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마지막 섬

『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저 / 오진혁 역 /호밀밭 / 2022
『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저 / 오진혁 역 /호밀밭 / 2022

[뉴스사천=문영희 사천도서관 뫼잣마루 독서회원] <마지막 섬>을 읽은 지인들은 한결같이 잘 넘어가는 책이라고 했다. 마지막 섬은 분명 잘 넘어가는 책이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재미나 흥미가 있는 책은 아니었다. 나에게 잘 넘어가는 책이란 흥미와 재미도 포함이 되어 있었나 보다. <마지막 섬>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고, 마음이 무거워지게 하는 책이었다.

튀르키예 출신의 작가 ‘쥴퓌 리바넬리’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해보았다. 그는 철학과 음악 교육을 받았고, 사상범으로서 형무소 수감과 긴 망명 생활을 하며 책을 저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많은 수상 기록을 두고 있었다. 이 책은 특정 국가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치적 성향이 충분히 반영된 작품으로 당시의 튀르키예나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이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독립된 외딴섬이자 지상 낙원의 섬. 1호부터 40호까지 40가구가 섬 주민의 전부인 이 섬은 암묵적으로 섬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마지막 은신처로 평온하게 살아온 섬이었다. 그런 그곳에 쿠데타로 장기 집권 후 재집권에 실패한 전직 대통령인 ‘그’가 나타난다. 그리고 이 한 사람으로 섬은 영원히 바뀌게 된다.

한 사람의 선동적인 연설이 가스라이팅이 되어 서로 간의 신뢰가 사라지고, 분열과 불신이 싹트고, 자연스럽던 자연의 관계가 점점 파국으로 향하며 더 이상 낙원의 섬이 아닌 공포와 증오의 섬이 된다. 특히 갈매기와 장애아를 비교하는 분노와 저항의 목소리는 충격이었다. 결국 극복하거나 타협하지 않은 갈매기만이 그 섬에 남아 승리자가 되고, 멍청이로 비유되는 섬 주민들은 눈치만 보다가 모든 것을 잃고 패배한다는 결론을 통해 민주주의라는 가면 뒤에 숨은 독재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우리에게 보여준다.

작품에서 “어디를 가든 악은 너무 강해서 이기기가 힘들다는 거야. 선은 악에 비하면 약해”라는 말로 수동적인 자신을 변론하는 이들에게, 작가는 “어딘가에 악이 존재한다면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는 조금씩의 책임이 있다”라는 말로 책임을 묻고 있다. 정치적 무관심뿐만 아니라 환경 운동에 관해서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생태계를 무시한 어리석은 인간의 오판은 어마어마한 후폭풍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전하는 책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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