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현 빼고 징용피해자 기념비 세우자” 홍 교수 제안

'탁경현 비' 건립을 추진했던 홍종필 교수가 사천시에 철거된 비석의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그는 또 강제징용피해자 원혼비 건립을 제안했다.
‘가미카제 특공대원 탁경현’의 귀향기원비 건립을 추진했던 일본 동경대 홍종필(73) 교수가 7일 사천을 방문했다. 그는 탁경현이라는 이름을 빼고 강제징용피해자 전체의 원혼을 달래는 비석을 세우자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곤양면 용화사를 방문한 홍 교수에게 갑자기 사천을 찾은 이유를 묻자 “탁경현의 귀향기원비 문제 해결을 위함”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천시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기원비를 원상회복해 달라고 했지만 아직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사천시에 불만을 표시했다.

맨 처음 기원비(또는 기념비) 건립을 추진했던 구로다 후쿠미씨의 대리인임을 자처한 홍 교수는 “시가 먼저 원상회복을 해 놓으면 가져가든 옮기든 하겠다”고 말했다.

용화사 현담스님
불만이 있기는 철거된 기원비를 보관하고 있는 용화사측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제일 괴롭다. 기원비를 우리가 보관할 이유가 없다. 구로다 후쿠미씨에게 가져가라고 하면 시가 갖다 놨으니 시에 요구하라고 하고, 시는 또 후쿠미씨에게 떠넘긴다. 빨리 해결책을 찾아줘야 한다.” 용화사 현담스님의 얘기다.

사천시는 기본적으로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들의 반발 때문에 철거할 수밖에 없었으니 후쿠미씨가 가져가라는 것. 오히려 ‘파쇄’를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에도 불구, 안전하게 해체해 보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홍 교수는 시와 시민사회단체를 새로운 얘기를 꺼냈다. “가미카제 특공대원에 관한 한국인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잘못을 후쿠미씨도 인정하고 있다”고 말한 그는 “탁경현에 관한 내용을 모두 빼고 일제 강제징용자 전체의 원혼을 달래는 비석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이를 전해들은 진보연합 관계자는 “그 제안은 논란이 일던 초기에 우리가 이미 했던 것인데 이제와 그런 제안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진정성을 헤아리기 힘든 만큼 당분간 접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일우호교류와 평화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뜻으로 시작했다는 귀향기원비 건립 사업. 하지만 가미카제 특공대원 한 개인 기념에 머물면서 지역사회의 큰 반발을 불렀고, 그 뜻 또한 퇴색되었다.

문제는 특정 사찰에 방치된 철거 비석. 적어도 이 사업에 예산까지 집행했던 사천시라면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하지 않느냐는 쓴 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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