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연대서명 “여직원 몸 만지고 성희롱.. 관장 사퇴해야”
관장 “잘못 없다 않겠으나 억울", 사퇴의사 밝혀

사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이 여직원들을 평소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일어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관장은 관장직 사퇴 뜻을 밝히면서도 억울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실내 전경.
사천시가 민간단체에 맡겨 운영하는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관장이 여직원들을 성추행 했다는 주장이 일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천시가 즉각 사태 파악에 들어간 가운데,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은 해당 관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논란의 핵심에 있는 관장은 사직 뜻을 밝히면서도 직원들의 주장이 과장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추행 주장이 일고 있는 시설은 사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줄여 장애인복지관)이다. 이 시설은 사천시가 재원을 들여 갖춘 뒤 (사)한국지체장애인협회(줄여 지장협)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2008년 1월에 문을 열었다.

이 장애인복지관에는 관장을 포함해 27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 등 주로 여성 직원들이 많은 게 특징이다. 개관 때부터 관장직을 맡고 있는 사람은 A(59)씨로, 젊은 시절에 추락사고를 당해 지체1급의 장애를 지녔다.

그런데 지난 7월5일, 이곳에 근무하는 18명의 직원들이 “평소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는 관장의 사퇴를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장문의 진정서를 작성해 사천시와 시의회, 경남도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보내는 일이 발생했다. 또 이틀 뒤인 7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동신문고’라는 이름으로 사천시를 방문했을 때도 진정서를 전달하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주장했다.

A관장은 이번 일로 지장협으로부터 정직2개월이란 징계를 이미 받아 직무가 정지됐다. 문이 닫힌 관장실.
진정서에는 문제의 A관장이 평소 업무 중에도 여성 직원들의 엉덩이를 만지거나 허리를 감싸는 등의 행동을 해 해당 여직원들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런 행동이 회식자리에서 더욱 심해져 성적 굴욕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누구누구는 엉덩이가 크다’ ‘너는 가슴이 있냐?’ 등 성희롱으로 느껴지는 듯한 발언도 잦았으며, 이에 불쾌감을 표현할 경우 업무 과정에 은근히 압박이 가해져 제대로 항의하지도 못했다는 게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의 주장이다.

진정서에 따르면, A관장의 이런 언행은 2008년 4월에 있었던 개관기념식 뒤 회식자리에서 시작해 올해 3월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 대부분의 여직원들이 유사한 피해를 입었으며, 일부 남성 직원들도 이런 광경을 목격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또 일부 여성 직원들은 성적 수치심을 견디다 못해 직장을 그만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종합복지관은 사천시가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사천시는 이런 진정서가 접수되자 장애인복지관 수탁기관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 진상 조사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자체 감사팀을 파견해 며칠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아울러 국민권익위와 국가인권위에서도 진정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자 A관장은 잘못을 일부 인정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지난 20일, 사태에 책임을 지고 관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지장협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1일 “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낸다는 생각으로 무심코 한 행동들이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올지 몰랐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직원들이 불쾌했다면 그건 내 책임이다. 해당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A관장은 진정서에 담긴 내용이 상당부분 부풀려져 있음을 주장하며 억울함도 함께 호소했다.

“나는 지체1급 장애가 있으며, 하반신을 못 쓴다. 그런 내가 차 앞좌석에 앉은 채 뒷좌석에 있는 여직원의 몸을 만지는 일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예전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던 일이 어느 순간 문제가 되고, 또 이런 억지스런 주장까지 만들어 넣은 것을 볼 때 나를 몰아내기 위한 모함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A관장은 현재 성 기능을 잃은 상태다.

A관장은 자신이 하반신 불구 상태라며, 직원들의 주장이 상당부분 과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진정서에 언급된 차량에 올라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A관장.
관장의 주장 외에도 진정서에서 언급된 내용 중 일부에 대해서는 성추행 피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실 관계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A관장이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부 과장된 내용이 있다고 해도 장기간 이어져 온 관장의 언행을 다수 직원들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데다, 사천시를 비롯한 관계기관에서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사천시는 일단 수탁기관이자 인사권한이 있는 지장협이 어떤 조치를 내릴지 두고 본 뒤에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또 지장협의 관리 소홀이 여실히 드러날 경우 위수탁협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며, 이를 위한 법률 검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시설에서의 성추행 논란으로 해당 기관장의 중도 사퇴와 위수탁협약 파기까지 검토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더 일찍 해결되었어야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한 여직원이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이유로 장애인복지관을 그만 두는 일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 사천시도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 여성 시의원이 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한 끝에 11월30일, 사천시 간부공무원과 여성 시의원 등이 지켜보는 앞에서 A관장은 관련 직원들에게 사과함은 물론, “이런 일이 다시 한 번 발생한다면 관장직을 사직하겠다”는 내용으로 각서를 쓰기도 했다.

해당 복지관 직원들은 성추행 논란이 좀 더 일찍 매듭지어졌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복지관 전경.
그러나 민원을 제기한 직원들에 따르면 이 각서 사건 이후 관장의 성희롱 또는 성추행성 언행이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했고, 곤란에 처한 자신을 적극 변론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팀장급 주요 직원들을 힘들게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 한 여성 직원이 심한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이고 불면증과 악몽에도 시달린 끝에 병가휴직을 내는 일이 발생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이 여성은 가족의 권유에 따라 지난 3월25일 사천시청 앞으로 탄원서를 제출하며, 그 동안 자신이 보고 겪었거나 들었던 내용을 알렸다.

이에 사천시는 장애인복지관에 근무하는 여러 직원들을 상대로 사태파악에 들어갔고, 탄원서의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임을 확인하자 수탁기관인 지장협에 “진상조사 뒤 인사 조치를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장협은 이후 자체 조사를 벌였고, 지난 6월22일 A관장에게 정직2개월이란 징계를 내렸다.

그러자 이 사태를 지켜보던 다수 직원들이 처분이 너무 약하다는 데 공감하고는, 남녀 직원 18명과 이미 사직한 3명의 직원까지 가세한 끝에 집단 진정서를 각 기관에 보냈고, 뉴스사천에도 제보한 셈이다.

사천시 용현면 덕곡리에 위치한 사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따라서 장애인복지관 직원들 사이에는 “이번 일은 지난해 말 또는 올해 6월에 깔끔히 정리됐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가 더러 있다. 그 당시 관계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헤아려 적극 조치를 취했다면, 이런 불미스런 일을 언론에 알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한편 성추행 논란이 일자 장애인복지관 직원들은 관장의 처벌을 강하게 요구하는 쪽과 노골적 성추행과 다르다며 관장을 옹호하는 쪽이 나뉘어 있다. 따라서 자칫 직원들 사이에 새로운 갈등이 번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성추행을 당했다는 일부 여성 직원은 A관장을 경찰에 고소하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어, A관장의 사퇴 이후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또 이 사건이 어떻게 끝나든, 7000여 장애인들의 쉼터인 사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이미지 실추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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