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우 예방대응과장 사천소방서
6월은 5월 가정의 달이라는 따스함과 달리 왠지 가슴 한구석이 무거워지는 달이다. 매년 6월 6일이 순국선열을 기리는 현충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충일을 6월6일로 정한데는 우리 민족의 풍습이 반영된 것이고, 우리 선조들은 24절기중 손이 없다는 청명일과 한식일에는 사초와 성묘를 하고 망종에는 제사를 지내왔는데, 그래서 1956년 제정 당시 망종일인 6월6일을 현충일로 정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 서울과 대전의 국립 현충원에 묘소, 충혼당 및 위패로 봉안된 순국선열이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현충원에는 나라를 위해 몸바친 국군장병만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곳에는 자신의 신념을 몸으로 실천하다 순직한 66위의 소방공무원도 안장되어 있다. 대부분 국민들의 마음속의 현충일은 전쟁의 포화에 목숨잃은 그분들의 넋을 기리기위한 날이라 생각하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다 순직한 소방관의 가족들과 지금도 어디선가 화마와 싸우고 있는 소방관의 느낌은 조금 다를 것이다.
 
지난 2007년 겨울 경기도 이천공장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윤소방관의 영결식에 참석했을 당시 그 엄숙한 분위기와 함께 영결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표정은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보다 더 차갑게 굳어 있었다.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함부로 열지 못하고 눈물을 삭히고 있었다.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나 역시 화염속으로 뛰어 들어갔지 않을까... 저 네모난 상자 속에 누워 있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 는 생각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기 살기’의 차원을 넘어서서 남을 위해 헌신하는 직업을 가진 소방관들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면서 화재 등의 재난을 당한 인명을 구하기 위해 투신하며 나 자신보다 타인의 목숨을 귀히 여기는 것은 소방관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2009년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재 및 재난과의 전쟁을 벌이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다 순직한 소방관들은 31명이고 공상자를 포함하면 1,591명에 달한다. 해마다 6명의 소방관들이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다 숨지고, 318명이 몸을 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1994~2004년 소방대원 근무 중 관상동맥심장질환으로 사망한 4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하버드 의대 케일스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화재 진압중의 심장마비에 의한 사망 위험은 다른 비응급임무 수행시 보다 136배 높으며, 화재 진압 후 복귀했을 때도 비응급임무 수행시보다 10배, 화재경보가 울렸을 시는 14배가량 심장마비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화재 및 재난과의 전쟁에 투신하며 몸을 아끼지 않는 소방관들의 노력이 무의미한 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 돼야한다. 우리 주변의 화재나 안전사고 발생요인이 없는지 한번 더 되돌아보는 화재 및 안전사고 예방과 함께 소방차 출동시 갓길로 피하고, 조금 걷더라도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으며 법질서를 지키는 등 국민들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모여 안전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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