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뜻 반영 안 돼, 반 한나라 구축” vs “당협 뜻 반영, 가라앉을 것”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공천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공천결과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심지어 낙천자를 중심으로 '반 한나라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어 그 여파가 어디까지일지 관심이 쏠린다. 한나라당 공천
6.2지방선거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사천시선거구 후보 공천자 명단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하지만 낙천자들이 공천방식 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하는 움직임이 커 중요한 선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6일 현재 한나라당은 경남도의원과 사천시의원 후보를 단수로 모두 확정 발표했다. 경남도의원 사천제1선거구에는 박정열 후보, 사천제2선거구에는 박동식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그리고 사천시의원선거 가선거구에는 김국연, 김유자, 최인생 후보, 나선거구에는 김석관, 추갑원 후보, 다선거구에는 강태석, 정철용 후보, 라선거구에는 박종권, 최갑현, 탁석주 후보가 확정됐다.

또 3명으로 압축된 사천시장 후보들은 이번 주 중으로 토론회를 가진 뒤 일반 시민 1000명에게 의견을 물어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사람을 후보로 확정할 계획이다.

"정당공천은 왜 하고 당원들은 왜 있는 거야?"

그러나 한나라당 공천을 두고 뒷말도 무성하다. 낙선자는 물론 선거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하는 말이 “정당공천은 왜 하고 당원들은 왜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에서 공천하면서도 당원들의 뜻을 묻는 절차가 빠졌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한나라당 경남도당은 사천시장선거에 나선 11명의 후보자 가운데 면접과 서류심사 그리고 시민여론조사 등으로 4명으로 압축했고, 이들 중 최종 후보자 1명을 고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종 경선방식으로는 ‘일반시민여론조사’만을 제시했다가 후보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후 ‘TV토론회 후 여론조사’ 방식으로 바꿔, 4명 가운데 3명은 합의에 이른 반면 1명은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기초단체장 후보 선정 절차. 낙천자들은 당원들에게 의사를 묻는 절차가 소홀했다고 지적한다. 한나라당 공천
경선 불참 선언을 한 김현철 후보는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결정할 것 같으면 한나라당 이름 붙여 왜 공천하느냐”며 반발했다. 그는 시민 상대 여론조사는 일부분으로 하고, 당원 등이 참여하는 선거인단 투표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현재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고 있다는 김현철 후보의 발걸음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미 1차 관문에서 탈락한 공천신청자들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어서, 향후 시장후보가 결정되더라도 예전처럼 당 결집력이 발휘될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의 후보자 선정을 두고 뒷말이 많기는 도의원과 시의원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경남도의원선거 사천제1선거구 후보로 박정열 예비후보가 결정되자 반발이 만만찮다. 막판까지 박 후보와 공천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던 조근도 예비후보는 당장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26일 “경선도 없고, 공천심사기준도 밝히지 않으니 믿을 수가 없다”면서 “주위에서 안타깝다는 사람들이 많아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함께 경쟁하던 최진세 예비후보의 반발 강도는 더욱 셌다.

“한마디로 공심위는 유명무실했다. 엉터리 심사였고, 당원과 후보들은 농락당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내가 출마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에 '이방호 책임론'도 만만찮게 떠오른다. 이방호
공천 책임은 이방호? 반 한나라 전선 구축설도..

또 다른 공천탈락자인 박종옥 예비후보는 “이런 선거철에 당원들 자긍심이 생기는 법인데, 비당원과 같이 취급하면 누가 당원하느냐”며 이번 선거의 공천과정에서 당원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을 비판했다. 그는 이후 행보에 관해선 “낙선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천과정의 책임을 전 경남도지사 예비후보이자 현 한나라당 사천시당원협의회장인 이방호 전 의원에게 돌리는 낙선자들이 많다. 이 같은 여론은 시장/도의원/시의원선거에 구분이 없는 분위기다.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방호 전 의원이 오랫동안 당원협의회장을 맡으면서 1인 영향력이 너무 세졌으며, 이번 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출마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데만 급급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6.2지방선거 진행과정을 돌아봐도 이들의 주장이 터무니없지는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의 세가 월등한 상황에서 다른 정당은 인물난에 허덕였지만 한나라당에는 많은 후보가 몰렸고, 이 후보들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방호 전 의원의 마음 사기에 열을 올렸다는 게 시민들의 보편적 눈높이다.

심지어 경남도의원 사천제2선거구의 경우, 한참동안 사천시장후보로 거론되던 후보가 도의원선거로 전환하자마자 다른 후보들이 아예 공천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공천신청을 포기한 한 예비후보는 “이미 짜인 그림인데 거기 들어가서 뭐 하겠냐”는 푸념을 내뱉기도 했다.

한나라당 경남도당은 "당원들의 뜻은 당원협의회를 통해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공천
또 옛 삼천포지역이라 할 수 있는 사천시의원 다,라선거구에는 정당에서 추천할 수 있는 수만큼만 공천을 신청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른 바 ‘이심(李心)이 나에게 있지 않다’고 판단한 출마자들이 미리 무소속 출마로 마음을 돌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천시의원 가선거구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의 현역 시의원 2명이 일찌감치 공천받기를 포기하고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이곳 역시 일찍부터 ‘누구누구가 공천 받는다더라’는 얘기가 무성하게 나돈 것이 사실이다.

당원들의 뜻은 당원협의회에 이미 반영돼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대개 한나라당 공천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 경남도당과 공천자로 선정된 후보는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경남도당 관계자는 공천과정에 당원들의 뜻을 더 담아내는 쪽으로 개선할 점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당원들의 뜻이 전혀 반영돼지 않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즉 공천이 임박한 시기가 아닌 논의 초기에는 당원들의 뜻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공천을 위한 기본 계획안은 시군단위의 당원협의회에서 의논해 올라온 것이다. 그렇다면 당원들의 뜻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나? 도당에서는 이를 믿고 진행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당원들의 뜻은 당원협의회를 통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공천과정에 당원협의회장의 입김이 너무 크게 작용한다는 비판과 맞물린다. 그렇다면 왜 이런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걸까.

경남도당의 이 관계자는 “공천의 최종 결정권은 공심위에 있지만 이에 앞서 당원협의회장과 협의하도록 당헌당규에 정하고 있다”며 “공천심사 과정에 당원협의회장의 뜻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사천시장 후보 1차 경쟁에서 밀려난 예비후보들이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

한나라당으로부터 후보로 낙점 받은 사람들도 “공천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남도의원선거 사천제1선거구에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박정열 예비후보는 “당 기여도나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도당에서 정확히 판단했다고 생각한다”며 공천과정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또 공천과정에 이방호 전 의원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한 것 같으냐는 물음에는 “지역 분위기를 도당에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원협의회 쪽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며 에둘러 입장을 표명했다.

이밖에 사천시의원 후보로 확정된 한나라당 예비후보들도 “새로운 인물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히 물갈이를 해줬다”며 공천결과에 만족감을 표했다.

"한나라당과 담 쌓겠다" ... "시간 지나면 가라앉을 것"

이렇듯 한나라당의 이번 공천을 두고 공천자와 낙천자 사이에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에선 “낙천자가 반발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것”이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반대로 낙천자들 사이에는 “앞으로 한나라당과 담 쌓겠다”고 하는가 하면 “이번 선거에서 반 한나라 전선을 펴겠다”는 강경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또 일부 낙천자는 “반 한나라가 아니라 반 이방호”라며, 이방호 전 의원 개인에 반감을 표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소수의 야당후보가 얼마나 선전하느냐와 함께,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와 공천탈락자 또는 무소속 후보들이 어떤 경쟁을 펼치느냐가 중요하게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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