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의회 파행에 최동식 의장은 책임이 정말 없는가?

제6대 사천시의회가 시작과 동시에 마비됐다. 그 이유는 의장선거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최동식 의장은 이번 사태에 정말 책임이 없는 걸까?
제6대 사천시의회가 시작부터 크게 삐걱거리고 있다. 의장단 구성을 두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비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기싸움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갈등의 배경에는 ‘불신’의 고리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5명, 민주당 1명, 민주노동당 2명, 무소속 4명에게 사천시의원이란 중차대한 임무를 맡겼다. 비한나라당 의원이 7명인 셈이다. 이는 제5대 사천시의회에 한나라당 의원이 9명, 비한나라당 의원이 3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였다.

의원들은 제일 먼저 사천시의회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의장을 누가 할 것인지 고민했다. 물망에 오르는 의원은 한나라당 최갑현 의원과 무소속의 최동식, 이삼수 의원으로, 모두 3선인 점이 특징이었다.

의장 선출 방식은 이른 바 ‘교황선출방식’에 가깝다. 12명의 의원 이름이 모두 적힌 기표용지에 의원 저마다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이름에 날인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의장직에 마음이 있는 의원은 미리 물밑작업을 충분히 해 두는 것이 보통이다.

최동식 의장은 취임사에서 화합을 강조했지만 현재로선 반목이 더 크다.
그리고 이 과정에 ‘불신’이 싹트기 일쑤다. 선거에 나서고픈 의원은 다른 동료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게 되고, 투표결과가 예상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당사자는 동료 의원들에게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천시의회의 의장선거는, 결과적으로 이러한 불신이 최절정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6명의 의원들이 단체로 배신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하루 전날 점심 무렵, 비한나라당 의원들은 모임을 갖고 최동식, 이삼수 의원 가운데 1차 투표에서 득표를 많이 한 쪽에 표를 몰아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선거 당일, 결과는 아주 엉뚱하게 나왔다. 당초 한나라당 최갑현 의원에게 5표가 나오고, 나머지 7표가 최 의원과 이 의원에게 나뉘어 나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최 의원과 이 의원이 각각 6표를 얻은 것이다.

최갑현 의원이 의장선거에 나서지 않는 대신 한나라당 의원들의 표가 최 의원에게로 몰린 셈이다. 그리고 3차 투표까지 줄곧 같은 결과를 보인 끝에 더 연장자인 최동식 의원이 의장에 당선했다.

이를 두고 비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사기’라며 최 의원을 비난했다. 그리고 부의장선거 표결에서도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 의원에게 각각 6표씩 엇갈려, 결과적으로 더 연장자인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비한나라당 의원들이 표결 참여를 거부하면서 사천시의회는 시작부터 마비상태다.

최동식 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의장선거가 진행된 만큼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자기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천시의회의 파행에 빌미를 제공한 최동식 의장이 어떤 화평책을 꺼내 수습할지가 관심거리다.
사실 의장 선출과정에 누군가 지지를 호소해 올 경우 면전에서 이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겉으론 지지를 약속하고도 막상 선거에는 다른 방향으로 투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천시의회 의장선거 과정은 이런 이해의 수준을 넘어섰다. 시간을 조금 거꾸로 돌려보면, 최동식 의장은 의장선거 하루 전날 민주당 조익래, 민노당 최용석 의원의 주선으로 이삼수 의원과 4자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장선거에 연대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최 의장은 이 합의 시점에서 3시간을 채 넘기지 않고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그리고는 입당 사실조차 숨긴 채 의장선거를 치른 것이다. 자연히 “시민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최 의장은 의장에 당선한 뒤에도 기자들에게 “아직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사천시당원협의회에 확인한 결과, 그는 의장 선거 하루 전날인 6일 오후 4시께에 협의회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입당원서를 썼다. 이로써 "당원이 됐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최 의장은 당선 뒤, 의장선거 과정에 자신이 비난 받을 만한 일은 하지 않았노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심지어 비한나라당 의원들과의 합의를 깬 것을 두고도 “1차투표에서 6표씩 같이 나왔으니 내가 약속을 깬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억지의 극치다. 비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더 높은 지지를 받기가 힘들 것이란 짐작으로 한나라당 의원들과 접촉했고 입당까지 한 것이 '비한나라당 연대' 약속을 깬 것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가 양심에 거리낌이 전혀 없다면, 왜 한나라당 입당 사실을 계속 숨겼는지 모를 일이다.

권모술수가 판치는 대한민국 정치판을 사천시의회에서 다시 보기를 바라는 사천시민들은 많지 않을 성 싶다. 최 의장의 결자해지를 기대한다.

7일 비한나라당 의원들의 퇴실로 부의장선거가 중단되자 최 의장이 한나라당 의원, 의회사무국 직원 등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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