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결과 분석>지역별 투표성향을 중심으로
‘지역대결’ 도드라진 시장선거에 시의원선거는 ‘한나라' 패배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사천에서는 선거인 8만9018명 가운데 6만1019명이 투표에 참여해 68.5%의 최종 투표율을 보였다. 4년 전 제4회 지방선거 투표율 66.6%에 비하면 1.9% 오른 수치다. 6.2지방선거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사천에서는 선거인 8만9018명 가운데 6만1019명이 투표에 참여해 68.5%의 최종 투표율을 보였다. 4년 전 제4회 지방선거 투표율 66.6%에 비하면 1.9% 오른 수치다.

투표율을 읍면동별로 살펴보면 비교적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의 투표율이 높았다. 축동면이 75.4%인 것을 비롯해 서포면 곤명면 곤양면 남양동 순으로 투표율이 높았다. 반면 비교적 인구가 많은 사천읍 동서동 벌용동 등이 평균투표율보다 낮았으며, 시장후보와 도의원 후보를 배출한 용현면이 63.5%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짚어볼 만한 주제가 몇 가지 나타났다. 사천시장선거에서 두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펼친 가운데 지역대결 양상으로 끝났고, 경남도의원 선거에서는 오랜 만에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물리쳤으며, 사천시의원선거에서도 야권과 무소속의 약진 속에 한나라당 후보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의 공천잡음 속에 야권연대 단일후보 바람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동지역과 읍면지역의 표심 차이가 확연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들어오는 점이다.

지역대결로 흐른 시장선거, 지역통합 과제 남겼다

먼저 지역 표대결 양상이 가장 도드라졌던 사천시장선거를 한 번 들여다보자.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강한 지역 정서상 ‘한나라당 후보 선정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 속에 모두 11명이 공천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힘겨운 최종 관문을 통과한 것은 정만규 후보였다. 사진은 선거 당시 유세장면. 6.2지방선거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강한 지역 정서상 ‘한나라당 후보 선정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 속에 모두 11명이 공천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힘겨운 최종 관문을 통과한 것은 정만규 후보였다.

이에 탈락한 공천경쟁자들은 ‘공천헌금설’과 ‘자격미달론’ 등을 거론하며, 정 후보와 함께 이방호 한나라당사천시당원협의회장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선거과정에서 심판하겠다고 별렀지만 실제 눈에 띄는 영향력은 보여주지 않았다.

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나머지 무소속 출마자 3명과 함께 본격적인 지방선거가 닻을 올렸다. 무소속 후보 가운데는 송도근 후보가 그나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는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과 함께 ‘자질론’으로 정 후보를 공격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유권자들에게 잘 먹혀들지 않았다. 반대로 동지역인 옛 삼천포지역을 중심으로 정 후보의 ‘삼천포 소외론’이 반향을 일으켰다.

‘삼천포 소외론’의 핵심은 옛 사천군 출신인 현 김수영 시장이 10년에 걸쳐 시정을 돌보는 동안 사천지역은 눈부신 발전을 이룬 반면 삼천포지역은 경제난이 더 악화되는 등 경제발전에서 소외돼 있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삼천포 출신의 정 후보를 사천시장으로 뽑아야 한다는 논리다.

사천시장 선거에서 송도근 후보는 한나라당 정만규 후보에 맞서 '지역감정 심판론'을 내세웠다. 사진은 송도근 후보 유세 장면. 6.2지방선거
이 ‘삼천포 소외론’은 후보 간 정책과 공약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전반을 휘감았다. 이에 맞선 송 후보는 ‘지역감정 심판론’을 내세웠는데, 넓게 보면 이 또한 지역을 자극해 표를 얻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지역대결구도는 상당히 유효했음을 알 수 있다. 후보자별 득표를 읍면지역과 삼천포지역으로 나눠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당선자인 정 후보는 읍면지역에서는 송 후보에게 1만737표(35.6%) 대 1만6308표(54.0%)로 크게 밀린 반면 동지역에서는 1만7127표(63.0%) 대 8333표(30.6%)로 절대적 우위를 차지했다. 겉으로는 읍면지역에 비해 동지역의 지역투표 경향이 더 컸다.

결국 개표과정에서 정 당선자가 송 후보의 ‘당선확실’을 거짓말처럼 뒤엎은 데는 철저한 ‘지역투표’가 그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무소속 도의원 탄생과 시의원선거 한나라당 패배가 말하는 것은?

 

이처럼 지독한 지역투표 성향은 도의원선거에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제1선거구(읍면지역)와 제2선거구(동지역)로 이미 나뉘어 있는 탓이 커 보인다.

이 가운데 제1선거구에서는 한나라당 박정열 후보와 무소속 조근도 후보의 접전이 뜨거웠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조 후보가 비교적 많은 표 차이로 당선했다. 조근도 1만8259표(58.4%), 박정열 1만2991표(41.6%).

박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데다 젊다는 게 강점인 반면 조 후보는 오랜 공직생활로 인지도가 높다는 점에서, 당초에는 두 후보 간 표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야권연대를 통한 한나라당 심판론이 힘을 받았고, 경남도지사선거와 사천시장선거에 맞물려 조 후보 쪽으로 쏠림현상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는 투표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조근도 후보의 도의원 당선은 ‘한나라당 공천’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또 사천시 공무원(4급) 출신이 도의원 진출을 되풀이하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사천시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5명, 무소속 4명,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3명이 의회에 입성했다. 6.2지방선거
사천시의원선거는 한나라당보다 비 한나라당 소속 출마자들이 더 많이 당선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사천시의원 당선자는 정당 비례대표를 포함해 모두 12명. 이 가운데 한나라당 당적을 가진 당선자는 5명뿐이다. 나머지 7명은 민주노동당 2명, 민주당 1명에 무소속 4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2명 중 9명이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한나라당으로선 의석 과반수도 차지하지 못한 셈이어서, ‘한나라당의 참패’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밖에 사천시의원선거를 요약하면 ‘현역의원의 몰락’ ‘공무원출신의 약진’ ‘야권연대의 성공’으로 정리할 수 있다.

현역의원의 부진은 한나라당 출신의 김기석 김석관 김유자 최인환 탁석주 의원과 민주노동당 출신의 이정희 의원의 낙선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석관 김유자 탁석주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도 의회 진출에 실패했고, 비례대표 출신의 이정희 의원은 비례대표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준 표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 김기석 최인환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지역기반의 표가 분산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공무원출신의 약진은 가선거구의 김국연 한대식, 나선거구의 최수근 당선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지난해 또는 올해 초까지 사천시 소속으로 공무원 신분이었으나 퇴직 후 시의원선거에 도전해 성공했다.

사천선거에도 야권연대 바람은 불었다!

야권연대의 성공은 민주당 조익래 후보와 민주노동당 최용석 후보의 당선이 보여준다. 사천을 비롯한 경남이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매우 강한 곳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상황. 따라서 경남의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무소속 야권 단일화’를 주요 선거전략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발맞춰 사천시의원 후보들 중 일부도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다. 비록 나선거구의 김봉균, 다선거구의 이정희 후보가 낙선했지만 조익래 최용석 후보의 당선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조 당선자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바 있으며, 최 당선자도 선거 전 지역사회에서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연대 바람은 도지사 선거부터 거세게 불었다. 김두관 후보는 3수 끝에 도지사에 당선됐다. 사진은 사천 유세 당시 연설 장면. 6.2지방선거
사실 야권연대의 바람은 도지사선거에서 더 강하게 불었다. 지역으로는 읍면지역인 도의원선거 제1선거구가 동지역인 제2선거구보다 거셌는데, 제1선거구의 경우 범야권 단일후보인 무소속의 김두관 후보가 1만6008표(53.2%)로 1만4066표(46.8%)를 얻는 데 그친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앞섰다.

제2선거구에서는 이달곤 후보가 1만4090표(52.5%)로 1만2756표(47.5%)를 얻은 김두관 후보를 앞섰다. 하지만 이 후보의 득표율은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에서 얻은 한나라당 지지율 62.6%에 비하면 10% 가까이 낮은 것이어서, 이 역시 ‘야권연대 효과’로 풀이된다.

반면 사천시장선거에서 송도근 후보는 '범야권단일 후보' 전략을 구사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범야권단일후보'가 비교적 진보 또는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데 비해 송 후보는 '사천 박사모 비상대책위'의 고문을 맡고 있을 만큼 보수에 가까운 성향을 가졌던 탓이 커 보인다.

송 후보는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김두관 후보가 도지사선거에서 당선가능성이 높아지자 뒤늦게 시민사회단체 등과 접촉해 지지선언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범야권후보라는 공식명칭을 사용하지는 못했고, 주위에서 "때 늦은 감이 있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돌이켜 보면, 동지역에서 김두관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가 1만2756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송 후보는 야권연대의 '특수효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비례대표선거에서도 한나라당 후퇴와 야당 약진이 돋보였다.

광역의원비례대표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66.0%를 득표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53.8%를 얻는 데 그쳤다. 내려간 득표율은 민주당(13.5%)과 민주노동당(18.1%) 외에도 친박연합5.2%, 국민참여당4.1%, 진보신당2.5%, 자유선진당2.2% 등으로 나뉘었다.

기초의원비례대표의 경우 한나라당 지지율은 57.6%로, 지난 선거에서 65.6%의 지지를 받았던 것보다 낮았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18.1%에서 25.3%로 크게 뛰었다. 민주당도 17.1%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얻었던 지지율(15.5%)을 넘어섰다.

'한나라당 텃밭' 균열 생기나

이밖에 정당 표방을 할 수 없는 경남교육감선거에서는 ‘보수’임을 자처한 고영진 후보를 27.9%로 가장 많이 지지했고, 다음으로 권정호 후보 24.1%, 박종훈 후보 20.7% 순이었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여기서도 지역별 표심이 다르게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읍면지역을 보면 고영진 29.6%, 박종훈 22.1%, 권정호 21.4% 순으로 나타났다. 사천진주를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고영진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가운데 비교적 진보적 관점에서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박종훈 후보가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동지역에서는 권정호 27.4%, 고영진 26.3%, 박종훈 19.0%로, 권정호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 유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교육감 선거 유세장면. 사진 왼쪽은 고영진 후보, 오른쪽 위는 박종훈, 오른쪽 아래는 권정호 후보 유세장면. 6.2지방선거
다만 고영진 당선자의 부인이 사천읍 출신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읍면지역에서는 고 후보가 강세를 보인 반면 동지역에서는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그럴 듯하게 들린다.

종합해 볼 때, 사천시장선거에서는 정만규 당선자가 한나라당 공천잡음과 자질론 논란을 지역대결 구도로 몰아가 잘 차단했고, 반대로 무소속 후보들은 '범야권단일후보' 바람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거나 한나라당 텃밭을 넘어서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범야권단일후보' 바람은 도지사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한나라당의 공천뒷탈과 맞물려 도의원선거와 시의원선거 그리고 비례대표선거에서 야당과 무소속이 약진하는 데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런 현상이 '한나라당 텃밭'으로 불리던 사천의 표심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보기는 이르다. 여전히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고, 이번 선거 역시 선거철에 나타나는 이른 바 '바람'을 크게 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지사선거, 시장선거, 시의원선거, 정당비례대표선거 등 이번 6.2지방선거 면면을 보더라도 한나라당을 향한 '무조건적 지지' 경향이 약해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지난 18대국회의원선거에 잇따라 나타난 현상이어서 더욱 눈여겨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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