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녹차밭에 약쑥 캐러 갔더니..

 

봄을 맞아 쑥이 올라오고 있다.
정월대보름 전에 먹는 쑥은 약쑥이라고 하죠.

 

약쑥은 아니지만 봄맞이 준비는커녕 연일 계속되는 비와 흐린 날씨 탓에 사람까지 기운 빠지게 하네요. 그래 아는 지인들 여럿이 사천 정동 대곡마을 뒤편으로 쑥 캐러 갑니다. 작년 이맘때 왔을 때는 저수지가 말라 저수지임을 상기시키는지 바닥에 깔린 물과 청둥오리 몇 마리만 보이더니...

감탄사가 절로 나네요.

우와, 어떻게 이렇게 다를까?

금방이라도 넘칠 듯한 저수지에 청둥오리가 한가로이 거니는 모습에, 제 눈을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작년 봄의 가뭄과 달리 올 봄엔 유달리 많은 비와 눈이 내렸으니....

자연은 주는 만큼 느끼고 되돌려 주는 것 같습니다.

'왜 굳이 거기까지 쑥을 캐러 갔느냐?'

작년에 알게 된 이곳의 녹차밭 때문입니다. 차나무만 심어 놓고 아무런 약도 주지 않은, 그곳에서 나는 쑥이 맛도 몸에도 좋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차에서 내리는데 다들 대야며 비닐봉지, 칼등을 들었습니다. 작은 쑥을 캐는 데에도 도구가 필요하네요. 봄 맞을 마음만 급했던지 정작 쑥은 쑤-욱 나올 모양이 아니였나 봅니다. 여기저기를 헤집으며 쑥을 캡니다. 어떤 친구는 아예 달래에 빠져서 칼을 흙 깊숙이 넣어 달래의 뿌리까지 뽑습니다. 쑥을 캐며 쉴새없이 조잘조잘 재잘재잘 떠드는 냥이 어릴적 소풍이라도 온 모양같네요. 꿩을 비롯한 산새들 소리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조용하던 이 곳에 웬 아줌마들이 이렇게 시끄럽게 하냐고 뭐라 하는 것 같다’

‘아니, 이렇게 어여쁜 여인네들을 만나니 감개무량해서 노래라도 부르는 것 같다’


봄 맞을 마음만 급했던지 정작 쑥은 쑤-욱 나올 모양이 아니였나 봅니다. 여기저기를 헤집으며 쑥을 캡니다.
한 시간 즈음 쑥을 캐고 일어나 갈려고 하는데, 뭔가 낑낑데는 언니.

 

땅 깊숙이 뿌리 내린 달래를 캐느라 칼로 찔러 보지만 알이 빠진 줄기만 쑤-욱 올라오네요.

‘이것도 성질 급한 사람은 못하겠다, 괜스레 신경질이 난다’

오늘 저녁 한 끼 먹을 국은 되겠다며, 다음에 올 때는 꼭 모종삽이나 호미를 들고 오자고 이구동성 깔깔 웃으며 폰도 잘 터지지 않는 그 곳을 내려왔습니다.

그것도 일이라고 다들 배가 고프다고 하네요.

그래 한 언니가 시래기와 무를 넣어 해 놓은 밥에 시래기무침을 넣고 양념장에 비벼 다들 한그릇 뚝딱. 음식솜씨 좋은 언니가 정말 아무렇게나 한 것 같아도 맛이 있네요. 언니의 마음 씀씀이가 이쁘고 오고가는 정이 있기에 더 맛난 점심이었나 봅니다.

다들 아이들 챙기고 저녁 준비하느라 쑥은 잊지 않고 챙겨서 비닐봉지 휘날리며 갑니다, 봄도 따라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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