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영조 시민기자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아름다운 김향화 가로되 / 아무리 곤고할지라도 / 조선사람 불효자식한테는 술 따라도 / 왜놈에게는 술 주지 말고 / 권주가 부르지 말아라 / 언니 언니 걱정 말아요 / 우리도 춘삼월 독립군이요”

위 시는 고은 시인이 쓴 ≪만인보 2≫ 가운데 <기생독립단>이란 시 일부입니다. 1919년 3월 29일 수원기생조합 소속 기생 모두가 경찰서 앞에서 만세를 불렀고, 주모자 김향화는 일본 경찰에 붙잡혀 6달 동안 옥고를 치렀습니다. 이 시는 그 사건을 묘사한 것이죠.

중앙대 신현규 교수는 그의 책≪기생, 조선을 사로잡다≫(어문학사)에서 “이 시기 기생들은 누구 못지않은 열렬한 독립운동가였다.”라고 말합니다. 일제강점기엔 항일 기생들이 많았는데 기생 산홍은 친일파 이지용이 1만 원이란 큰돈으로 소실을 삼으려 하자 거절했고, 기생 춘외춘은 경무총감에 불려가 배일파에 대한 정보를 달라며 돈 한 뭉치를 주는 것을 뿌리쳤습니다.

1919년 4월 1일에는 황해도 해주 기생들이 손가락을 깨물어 흐르는 피로 태극기를 그려 만세운동을 했으며, 기생 현계옥은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원으로 뛰어난 활약을 했지요. 3.1만세운동이 벌어졌던 기미년(1919년)은 이렇게 신분상 천민이었던 기생들까지도 독립운동에 가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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