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지렁이초는 뭐고, 날도래 유충 서식지는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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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지렁이초는 뭐고, 날도래 유충 서식지는 또 뭐야!
  • 김경수 진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 승인 2023.11.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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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의 공룡과 백악기 생태 이야기 ⑧ 화석 갯지렁이초

경상남도 기념물 「사천 자혜리 화석 갯지렁이초」
갯지렁이 아닌 날도래 유충의 ‘생흔 화석’이 바른 표현
세상에 가장 오랜 날도래 유충 서식지 화석…매우 희귀
날도래 유충 집단 서식지 화석
날도래 유충 집단 서식지 화석

[뉴스사천=김경수 진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사천시 서포면 해안가에는 「사천 자혜리 화석 갯지렁이초」라는 낯선 이름의 경상남도 기념물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이 기념물의 이름만 듣고 어떤 존재인지 알아차릴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화석을 전공하는 필자도 이 명칭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뜻이지?’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자료를 검색했다.

“갯지렁이의 체화석(體化石)이 발견·보고된 기록은 매우 드물다.”, “갯지렁이의 화석을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 화석이 덮고 있으므로… (중략) 갯지렁이초 화석이 동반 채취되어…”, “집단으로 갯지렁이초의 화석이 중생대층에서 발견·보고되기는 처음이며…”

2002년에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화석 갯지렁이초에 관한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갯지렁이 「사천 자혜리 화석 갯지렁이초」를 갯지렁이 화석으로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발견한 당시에, 연구자는 이 화석을 아마도 갯지렁이가 화석이 된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내용을 사천시, 경상남도, 문화재청은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 희소성을 인정하여 경상남도기념물로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발견자는 2006년에 이 화석산지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 논문에는 이 화석이 ‘갯지렁이 화석’이 아니라 ‘날도래 유충의 집단 서식지’였음을 밝히고 있다. 즉, 「사천 자혜리 백악기 날도래 유충 집단서식지 화석」인 것이다.

그럼 백악기 날도래 유충 집단서식지 화석이 무엇인지 간단히 알아보자. 날도래는 길이가 21-25mm인 작은 곤충으로, 주로 깨끗한 개울이나 연못 주변에서 발견되고, 야행성이다. 나비와 비슷한 면이 많지만, 나비처럼 이쁘지는 않다. 날도래는 알에서 부화한 후 유충이 되고, 긴 시간을 물속에서 산다. 유충은 집 없이 떠돌기도 하지만, 대부분 둥지를 만든다. 둥지는 주변에 있는 모래나 식물 조각, 나무껍질 부스러기 등을 모아서 도롱이처럼 만드는데, 양쪽 끝이 열려 있다.

그러면, 사천 자혜리의 「백악기 날도래 유충 집단서식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현장을 가보면, 해안가에 평편한 바위가 있고, 그 위에 검은색으로 울퉁불퉁한 모양의 돌이 있다. 표면이 울퉁불퉁한 돌들은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하는 것이다. 검은색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깨져 있는 곳을 유심히 살펴보면, 약 3~4mm 정도의 작은 구멍 모양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작은 것이 날도래 유충의 서식지라고 한다. 이걸 금방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관찰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다. 대학원에 진학해 고생물학을 전공해도 좋을 정도다.

날도래 유충 집단 서식지 화석이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날도래 유충 집단 서식지 화석이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연구에 의하면, 사천 자혜리에 있는 「백악기 날도래 유충 집단서식지」는 수심이 얕고, 물의 움직임이 활발한 환경에서 형성되었다. 산소가 풍부한 환경이었을 것이란 얘기다. 화석으로 보존된 날도래 유충 집의 크기와 형태, 집을 짓는 데 사용한 물질의 종류, 건조 방식 등을 비교할 때, 자혜리 화석층의 날도래 유충은 나비날도래와 가장 유사하다고 한다. 현재 날도래의 유충이 집단으로 서식하는 곳에서 남조세균(남조류)이 공생 관계를 이루며 형성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은 자혜리 날도래 유충 서식지가 남조세균에 의해 형성된 스트로마톨라이트와 함께 발견되는 것과 공통된 것이라고 한다.

사천 자혜리의 날도래 유충 집단 서식지 화석은 백악기 생물의 서식지가 화석으로 남겨진 것이기 때문에 생흔 화석이다. 그리고 날도래 유충 집단 서식지 화석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게 발견되며,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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