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환경련 활동가 함안보 크레인 점거 현장을 다녀와서

▲ 22일 새벽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2명이 함안보 건설현장 고공크레인을 기습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출처: 마창진 환경련
#22일 오전 8시 정각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애들 어린이집에 가고 삼천포행 버스를 기다린다.

문자다.

전화를 한다.

“선생님, 정말입니까? 진주환경련 이환문 국장님과 부산환경련 최수영 처장님이 함안보 건설현장 고공 크레인에 올라 갔다는 게? ”

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함께 함안보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22일 오전 11시 30분

▲ 함안보 건설 현장 앞에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출처: 마창진 환경련
함안보 공사현장 정문 앞에 도착하니 환경연합 회원 10여 명이 작열하는 햇볕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팔과 목 주위는 벌겋게 달아올라 쬐금이라도 스치면 금새 불이라도 날 듯 독리를 머금고 있는 듯 붉다.

3m 넘는 철문 안쪽 크레인 상황이 궁금하다.

어떻게 애를 써도 볼 수가 없다, 답답하다.

햇볕에 열을 받아 머리 위가 떠뜻해져 오고, 기-인 숨만 내쉰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22일 오후 1시

회원 몇 사람이 차를 탄다. 강을 비-잉 둘러 현장 반대편으로 간다.

30여분 만에 반대편에 도착.

공사현장과 달리 크레인이 조금은 가까이 보인다.

‘국장님, 국장님’

그냥 손마이크로 불러본다.

‘최수영, 이환문’

어, 뭐가 보인다.

이환문 국장님이시다, 왈칵 눈물이 난다.

‘최수영, 이환문, 힘 내세요, 파이팅’

화답.

‘잘 있습니다, 파이팅’

고공에서 또 얼마나 더울까?

‘들어가세요, 국장님’

그렇게 서로의 안녕을 주고받으며, 조종실 안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뒤로 하고 차를 탔다.

그랬다.

2분도 채 되지 않는 그 만남이 서로를 안심시키고 있음으로, 소통하고 있음을.

그래서 크레인 위도 아래도 격려가 되며, 당위성을 가지고 끝까지 함께할 것임을 낙동강에게 우리의 마음을 흘려 보낸다.
 

#22일 오후 2시

‘지역민을 우롱하고 낙동강살리기사업을 반대하는 단체는 창녕방문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적힌 현수막
그렇게 안녕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에 수자원공사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광경이라니?

‘지역민을 우롱하고 낙동강살리기사업을 반대하는 단체는 창녕방문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어르신들 30~40명이 모여있다.

집회가 끝나고 언제 준비를 했는지 수자원전망대 관계자들이 나와 찬 음료수를 나눠준다. 화장실 사용도 못하게 막더니 어르신들에게 음료수까지 그냥 껄껄 웃고 말았다.

현장 정문 앞에 한 뼘의 그늘도 없어지자 전망대 쪽으로 갈까 생각은 꿀떡 같지만, 괜스레 충돌까지 하고 싶지 않아 건너편 산 아래로 자리를 옮기고.

그렇게 오후가 되니 소식을 듣고 부산, 대구, 거제, 통영, 진해에서 환경연합과 다른 시민단체 회원들이 속속 모인다.

#22일 오후 7시30분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수자원전망대로 향했다.
모두들 촛불을 들고 수자원전망대로 향한다.

어쨌던 경찰들이 참 친절도 했다, 혹시 사고 날까 앞서고 뒤서고 하며 대열을 정리해 줬으니...

전망대에서 공동대표들의 지지발언을 듣고,

‘이환문! 힘내라, 최수영! 힘내라’

크레인 위의 활동가들이 볼 수 있도록 촛불을 흔들었다.
촛불을 높였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저-멀리 크레인 위에서 불빛이 깜빡 깜빡인다.

눈물이 난다.

젖 먹던 힘까지 모아 모아, 구호를 외쳤다. 비록 크레인 위에 올라가진 못했지만 마음만은 그들과 함께 있었다. 

몇 번을 외쳤던가.

아침이슬 노래를 부르며 촛불문화제를 정리했다.

누군가 외쳤다.

이날 늦은 시간까지 촛불문화제는 계속됐다.
"다들 뭐가 급합니까, 좀 앉아 있고 이름이라도 더 불러주면 좋겠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오늘밤이 끝이 아니다, 내일도 모레도.....

4대강 사업 완전한 철회 그 날까지 우리의 외침은 계속될 것이다.

크레인에 올라가 계신 분들은 무사히 내려 왔으면 좋겠다.
 
크레인 안과 밖에서 밤을 지샐 회원들을 뒤로 하고 고속도로에 올랐다.

함안보 건설현장의 조명에 물빛과 불빛이 아롱거린다. -사진출처: 마창진 환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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