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출신 일본 기업가 한창우 회장을 만나다

한창우 회장
‘빠찡꼬 황제’ 한창우 회장이 경상대를 찾아 ‘나의 경영철학-기업의 도덕성과 윤리성’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1931년 삼천포 동금동에서 태어나 1947년 열 일곱의 나이에 맨몸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스스로 대학까지 공부를 마치고 현재 일본의 30대 부호로 손꼽힌다.

그가 ‘빠찡꼬 황제’로 불린 이유는 파친코 회사 마루한을 설립해 일본의 큰 부호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1만2000명의 종업원에 연 2조엔의 매출을 올리는 마루한은 최근 외식사업과 골프장 개발 등 레저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 회장은 30억원을 출연해 한국문화연구진흥재단을 설립했고 진주 드라마페스티발에도 초기에 3억원을 지원하는 등 문화산업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는 2001년 들어 한국 국적 대신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이름만은 ‘한창우’ 그대로를 고집해 일본의 법무성, 외무성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17일 저녁 진주의 한 찻집에서 다른 행사 참석을 앞두고 있던 한창우 회장을 만나 사천과 경제문제 등에 관해 짧게 대화할 수 있었다.

△ 사천에는 어떤 가족이 있고 얼마나 자주 들르는지...
= 내가 일본으로 건너간 뒤 동생이 부모님을 돌보며 살았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지금은 동생 가족이 살고 있다. 나는 일 년에 두 번, 아버지 어머니 제사에 꼭 들른다. 사천은 여전히 내 고향이다. 이번에도 성묘를 하고 왔다.

△ 오늘 낮 경상대에서는 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나?
= 세계경제가 힘든 시기다. 흔한 말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꿈과 희망을 가져야 한다. 옛날 내가 일본 건너가 처음 겪었던 힘든 시절의 이야기를 해줬다. 그 때가 지금보다 더 힘든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분명한 목표를 가졌었고, 마음속에 항상 경쟁자를 두고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 말씀대로 요즘 세계적인 경제위기다.
이럴 때 기업은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자기 능력은 100밖에 되지 않는데 200, 300의 욕심을 내니 사고가 난다. 음식도 마찬가지 아닌가. 소화능력이 100이면 80정도만 먹어야 속이 편하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전문분야에 주력해야 내실이 있다. 전문 식견 없는 문어발식 확장이 기업을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 평소 기업의 윤리에 목소리를 높이시던데...
= 거짓말해서 돈 버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일본에서는 기업윤리 안 지키면 발 못 붙인다. 멜라민 파동, 만두 파동으로 중국 이미지 꽤 안 좋다. 우리도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뼈아픈 기억이 있지 않은가. 윤리가 없으면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신용도까지 먹칠한다.

△ 국적을 일본으로 바꾸면서 이름을 한국식으로 고집해 일본정부와 마찰을 빚었다고 들었다.
= 오랫동안 국적을 바꾸지 않고 살았지만 2001년 국적을 일본으로 바꿨다. 이는 내 권리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동안 국적 때문에 많은 불편과 불이익을 당해왔다. 국적이 바뀐다고 한민족이라는 내 정체성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고집하고 싶었다.

△ 사천시를 위해 투자할 계획은 없는가.
= 마음은 있지만 솔직히 선뜻 내키지는 않는다. 자치단체가 비전과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내놓아야 할 텐데 내 마음에 부족하다.

한 회장은 사천을 위한 경제전략 차원의 의견을 달라는 주문에는 “잘 모른다”며 답을 피했다. 또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규명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지금보다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으나, 시간 관계상 이야기를 더 나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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