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을 한쪽으로 던져 놓고 잠시 깊어가는 가을 정취에 빠져 봅니다.

가까이에 있지만 먼 곳으로 던져 놓았던 사천의 주산 와룡산.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치장한 풍경이 늘 곁에 있었건만 자세히 들여다본 와룡산은 왠지 낯설기만 하더군요.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게 아닌가하고 제 마음을 탓해 봅니다.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진 가로수 위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잠시 차를 멈추고 카메라에 담아 보지만 영 마음에 내키지 않습니다.
제가 방송국에서 일할 때 TV에서 비친 모습보다는 실제 모습이 훨씬 낫다(?)는 애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때의 심정이랄까요.
자연은 우리 눈에 비친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해 줍니다.


올 가을은 유독 가뭄이 심했습니다.
거북 등처럼 갈라진 저수지 밑바닥은 농부들의 시름을 보여 주는 듯합니다.
언젠가 갈라진 그 틈 사이를 곱게 이어줄 물줄기가 내려주길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늦가을을 뒤로 하고 겨울을 재촉하고 있지만 한가로이 들꽃 사이를 누비고 있는 작은 나비는 계절의 변화를 까맣게 잊은 듯합니다.


올 겨울 유난히 추울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불안한 소식들이 우리의 몸을 더 움츠리게 하지만 잠시만이라도 걱정거리나 불안함을 떨쳐 버리고 우리 곁에서 늘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자연에 기대여 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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