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양중 학생회 정· 부회장 선거를 지켜보며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사회에서, 소외와 차별 없는 따뜻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연설에서 나온 공약이 아니다.
20일(토) 곤양중학교 학생회 회장에 출마한 모 후보학생의 공약이다.
학생회 선거에서 나온 공약치고 참으로 부끄럽고 당황스런 공약이다. 우리 사회가 어린 그들에게도 그렇게 보였다니, 사회구성원으로서 더욱이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들의 말 속에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끄러움이 투영되어 있다.
입후보한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 보자. 학생은 물론 교사나 학부모들도 그냥 흘려버리기엔 아까운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
· 화장실에 방향제와 비누, 수건을 비치하겠다.
· 토요일은 교복 없이 등교하는 날로 하겠다. 왜냐하면 이틀 동안 세탁하고 다림질하여 깨끗한 교복을 입기 위해서다.
·쓰레기 없는 깨끗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겠다.
· 고민해결 전도사로서 여러분의 고민을 들어 주기 위해 나의 모바일 폰 번호를 공개한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소중한 존재가 되겠다.
·유비가 훌륭한 인물인 것은 장비와 관우가 있어서이다. 이처럼 부회장으로서 회장을 잘 도와 성공하는 정 부회장이 되겠다.
우리 사회를 일깨우는 청량제 역할
학교에서 실시하는 학생회 정·부회장 선거는 바로 다음 세대들에 대한 민주주의 산교육이다.
그들은 사회 출발선 저 멀찍이에서 이처럼 깨끗하고 지혜로우며 최선을 다하는 경쟁심을 배운다.
그들의 정정당당하고 지혜로운 공약대결은 기성세대에게 참신함을 넘어 우리 사회를 일깨우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
6· 2 지방자치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우리 사회가 면밀히 들여다 볼 이유가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들이 주인 정신을 가지고, 아름답고 조화로운 학교를 가꾸어 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구름동 시민기자
ohhappyday@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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