는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농어촌체험지도사는 아직 자격증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다만 정부나 지자체는 앞으로 이 교육과정을 수료한 사람에게 체험마을 운영을 맡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경남농업기술원도 이 농어촌체험지도사를 전국의 어느 지자체보다 빨리, 그리고 많이 배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내년에도 관련 예산을 확보해 농어촌체험지도사를 길러낼 예정이다.

현재 농어촌체험지도사 교육기관은 전국에 4곳이며, 경남의 이번 교육은 전국에서 세 번째다.

그렇다면 “지정만 했을 뿐 후속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각종 체험마을이 체험지도사 양성으로 새로이 거듭날 것인가.

이날 농어촌체험지도사 교육과정에 임하는 수강생들의 열정만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듯 보였다. 수강생 저마다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아 보이는데도 “배울 것이 많다”고 한 목소리였다.

2010 농어촌체험지도사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비봉내마을도농교류센터.
수강생 중 사천시 곤명면 초량리 일명 다슬기마을에서 교육농장을 운영한다는 최덕생(54) 씨는 “강사진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니 한 순간도 놓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체험객이 왔을 때 실제 진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그 궁금증이 풀렸다며 만족해했다.

농어촌체험지도사들의 안내에 따라 도시민들이 농어촌에서 이색 체험과 관광을 즐기는 모습. 상상 그 이상이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