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너만 모르는 진실

『너만 모르는 진실』 김하연 글 / 특별한 서재 / 2022
『너만 모르는 진실』 김하연 글 / 특별한 서재 / 2022

[뉴스사천=박은영 삼천포도서관 사서]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심리 분석 결과,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는 이들 중 94%는 미리 ‘위험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이 신호를 알아차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자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제갈윤’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냈는가.

「너만 모르는 진실」도 한 아이의 비극으로 시작된다. 누가 죽은 제갈윤의 편지를 퍼뜨렸는지, 이 폭로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건지 아무것도 풀리지 않은 채 미스터리하게 흘러가는 편지 사건과 남은 자들의 이야기는 줄곧 담담하고 서늘한 문장으로 묘사된다. 한 사람이 떠나갔음에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거짓으로 변명하기 급급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제갈윤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거나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외면한 등장인물들은 모두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이야기는 팽팽하다. 문장과 문장은 긴장과 긴장으로 연결된다.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남은 자들의 진술, 정교한 퍼즐 조각을 맞춰가듯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 죽음으로 치닫게 된 도미노의 가장 끝에는 어떤 조각이 있을까? 읽는 내내 유추하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 곁에는 지금도 수많은 ‘제갈윤’ 이 있다. 선생님, 가족, 친구 그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저 약간의 다정함 이 필요할 뿐이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들불처럼 번져가는 요즘, 이 소설은 우리에게 ‘타인을 향한 작은 친절’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일깨워줄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이 세상의 또 다른 제갈윤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다. 타인을 향한 작은 친절과 다정함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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