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영조 시민기자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올해는 안중근 의사가 순국하신지 100돌입니다. 그래서 지난 3월 26일엔 곳곳에서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행사가 열렸지요. 그런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행사는 안중근 의사의 빈뫼에서 100년 만에 처음 열린 제례였습니다. 서울 효창원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3 의사의 묘소를 만들면서 미처 유해를 찾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봉환해올 것으로 믿고 만들어둔 빈뫼가 있지요.

아직도 우리는 안 의사의 유해를 찾지 못했고 그래서 모셔오시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동안 빈뫼를 두고서도 제사를 지내지 못했던 것이지요. 어제 100돌을 맞아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 민족문제연구소, 효창공원을 사랑하는 모임, 대한민국임시정부사적지연구회 주관으로 안 의사의 위패를 처음 모시고 추모 제례를 지낸 것입니다. 이 추모제에는 민족정기구현회, 청년백범 등 20여 개 시민단체가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제례를 주관한 선비문화학회의례단은 중요무형문화재 제85호 석전대제(문묘제례)에 능통한 단체로 국립국악원이 주최한 문묘제례 시연도 주관한 단체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이 묘를 유해가 없다 하여 가묘(假墓)라고 불렀고, 지금 그 빈뫼 앞에 세워둔 비석에도 가묘라고 씌어 있지요. 하지만, 이 가묘라는 말은 잘못된 것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는 상해에 있던 우리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상해가정부(假政府)”라고 불러 마치 가짜 정부인 것처럼 깎아내렸습니다. 이처럼 “가묘”는 “가짜묘”라는 뜻이 들어 있기에 안 의사께 불경스럽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신 유해가 없는 “허묘(虛墓)”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이도 사실은 “빈뫼”라는 토박이말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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