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아무리 둘러보아도 요즘 시대에는 ‘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어느 시대에나 어렵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기 마련이라, 그 힘듦을 벗어나기 위한 구원의 존재라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향한 간절함이 각자 있어 왔겠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각자의 ‘님’이 된 것일 게다.

개인적인 것에서 나아가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했을 때에도 그 사회가 간절히 바라는 그 어떤 존재가 있어 사람들은 그 존재를 마음에 깊이 품는 한편, 그 존재를 위해 혹은 이루기 위해 아니면 가지기 위해 한데 뭉치기도 하고 토론하고 고뇌해 왔을 법하다. 그 대상이 된 존재야말로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님’이 되었으리라. 또, 그 사람들을 한곳으로 이끌어가는 ‘님’의 존재야말로 사회를 만들어가는 동력 곧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 님은 개개인의 ‘님’이 모여 저절로 이루어진 민족의 ‘님’이자 나라의 ‘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님’이 없는 것 같다. 우리 시대의 ‘님’은 정녕 없는 것인가. 3·1독립만세운동 이후로 우리 겨레는 ‘님’이 사라진 시대를 뼈저리게 느꼈고, 그 ‘님’의 회복을 위해 분투하였다. 어떤 이는 망명하여 해외에서 분투하였고, 다른 선각자는 민족의 각성(覺醒)을 위해 계몽운동에 힘을 쏟았다. 보이지는 않으나 누구라도, 가슴에 품지 않을 수 없는 ‘님’이 존재했던 시대였다.

그 엄혹한 일제강점기에 김소월은 그 ‘님’을 노래한 대표적 시인이었다. 1925년에 간행된 그의 시집 『진달래꽃』은 겨레의 님을 상실한 일에 대한 안타까움의 토로이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시 「招魂(초혼)」에서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고 노래했겠는가.

한용운 스님도 이에 화답하듯이 1926년 『님의 沈默(침묵)』을 펴내었다. ‘님’이 부재한 시대에서 그 님을 그리워하며 그 님을 다시 맞고자하는 겨레의 열망을 노래한 시편들이다. 그는 대표시 「님의 沈默(침묵)」에서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고 토로한다. 현실의 님은 이별하여 있으나 내 마음 속의 님은 이별하지 않고 있다는 깨달음을 노래한 것이다.

우리 시대의 ‘님’은 어디 있는가. 혹시 지금 흐리고 어지러운 사회의 모습은 ‘님의 부재(不在)’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그 ‘님’이 한 개인이어야할 까닭은 없다고 보여진다. 또는 어느 한쪽의 편향된 주의 주장이어야할 이유도 없다. 다만 우리 겨레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향(志向)해야 할 정신적 대상은 꼭 있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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