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대진산단 산업폐기물처리장 논란,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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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진 대진산단 산업폐기물처리장 논란, 쟁점은?
  • 강무성 기자
  • 승인 2023.11.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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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서 전기차 폐배터리 들여와 소재 추출까지만 
용융 과정서 오염 문제 이슈…SK “기술력으로 잡는다”
환경부 “폐배터리 재활용은 폐기물로 관리할 필요 있다”
SK에코플랜트가 밝힌 대진산단 활용 계획.
SK에코플랜트가 밝힌 대진산단 활용 계획.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올해 초 대규모 산업폐기물 처리장 조성 문제로 큰 갈등을 빚었던 사천시 곤양면 대진일반산업단지가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SK에코플랜트가 전기차 등에 사용된 폐배터리 재활용단지를 대진산단에 조성하겠다고 다시 밝히면서다. 규모를 조금 줄였다지만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 설치 계획도 그대로 담았다. 대진산단 바로 옆은 최근 해양수산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광포만. 어느 때보다 환경 문제에 관한 관심도 커진 상태라 논란이 뜨겁다. 대진산단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한다.

SK에코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단지 조성”

SK에코플랜트는 지난 7일 곤양면 행정복지센터 대회의실에서 ‘사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복합단지 조성사업’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SK에코가 주민설명회에서 강조한 것은 이차전지(축전지, 배터리) 재활용산업의 성장이었다. SK에코는 전기차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2025년부터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연 33%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폐배터리 재활용업은 폐배터리를 파쇄하거나 녹여서 배터리 속 희귀금속(주로 중금속)을 추출하는 산업을 말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은 크게 전처리와 후처리 공정으로 나눈다. 폐배터리를 파쇄해 블랙 파우더(블랙 매스)를 만드는 공정이 전처리 공정이다. 블랙 파우더는 니켈, 코발트, 리튬 등 금속 물질이 가루 형태로 혼합된 검은색 분말을 말한다.

폐배터리 재활용이 이차전지 산업?

블랙 파우더에서 니켈, 코발트 등 희귀금속 물질을 뽑아내는 과정이 후처리 공정이다. 여기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블랙 파우더를 화학적으로 침전시켜 용매 추출 후 이온 교환을 거쳐 배터리 원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때 액체 형태의 화학 오염물질이 나온다. 건식 공정은 블랙 파우더에 고온의 열을 가해 원재료를 회수하는 방식인데, 여기서는 대기 오염 저감 대책이 관건이다.

SK에코가 설명한 폐배터리 재활용 개념도.
SK에코가 설명한 폐배터리 재활용 개념도.

SK에코는 이날 “사천에서 전처리 과정만 할지, 후처리 공정도 함께 진행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전체 산업 규모 성장 속도에 따라 설비 확장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사업계획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소각장에서 나온 열로 후처리 공정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아시아권 해외 폐배터리도 수입해 재활용”

SK에코는 또 “사천에 설비를 갖추면, 아시아 전체에서 배터리 물량을 수입해 재활용에 들어갈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그러자 사천남해하동환경운동연합은  “대진산단이 국제 폐기물 처리장으로 전락한다”는 비판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사천에서는 폐배터리에서 희귀금속 추출 작업만 할 뿐 배터리 생산은 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맞물려 힘을 얻고 있다.

반면에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술개발과 개선이 하루가 다르게 이뤄지고 있고, 환경오염을 막을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최근 전라북도 새만금지구에는 이차전지 관련 업체의 입주가 늘어나면서 환경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에게는 고농도, 고염도 폐수가 발생해, 일반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기 힘든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차전지 폐수를 수질 기준에 맞춰 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이 나오자, 해당 지역 어민과 주민들의 우려도 커졌다.

또한 지난 5월 이차전지 관련 업체 중 일부 기업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군산지역에서는 지난 5월 염소가소 누출에 이어 6월에는 클로로 에틸렌 카보네이트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경북 포항의 경우에도 영일만 산단에서 이차전지 재활용업체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했다.

환경부는 자원순환법 개정 설명자료에서 “폐배터리 재사용, 재제조와 달리 ‘재활용’은 운반·재활용(파쇄·분쇄·용융) 과정에서 유해화학물질이 누출될 수 있어 국민 안전, 환경보호 측면에서 폐기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최근 밝혔다. 그만큼 폐배터리의 재활용 과정에 환경 오염 발생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는 셈이다.

기존 사업계획엔 없던 소각장과 매립장

SK에코는 올해 5월에 내놓았던 사업계획 변경안과 비교하며 “환경시설(소각·매립시설) 면적을 대폭 줄였다”고 강조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 외에 대진산단 내 직접 운영할 소각장 규모를 일일 200톤에서 100톤으로, 매립장은 10년간 144만㎥에서 120만㎥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시설 설치는 대진산단의 기존에 승인된 사업계획에는 없던 것이어서 논란의 핵심이나 마찬가지다. 시설 규모도 5월의 변경 계획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일각에선 “폐기물 처리가 가능하도록 산단 계획이 한 번 바뀌면 다시 용량을 늘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라며, 환경시설 규모 축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내 여러 산업단지에서 기존 매립장의 용량을 늘린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사업 승인 당시 대진산단 조감도. 제조업 중심의 일반산업단지였다.
사업 승인 당시 대진산단 조감도. 제조업 중심의 일반산업단지였다.

이와 관련해 SK에코는 “소각장을 거친 잔존물은 물론 불연성 폐기물도 들어오는데, 침출수 관리를 철저히 해서 저희가 광포만을 오염시켰다는 말은 안 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10년간 매립장을 운영한 뒤 30년간 사후 관리를 하겠다”며 “대기업인만큼 믿어 달라”는 당부도 하고 있다.

하지만 매립장과 폐기물 재활용 사업을 향한 우려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폐기물처리장 관련 공익 소송을 담당하며 주민들 편에 섰던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변호사는 “사천 대진산단 사례는 여전히 일반산업단지를 산업폐기물처리장으로 바꾸려는 시도”라며 비판했다. 이어 “폐배터리 재활용은 일종의 제련 산업”이라며, “다른 지역에선 산단 조성에서부터 업종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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