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매 첫날 마을 돌며 주민들에게 '인사'

벼 수매를 진행하고 있는 사천시 공무원과 악수를 하고 있는 이방호 전 의원.

포대벼 수매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주) 바로 옆 유천마을.
지역주민들과 수매를 끝마친 사천시 관계공무원과 농협직원이 잠시 모인 자리에서 수매에 대해 이래저래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10분 정도 흘렀을 때, 뜻밖의 인물이 유천마을을 찾았다.
한나라당 이방호 전 국회의원이었다.

이 전 의원이 유천마을 주민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방호 전 의원이 “안녕하십니까” 라고 인사하며 모여 있는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이방호 전 의원을 ‘사무총장’ 또는 ‘의원’이라고 호칭하며 반갑게 맞았다.

비록 지난 총선에서의 패배로 평범한 정치인으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그의 영향력은 살아 있는 듯 했다.

그 사이 사천시 공무원과 농협직원은 이 전 의원과 인사만 한 뒤 다음 수매 장소로 바로 떠났다.

이 전 의원과 주민들 간의 대화가 오가는 사이를 기자가 끼어들었다.

기자가 “무슨 일로 수매 현장에 오셨냐”고 묻자 이 전 의원은 “그냥 지역구라서 왔다”며 짧게 답하고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곧이어 이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강기갑 국회의원에게 패배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여전히 정치인으로서의 영향력은 가지고 있다고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유천마을을 방문한 이 전 의원.
“서울에서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선거 치르면서 자주 안보이니까 표를 안 찍어 줘서 혼났다. (한나라당에서) 대통령이 되면 최하 사무총장은 장관급이다. (내가) 제일 고생해서 한나라당 대통령을 만들었으니까.”

사실 이 전 의원은 총선 패배이후에 이명박 정부의 장관이 될 것이라는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지금도 이 전 의원의 장관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기자는 앞으로 장관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이 전 의원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전 의원은 “처음에는 생각을 해 봤지만 지금은 장관자리를 줘도 안 한다”며 잘라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재차 묻자 더 이상 언급을 피했으며 이 전 의원의 지지자인 듯한 주민이 막고 나섰다.

“주민들 간에 사사로운 얘기를 취재해서 언론에 보내면 안 됩니다.”

이 전 의원은 10분 가까이 주민들과 얘기를 나눈 후에 자리를 떠났다.

기자도 다음 수매 장소인 사남면 곡성마을을 취재하기 위해서 급하게 떠났는데, 곡성마을에서도 이 전 의원과 마주쳤다.

이 전 의원은 곡성마을 일부주민과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다음 수매 장소로 가는 듯 했다.

이 전 의원이 본격적인 지역구 관리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지난 총선에서 이 전 의원과 한 판 승부를 벌여 패배를 안겨줬던 강기갑 국회의원이 최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얘기가 항간에 떠돌고 있다.

이 전 의원이 최근 들어 사천지역을 자주 찾고 있는 것도 강 의원이 처해 있는 정치적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민주노동당이 얼마 전 “강 의원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방호 전 의원의 복귀를 위한 표적수사”라고 이명박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 이유도 거기에 있는 셈이다.

아무튼 지난 총선에서 시작된 사천지역 두 정치 거두의 정치적 전쟁은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더 치열해지고 있는 듯하다.

곡성마을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전 의원.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