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소원풀이, 기차 타고 순천만으로..

▲ 우리 가족을 태우고 순천까지 편안히 안내해 준 순천행 무궁화호 열차.

문득 딸 아이가 기차를 한 번도 못 타 봤다고 해서 휴가기간 동안 부지런을 떨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여행 다니며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기억은 까마득하다. 굳이 변명을 대자면 '불편함' 때문이랄까? 어쨌거나,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사천에서 기차여행을 하려면 가장 가까운 곳이 진주. 그리고 경전선을 타고 어디론가 움직이는 것이다. 나는 어디로 갈까 찾다가 순천만을 떠올렸다. 2년전 람사르총회가 열리는 '가을 순천만'에 갔던 기억이 좋았기에, 여름 순천만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다. '순천만의 드넓은 푸른 갈대밭을 보면 머리속은 물론 가슴속까지 시원해 지지 않을까?' 

기차여행을 떠나는 아침.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일어나 김밥을 싸고, 계란을 삶고, 물과 음료수를 챙겨 집을 나섰다.
 

진주역에 도착해 승차권을 구입했다. 그런데 승차권이 조금은 생소하다. 하긴, 승차권을 가지고 대중교통을 타 본게 언제던가. 그만큼 자가용에만 길들여져 쭉 살았나 보다. 더구나 순천역까지 가는 무궁화호 요금이 어른 기준으로 4900원이라는데, 이게 비싼 건지 싼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만큼 오랜만에 타 보는 기차였다.(참고로 어린이는 2400원이다.)

진주역은 옛 모습 그대로인 듯 별로 변화를 찾을 수 없었다. 왠지 기차역 하면 향수가 생각나고, 늘 어머니 품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특히 더 작은 간이역은 그런 느낌이 훨씬 더하다.

▲ 열차승차권에 QR코드가 새겨져 있네요. 세상이 참 많이 변했죠! (옛날에는 승차권 검사하는 분이 구멍을 뚫었던 것 같은데..)

기차를 타고 순천으로 출발!!

기차를 타면 꼭 해봐야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삶은 계란에 사이다를 먹어 줘야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야 기차여행을 하는 것 같지 않을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인 것 같다. 그 옛날 진주에서 서울엘 다녀올 때, 아버지는 기차 안에서 삶은 계란에 사이다를 꼭 사주시곤 했다. 그때는 승무원이 수레를 끌고 다녔는데...지금은 열차와 열차사이에 미니 카페처럼 만들어서 자판기로 뽑아 먹게 되어 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기차에 올라 먼저 좌석을 확인하고, 네 식구가 마주볼 수 있게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삶은 계란에 사이다로 분위기를 한껏 잡아본다. 계란 하나를 까서 먼저 먹고, 사이다도 같이 먹어 본다. 옛날 그맛은 아니지만, 기차안에서 먹는 계란이라 그런지 나름 맛있다. (꼭 사이다랑 같이 먹어야 한 맛 더 있다는 거..)

아이들도 계란을 잘 까 먹는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인지 평소보다 더 맛있어 한다. 훗날 우리 아이들도 기차여행을 하며 맛나게 먹었던 이 삶은 계란 맛을 기억할까? 또한 아빠가 왜 그 7살이란 나이에 기차를 태워 줬는지도 알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 진주역 승강장 주변 전경. (옛날과 변함이 없는것 같아요.)

▲ 이번 기차여행에 가장 기뻐한 것은 우리 딸이다.

▲아들은 배가 고팠던지 삶은계란 2개를 뚝딱 해치웠다.

기차 안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은 차창의 크기 만큼이지만, 차창 밖으로 보여지는 세상은 차창 크기 만큼이 아니라 내가 받아 들일 수 있는 마음의 크기 만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름의 푸르름을 먹고 있는 산의 나무와 푸르게 펼쳐진 논과 밭의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색다름과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기차여행만의 매력인 중간중간 서는 간이역의 분위기는 정겹기만 하다. 운전을 하지 않고 여유있게 앉아서 풍경을 봐서 그런지 느낌은 사뭇 다르다.

▲ 5살 우리아들은 창밖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경전선의 진주~순천 구간은 아직 시골이 많아서 인지 짐을 들고 있는 할머니와 어르신들이 많아 보인다. 더불어 휴가철과 방학을 맞은 젊은 청춘들이 배낭을 매고 여행을 즐기는 모습도 간혹 보인다. 도시나 유명관광지에서는 볼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다양하게 볼수 있는 기회도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배우게 되는 것도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고 느낄수 있을 때 세상을 배우게 되고 한층 더 넓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순천가는 중간에 하동역에 정차. (차장 멘트 : 잠시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열차는 잠시후에 하동역에 정차합니다. 열차를 내리실때는 각별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순천역 (신축건물에 규모도 엄청 크다.)

기차는 1시간 20여분을 달려 순천역에 도착했다. 순천역은 경전선과 전라선이 만나는 역이라서 그런지 진주역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규모가 크다. 순천역에 도착하여 관광안내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오늘 기차여행의 기사를 마무리 해야 될 것 같다. 1시간 조금 넘게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머리속은 지난 30여 년의 세월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수시로 넘나들었던 것 같다.

'그래, 이게 여행이지!' 기차 여행의 참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 순천만 갈대밭에서 가족사진 한 컷.(바람이 엄청 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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